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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일해야죠" 그뒤 100일…출근길 키워드가 달라졌다 [취임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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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100일 동안 가진 도어스테핑(doorstepping·약식문답) 횟수다.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5월 10일 취임과 동시에 용산 청사로 직행한 윤 대통령은 다음날부터 출근길에 짧게는 30초, 길게는 5분 넘게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역대 정권의 기자회견 횟수와 비교해 봐도 이미 이명박(18회)·박근혜(16회)·문재인(19회) 전 대통령을 크게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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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하루 앞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대통령실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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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첫 도어스테핑 일성은 “일해야죠”였다. 이를 시작으로, 취임 100일(8월 17일)을 맞을 때까지 151개의 질문을 받았다. 총 도어스테핑 시간은 1시간 25분이었다.

윤 대통령 발언을 전수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나온 말은 ‘글쎄’(59회)로, 주로 질문에 답하면서 말버릇처럼 등장했다. 유의미한 단어 중에선 ‘국민’을 46회로 가장 많이 언급했다. 경기 침체를 우려하며 “국민이 숨넘어가는 상황”이라고 한 것과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을 두고 “국민 보호가 국가의 첫째 임무”라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생각’(37회), ‘문제’(36회), ‘우리’(33회)가 뒤를 이었다. ‘정부’도 32회 말했다. 고용노동부의 주 52시간제 개편방침 발표에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이밖에 ‘대통령’은 26회, ‘경제’는 23회, ‘정치’는 14회 말했다. 반면 ‘통합’(4회)은 첫 도어스테핑 때 말한 뒤론 등장하지 않았다. ‘협치’도 한덕수 국무총리의 국회 인준 처리를 앞두고 한 번 말한 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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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핵심 키워드로 보면 취임 직후 ‘법’과 관련된 발언을 많이 하다가 점차 ‘국민’으로 옮겨갔다. 익명을 원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처음엔 법치에 기반한 지도자의 결단주의적 생각이 강했다면 갈수록 국민 여론을 경청하며 이를 국정운영의 기준으로 삼는 방식으로 변화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7월 발언을 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양산 사저 앞 과격시위를 두고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라고 잘라 말했다. 화물연대 노조 파업과 서해 공무원 피살·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 관련 질문에도 연신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검찰 편중 인사 지적에 “그게 법치국가 아닌가요”라고 반문한 것이나,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법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8월 첫째 주 여름휴가를 다녀오면서 ‘국민·민생’에 방점을 둔 경청 메시지로 옮겨갔다. 지난 8일 휴가 복귀 첫날 “국민 관점”을 내세우면서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출근길 문답에서는 “광복절 사면은 무엇보다 민생에 중점을 뒀다”고 했고, 16일 인적 쇄신의 방향에 관해 묻자 “국민을 위한 쇄신으로서 꼼꼼하게 실속있게 내실 있게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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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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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발언의 양상이 달라진 것은 지지율 하락과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6·1 지방선거 압승한 뒤 53%(6월 1·2주차)까지 올랐다가 이후 매주 하락해 8월 첫째 주엔 24%까지 떨어졌다.

여권 관계자는 “지지율이 처음 꺾이기 시작한 때는 윤 대통령이 검찰 출신 인사 문제와 관련해 ‘필요하면 또 하겠다’며 논란을 쏟아내던 시기(6월 중순)와 겹친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건희 여사의 봉하마을 지인 동행 논란에 대해 “제가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라고 하거나, 7월 들어 인사 난맥상에 대한 질문에 “우리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르다”, “전 정부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고 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에게 ‘도어스테핑 횟수를 좀 줄이는 게 어떠냐’고 건의했지만, 대통령의 소통 의지가 너무 강하다”며 “대신 보다 정제된 발언을 내면서 인간적이고 소탈한 면을 부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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