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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담대한 구상' 北 호응하려면 美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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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 호응 기대한다"지만 묵묵부답
높은 美 문턱에 '당근' 실현도 쉽지 않아
"민생분야 제재 면제, 대화 이끌어낼 수도"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광복절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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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밝힌 '담대한 구상'은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끌어내기 위한 종합선물세트나 마찬가지다. △경제지원 당근은 물론 △북한의 족쇄를 풀어줄 제재 면제와 △체제를 보장할 안보 우려 해소 방안까지 모두 담겼다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하지만 경제지원을 제외하고는 우리 정부가 아닌 미국이 주도해야 할 사안이다. 한국이 '담대하게' 청사진을 공개했지만 정작 키를 쥔 건 미국이라는 의미다. 비핵화 성과 없이 30년간 북미가 첨예하게 대립해온 전례에 비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북한 당국과 주요 매체는 16일 담대한 구상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통일부는 "정부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을 아꼈다. 당분간 침묵이 지속되거나 메시지가 나오더라도 호락호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을 실명 비난하며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낸 탓이다. 정부는 비핵화 협상 초기단계 유인책으로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R-FEP)'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최근 수년간 '자력갱생'을 외치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식량지원조차 거부하고 있다.

이에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 합의 이전에도 미국·유엔의 대북제재를 부분적으로 면제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부는 김정은 정권에 가장 민감한 안보 우려와 관련,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더라도 실질적 비핵화에 들어서면 정치·군사분야 로드맵을 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대북제재 면제를 넘어 별도 결의가 필요한 '해제·완화'를 원한다. 미국이 적극 나서지 않으면 불가능한 사안이다. 게다가 대북 제재의 경우 상당 부분 미국 독자제재와 얽혀 있다. 미국법상 대북 제재를 해제하려면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폐기, 정치범 전원 석방 등 조치를 취하고 미 행정부가 의회에 조건이 충족됐음을 증명해야 한다. 이와 관련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협상 초기단계 대북제재 해제 가능성을 묻자 "현시점에서 전적으로 가정적인 질문"이라며 "북한이 대화에 관심을 보인다는 어떤 신호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즉답을 피했다.

안보 우려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원하는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체결 등은 상대방이 한국이 아닌 미국이다. 당장 한미 양국이 이날부터 연합군사연습에 돌입한 만큼 당분간 거론하기 어려운 주제다. 한미 훈련에 맞춰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자칫 담대한 구상이 시작부터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다만 부정적으로 볼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제재 면제의 경우 인도적 목적만 증명하면 비교적 수월하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인도적 지원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졌고 북한 역시 제재 해제를 위해 최소한의 대화라도 나서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대미 공조와 북한의 호응을 자신했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과 담대한 구상의 목표, 원칙, 큰 방향에 대해 협의를 마쳤다"며 "그 이행과 구체사항에 대해서는 북한과 실제 협상과정에서 더욱 긴밀히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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