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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정무감각·공직 운용능력 부족… 경청하는 대통령 돼야” [윤석열정부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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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의원이 뽑은 국정 부정평가 원인

관료 출신 많은 참모 정무능력 떨어져

수해 처리 당시 행정력 부족도 드러나

경찰국 추진, 당 행안위원과 상의 안 해

대통령실과 교류 없는 의원도 아직 많아

윤, 국정·정무 전문가 아닌 것 인정해야

확신 차서 말하면 누구도 반론 제기 못해

세계일보가 실시한 ‘윤석열정부 출범 100일 평가’ 설문조사에서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 못 하고 있다”고 평가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인사 논란’, ‘여당 내홍’, ‘윤핵관 논란’, ‘경제 상황 등 대외여건 악화’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여당의원으로서 정부 성공을 도와야 하는 책임감과 살아 있는 권력을 비판하기 어려운 부담감, 차기 총선 공천 문제 등을 의식하며 대외적으론 말을 아끼는 의원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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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폭우 피해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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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가 지난 11∼16일 여당의원 32명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많은 의원은 윤 정부의 인사 문제, 정책 혼선, 당 내분에 대해 비판하면서 이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인 “대통령의 국정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수도권 수해, 경찰국 신설 논란 등을 윤 정부의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정무 감각·공직 운용 능력 부족”… 수해 대처가 대표적 사례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국회의원이라는 작은 사무실에서도 보좌관들이 지역에 수해가 나면 ‘의원님 당장 가보셔야 합니다’라면서 현장으로 이끄는데 윤 대통령의 이번 수해 당시 자택 논란을 보면서 정무 감각이 있는 참모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과 내각에 관료 출신이 많고 행정안전부 장관만 해도 이런 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 분이 아니지 않으냐”며 “국민의 감성적 측면을 많이 생각하는 선출직과 달리 행정직은 본인에게 부여된 일만 잘하는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다른 의원은 “물난리가 나면 무조건 현장에 가야 하는데 대통령실에서 그런 판단을 못 했다”며 “늘공(직업 공무원)이 아니라, 정권이 망하면 같이 망하고 흥하면 같이 흥하는 어공(정무직 공무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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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수해 사건은 윤 정부의 공직 장악력, 즉 국정운영 능력의 부족함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의원은 “매년 5∼6월에 행안부에서 수해 관련 시설 점검을 하는데 올해는 정권 이양기가 겹치면서 부처에서 제대로 점검을 안 했다. 배수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비가 오면 물이 넘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행안부에서 이후에라도 직접 현장 다니면서 예방 점검을 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을 안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개념이 없는 장관이 왔고, 그 밑에도 내무행정 전문가가 아니라 과거 총무처 인사를 배치한 상황에서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또 “검증을 이유로 지금 각 부처 1급 공무원 자리를 비워놓고 있는데, 자신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 정부와 공직의 연계가 잘 안 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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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 신설 논란, 당과 대통령실 소통 미흡… 윤핵관 제 역할 못 해”

‘경찰국 신설’ 논란은 당과 대통령실의 소통 부족을 드러낸 사례로 꼽혔다. 전화 인터뷰에 응한 한 의원은 “대통령실과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당의 행안위원들과 상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과는 상의했겠지만 행안위원들과는 파장과 영향이 큰 사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다. 여당의원이라서 말을 못하고 있는 것이지, 업무 추진 방법론에 있어서 (현 정부의) 정무적 감각이 너무 떨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경찰국 신설은 논리 이전에 감정적 면도 많이 배어있는 정책”이라며 “더 신중하게 시간적 여유를 갖고 숙고했어야 하는데 한꺼번에 몰아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중진 의원은 “윤 정부는 프로페셔널하게 접근하지 못하고, 일 처리에 있어 아마추어적인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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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신설되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사무실 문패가 걸려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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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수석을 포함한 대통령실 측과 지금까지 교류가 전혀 없었다고 토로한 의원들도 많았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렇게 안 좋은 상황에서 (대통령실에서)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지나간 얘기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주요 사안이 있을 때 직접 전화를 걸어 의원들의 생각을 묻곤 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우리는 대통령과 만날 기회도 없고 소통이 안 되는데 당의 의견이 대통령실에 전달조차 잘 안 되는 것 같다”며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대통령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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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 찬 대통령이 아닌 경청하는 대통령 돼야”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인식과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이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일반 정책은 각 부처에 맡기고 대통령은 외교·안보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국가 진단을 하면서 크고 굵게 나아가야 한다”며 “야당과의 관계 개선이 1순위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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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16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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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의원은 “죄송하지만, 대통령께서 국정 전반과 정무적인 부분에 대해 자신이 전문가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셨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을 뵐 때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상황에 대해 자신 있게 말씀을 하는데, 최고 권력자가 확신에 차서 말하면 그 누구도 그 앞에서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그분이 문제라기보다 권력은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현미·이창훈·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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