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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기고]尹정부,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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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선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전 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장]“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예수님의 지혜에 공감한다. 새 정부는 국민 체감을 위해 새 성과관리 목표와 지표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지혜는 쉽게 수용되지 않는다. 출범 100일이 되는 새 정부는 아직 헌 부대를 쓰고 있다.

이데일리

윤석열 정부는 2개월의 인수위 활동을 통해 110개 국정과제를 제시했다. 각 과제들은 구체적 목표가 있고, 새 정부의 시작과 함께 관리되고 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새 국정과제 목표들을 위한 구체적 성과지표는 아직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인수위 활동 기간을 합치면 5개월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말이다. 민간부문의 5개월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을만큼 긴 시간이다. 그러나 관료들의 공공부문은 아직 전 정부 목표와 지표들을 갖고 부처와 공공기관을 운영하는 정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국민은 경제위기와 기후변화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팍팍한 삶 속에 정부 정책과 노력이 단비처럼 다가오길 기대한다. “일 잘하는 정부”를 표방한 새 정부에 국민은 기대하는 마음이 많았다. 하지만 인수위 2개월, 출범 후 100일 국민이 목도하는 현실은 견고해진 레드테이프(red tape) - 관료제적 형식주의에 빠진 “일 안 하는 정부” 이다.

예를 들어 보자. 안전은 모든 정부에서 집중적 관리가 필요한 국민 과제이다. 새 정부는 5년 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의 ‘안전 선진국’ 진입을 제시했다. 현재 한국의 사고·사망 만인율 0.43(2021년 기준)을 5년 내 OECD 평균(0.31)으로 개선하는 내용의 국정과제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산업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안전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인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아직도 전 정부때인 2018년에 만든 지표와 목표치를 사용하고 있다. 설레였던 새 정부의 국정과제 목표는 수사일 뿐, 아직 현실의 실천은 아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2022년부터 윤석열 정부의 목표치와 전략에 따라 안전 지표는 신속히 개선돼야 한다. 이것이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라는 지혜에 적합한 실천이다.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성과관리 지표들을 새 정부 국정과제 목표치에 근거해 새로이 정비할 것을 제안한다.

관료적 형식주의는 100일의 시간에도 지표를 개선하지도 않고, 성과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한다. 숫자놀이, 쌓이는 문서, 많은 회의, 현란한 수사만이 난무하는 윤성열 정부의 100일을 “일 잘하는 정부”라고 평가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공공기관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새 정부 100일 동안 다른 기관들 잘못했다고 질책하고 일 시키고 혁신계획 내라는 공문을 발송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기재부는 팍팍한 국민 삶의 단비의 역할이 될 만한 실천과 땀 흘리는 실천은 하지 않고 있다.

삶이 어려워도 국민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땀과 눈물 속에서 가정, 국가, 사회를 지키고 있다. 국민은 윤석열 후보의 약속을 믿고 투표했다. 공정과 상식 속에서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믿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어야 그 맛과 향이 보존되고 즐거이 사람들이 나눌 수 있다. 새 정부가 국민께 한 약속을 새 성과관리 부대에 넣어 그 맛과 향기를 국민과 나누는 그 날이 곧 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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