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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투데이 窓]미래를 향한 꿈은 방향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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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
머니투데이

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1


꿈은 인류가 이룬 위대한 업적의 출발점이다. 20세기 인류는 인터스텔라(성간 우주) 탐험을 꿈꿨다. 1977년 9월5일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를 쏘아올렸다. 35년의 우주 항해로 2012년 헬리오스피어(태양권)를 벗어나 성간 우주에 진입했다. 인류는 마침내 성간 우주에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플라스마 파동'을 확인했다. 긴 기다림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인터스텔라 탐험을 가능하게 한 힘은 꿈을 중심에 둔 미국 문화였다.

150년 전, 영국을 추월한 미국 개척자들은 더 큰 꿈을 좇아 기회의 땅 서부로 나아갔다. 100년 전,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고 최강 국가를 지키기 위해 세상을 바꿀 만한 기발한 생각에 도전하는 룬샷을 마다하지 않았다. 50년 전, 불가능한 일에 도전하는 문샷으로 우주 시대를 열었다. 21세기, 그들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며 가상세계로 지평을 넓혔다. 꿈꾸는 미국 문화는 인재를 블랙홀처럼 끌어들여 G1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었음이 틀림없다.

60년 전, 변변한 자원 하나 없는 최빈국 한국이 먹고 사는 걱정 없는 나라를 꿈꾸는 일은 서부개척 이상의 도전이었다. 40년 전, 빠른 경제발전으로 주목받았다고는 하지만 빈곤에서 갓 벗어난 개도국이 내민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도전은 진정 룬샷이 아닐 수 없었다. 20년 전, 국가부도 직전까지 몰린 경제위기 속에서 세계 최고의 인터넷국가를 실현했다. 월드컵을 개최했고 4강에 올랐다. 룬샷이었다.

미국의 꿈에서 결코 부족함 없는 꿈의 크기에 감동한다. 하지만 두 꿈을 들여다보면 다름이 보인다. 본래 꿈은 크기와 방향이 있는 벡터(vector)다. 하지만 추격자 시절 우리의 꿈은 크기로만 표현할 수 있는 스칼라(scalar)였다. 꿈의 방향을 선진국에 고정했기에 크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지금, 경험이 일천한 방향설정이 선결과제다. 교육, 과학기술, 경제 등 각 분야에서 한국 사회, 국가가 겪는 어려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한국과학영재학교 교장선생님을 뵀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과학영재를 위한 새로운 커리큘럼과 수업 방식을 제시해왔다. 이는 후발 영재학교에 이정표가 됐다. 내년이면 영재학교 전환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 선발부터 변화한다. 전과목에서 고루 우수한 학생을 시험으로 선발하는 대신 특정 영역에서 탁월성을 가진 인재를 직접 찾아다니며 면접을 통해 선발한다.

인재를 교육하고 평가하는 방식도 새롭다. 전과목 성적의 평균으로 줄 세우지 않는다. 분야별 탁월성을 드러내는 개인화한 평가를 도입한다. 같은 인재상을 공유하는 KAIST와 연계를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방향과 크기를 가진 다양한 꿈을 꿀 수 있는 자유와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 스칼라 꿈이 아닌 벡터 꿈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려는 담대한 도전이다.

첫 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벡터 꿈을 가진 과학자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초고난도에 도전하는 연구라면 성공, 실패를 따지지 않는다. 논문, 특허 등을 점수로 환산하는 획일적 평가제도를 혁파했다. 논문, 특허 등 기술적 성과(output)에서 감소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치고 혁신이라는 좁은 문으로 간다. 지금 한국 과학기술계가 추구해야 할 성과는 2차, 3차 성과인 사업적 성과(outcome)와 사회적 성과(impact)이기 때문이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평가도 차별화한 정성지표 도입을 가능하게 했다. STEAM 연구·개발 사업의 경우 과제별로 다양한 평가지표 설정도 가능하다. 과학기술 선도국가를 목표로 '우리도 한 번 해보자'가 아닌 '우리가 한 번 해보자'는 꿈으로 차원이 올라가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여건일 수 있다.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내디뎌야 한다. 광활한 꽃밭도 처음 핀 한 송이에서 시작하기에.

김현우 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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