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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탈당하라"던 그 당 맞나…친문도 '李 호위무사' 됐다 [달라진 野세력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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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재명 민주당 대표 후보는 14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대전·세종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누적 1위를 한 뒤 "앞으로 최고의 투표율을 보여주시길 각별히 당부드린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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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8·28 전당대회의 반환점을 돈 지난 14일 이재명 대표 후보는 12개 시·도 권리당원 투표에서 누적득표율 73.28%를 기록했다. 2위 박용진 후보(19.90%)의 4배 가까운 득표율인데다, 15일 3위 강훈식 후보가 사퇴하면서 ‘확대명(확실히 대표는 이재명)’ 기류가 세졌다. 1차 국민 여론조사(다른 정당 지지자 제외)에서도 이 후보는 79.69%였다.

2년여 전까지만 해도 ‘당원권 정지’ 상태에 놓여 있던 이 후보가 ‘압도적 1위’ 조짐을 보이는데 대해, 당내에선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평가이 나온다. 뽕나무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된 것 처럼 당 내 세력지도의 변화가 급격하다는 의미다.

경기지사 시절 검찰이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했던 2018년 12월만 해도 이 후보는 당내에서 쏟아지는 출당·제명 요구에 포위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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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민주당 신년인사회가 열린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이해찬 대표(왼쪽)에게 이재명 경기지사가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해찬계 인사는 "이 전 대표가 이재명 후보를 평소 격하게 아끼고 있고 이 후보도 많이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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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당시 이해찬 대표에게 “법원 최종 판결까지 당원권 정지를 해달라”며 스스로 족쇄를 찼다. 친문계에서 “그 정도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며 수긍하고 나서야, 그에 대한 출당·제명 요구가 가까스로 잦아들었다. 이 후보의 당원권은 2020년 7월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나오기까지 1년 7개월 동안 정지됐다.

지금도 이 후보는 성남FC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검·경의 조준선에 올라 있다. 하지만 당내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당내에선 “당헌 80조를 서둘러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주를 이룬다. 부정부패로 기소될 경우 당직을 정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이 후보를 옭아맬 수 있으니, 그 가능성을 미리 없애자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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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당헌 80조’ 개정에 목소리 키우는 신명계



이런 주장은 7인회로 대표되는 ‘구(舊) 친이재명계’보단 지난 대선·지방선거에서 새로 합류한 소위 ‘신(新)이재명계(신명계)’에서 강하게 나온다. 과거 정세균계나 박원순계, 또는 범(汎)친노·친문으로 분류돼 온 인사들이 길목마다 이 후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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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의원(왼쪽) 과 안규백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의 자리는 서로 옆자리여서 수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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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인물이 정세균계 좌장이던 안규백 의원(4선)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헌·당규 개정을 총괄하는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을 맡은 그는, 당헌 80조 개정에도 적극 찬성 입장이다. 다른 중진 의원 사이에서 “안 의원과 이 후보가 같은 배를 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두 사람은 국회 본회의장에서도 나란히 앉는다.

과거 박원순계로 분류됐던 박홍근 원내대표와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지난해 7~10월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박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박용진 대표 후보가 ‘당헌 80조’ 논의를 위한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자 “정치적 유불리를 위해 당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던 진성준 수석 역시 이 후보와 트위터에서 환담을 주고받으며 친밀함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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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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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계로 맹활약 중인 다른 친문계 의원들도 여럿이다. 2016년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가 영입했던 김병기 의원은 이젠 ‘이재명 호위무사’로 불린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이 이 후보의 대표 출마를 모두 반대했을 때 유일하게 찬성했고, 최고위원 출마 제안을 고사하면서까지 이 후보를 돕고 있다. 그는 지난 9일 유튜브 ‘박시영TV’에서도 “이 후보에 대한 수사는 실체가 없다”며 이 후보를 공개 두둔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과정에서 탈당했던 무소속 민형배 의원도 친문계에서 친명계가 된 인사다. 그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사회정책비서관을 거쳐 국회에 입성한 뒤, 지난해 1월 일찌감치 이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이 후보 역시 최근 “개인적 이익을 위해 탈당한 게 아니다”라며 민 의원 복당을 의지를 밝혔다.



당내 경선 거칠 때마다 커지는 ‘이재명계’



현재 범(汎)친명계는 민주당 의원 169명 가운데 절반쯤인 80여명가량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초 경선룰 관련 연판장을 돌린 63명에 서명에 참여하지 않은 7인회 및 친명 중진 의원 일부를 합친 숫자다. 당내에선 “이 후보 팬덤에 의지해 당내 경선에서 다득표를 노리는 이들이 친명계에 자발적으로 합류하는 경우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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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가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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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각각 이해찬계과 비주류로 분류됐던 5선 조정식·안민석 의원도 그런 경우다. 이들은 지난해 경선 캠프에서 각각 상임총괄본부장과 특보단장을 지냈고, 올해 초 경기지사 선거 당내 경선에선 앞다퉈 ‘친이재명계’를 자임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이들이 경기지사 출신인 이재명 대선 캠프에 일찍 합류한 배경엔 6·1 지방선거 경기지사 경선출마를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들의 경선 출마회견에는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이 캠프 요청으로 모두 배석했다.

8·28 최고위원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와 별다른 접점이 없던 친노·친문계 정청래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선 “이재명 대통령, 정청래 당 대표가 꿈이었다”며 ‘명심(明心)’에 호소하고 있다. 과거 범(汎)정세균계로 분류됐던 서영교·장경태 의원도 최근 친명계로 변신해 이 후보의 지역 일정에 일일이 동행 중이다. 박찬대 의원의 경우 지난 대선 때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지내며 ‘친명’이 된 뒤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차출된 케이스다. ‘이재명의 러닝메이트’를 자임하는 그도 2019년 이인영 원내대표 시절 원내대변인을 지내면서 범(汎)이인영계로 분류됐다.



대선주자 없는 친문 주춤하자…“공천권 있는 친명으로”



친문계가 주춤한 것도 ‘이재명 독주’의 이유다. 친문계 주류는 지난 대선 경선에 후보를 내보내지 못하면서 조직력이 느슨해졌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문계 좌장 전해철·홍영표 의원이 불출마면서 구심점 자체가 사라졌다. 친노·친문의 막내를 자임했던 강병원 의원이 예비경선(컷오프)을 넘지 못한 게 그 결과다. 계파색이 옅은 재선 의원은 “선거에서 연달아 지다 보면 세력이 쪼그라든다”며 “과거 친문이라고 주장하던 이들도 공천권을 쥐는 쪽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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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재인계 좌장인 전해철 의원(왼쪽)과 홍영표 의원. 두 사람은 97그룹의 반대로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았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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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계에선 ‘이재명 독주’가 국회의원들의 결집보다는 국민·당원의 의지에 따른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민주당이 야당이 된 상황에서 강한 야성을 보여줄 지도자는 이 후보밖에 없다는 게 당원의 공감대”라며 “만약 이 후보가 대표가 되면 선명한 정책과 기조로 윤석열 정부와 정면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친문계 초선 의원은 “이 후보가 사법리스크까지 있는 상태에서 ‘닥치고 투쟁’ 기조로 이어가면 과연 중도층이 민주당을 거들떠보겠느냐”라며 “개딸 같은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소화하면서도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하는 시험대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저점을 찍은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향후 변수로 꼽힌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만약 이 후보가 강경일변도로 간다면 외려 윤석열 정부에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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