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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척수 손상된 쥐가 런닝머신을…이태우 교수 연구팀, 네이쳐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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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과제'로부터 연구 시작

인간에게도 임상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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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머신에 올라간 쥐 〈사진='이태우 외,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실험용 쥐가 한 걸음씩 러닝머신 위로 발을 내딛습니다. 그런데 이 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척수가 손상돼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기적적인 일이 벌어진겁니다. 이 쥐가 걷거나 뛰어다닐 수 있게 된 건 국내 연구팀이 전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공 신경' 덕분입니다. 이식된 신축성 유기 인공 신경이 마비된 쥐의 다리 움직임을 재현해 쥐가 근육 운동을 회복한 겁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연구의 책임자가 생물학이나 의학을 전공한 교수가 아니라는 겁니다.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이태우 교수 연구팀이 스탠포드대학 제난 바오 교수 연구팀과 함께 2017년도부터 매진해온 결과물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쳐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16일(한국시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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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부터) 서울대 이태우 교수, 스탠포드대학 제난 바오 교수, 서울대 이영준 박사, 스탠포드대학 유신 리우 박사, 서울대 서대교 박사과정 〈사진='이태우 외,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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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 결과는 동물을 대상으로 실험에 성공한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신경 손상 회복'이라는 과학적 난제에 한 발 더 다가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생물학적·의학적 과학 난제를 공학적으로 접근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손상된 신경을 치료하기 위해 외과적 수술과 약물치료 등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손상된 신경을 다시 회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최근 임상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기능적 전기자극 치료 역시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투입되고, 생체적 합성이 떨어져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오랜 시간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불가능한 일'이라고 여겼던 난제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습니다. 이 교수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Q. 연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A. 평소에도 학생들에게 '남들이 안 하는 걸 도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가 의학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연구자는 아니지만 '꿈꾸는 과제를 해보자', 지원은 없더라도 '과연 이게 가능할까'라고 생각되는 아이디어,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에 도전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척수가 손상된 쥐가 런닝머신을 뛰고, 공을 차게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물론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재료공학부 교수와 학생들이 모였지만, 생물학적·의학적 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당시 생물학 박사 과정이었던 스탠포드대학 유신 리우 박사와 토론을 하면서 함께 이 도전적인 연구를 진행하게 됐고, 여러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성과를 이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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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이 개발한 바퀴벌레 인공 신경 〈사진=서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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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구는 쥐가 아닌 바퀴벌레의 다리를 움직이게 하는 데서 시작됐습니다. 인공 신경과 바퀴벌레 다리를 연결해 움직임을 만든 겁니다. 2018년에 사이언스 논문에 실린 연구결과입니다. 이후 목표를 설치류인 쥐로 바꿨습니다. 쥐의 인공 신경을 만드는 데 처음 성공한 건 2018년 여름입니다. 연구에 몰두하던 이태우 교수 연구팀은 쥐가 뛰는 모습을 보고 함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Q. 당시 기분은 어땠나요?

A. 너무 좋죠. 그래서 동영상에서 쥐가 뛰는 장면 있잖아요. 그 장면만 수백 번은 본 것 같습니다. 저희 스스로도 구현하고도 굉장히 재미있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동영상을 휴대폰에 넣어놓고 주변 사람들한테 '움직일 수 없는 쥐가 이렇게 움직인다'고 많이 보여줬습니다.

실험을 마친 연구팀은 논문 작성과 의학·생물학계에 해당 개념을 이해·접목시키는 과정을 거쳐 논문을 출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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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 포함된 그림 〈사진='이태우 외,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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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우 교수 연구팀은 쥐를 넘어 최종 목적인 '인류의 신경 회복'이라는 목표를 향해 계속 도전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현재는 동물 실험과 환자에 대한 임상 실험 등 두 가지 방향을 두고 어느 것을 먼저 시도할 것인지 검토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환자에 대한 임상 실험을 곧바로 검토할 수 있는 건 다행히 인공 신경을 통한 임상 실험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는 “합병증 등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임상실험에 비해 부작용이 적다”고 설명했습니다. 생체에 부작용인 적은 인공 소자의 전극을 환자의 몸 안에 넣은 뒤 환자가 자신이 받은 느낌을 연구자에게 설명하는 방식으로 임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태우 교수는 이번 연구를 '20년짜리 프로젝트'라고 말합니다. 의학, 공학, 생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연구해 풀어가야 하는 난제이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연구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가 가장 선두에 서 있지만, 성과를 더 빠르고 크게 내기 위해서는 공동 연구가 가능한 리서치센터가 절실하다”고 말했습니다.

유요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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