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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김형오 “이준석 결국 실패… 태극기든, 꼴통이든 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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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국회의장 “이렇게 당에 불만 많은 당대표는 처음”

“기존 세력을 적대시해서는 안 돼…이준석을 당대표로 지지한 나이든 당원도 많다”

“자기를 낮추면서 진정으로 다가가 먼저 손 내밀지 않는데 누가 동지가 되겠는가”

세계일보

김형오 전 국회의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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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원로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기자회견을 연 것과 관련해 “실패했다”라고 평가했다.

15일 김 전 의장은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대세를 이끌 그 무엇, 그가 윤 정부에 대해 쓴소리한 것과 같은 ‘어젠다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능력’을 못 보여준 것이 이준석 실패의 큰 이유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우선 이 대표에 대해 “당에 대한 불만이 이렇게 많은 당대표는 일찍이 없었고 앞으로도 드물 것”이라며 “당의 대표마저 당을 자기 뜻대로 움직여 나가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찌 하란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는 당의 구조를 강경 완강한 이른바 ‘꼴통’ 보수에서 유연‧합리‧진보적인 보수로 탈바꿈하기 위해 치열하게 임했지만 여러 한계와 제약에 부닥친 모양”이라며 “그럼 ‘이준석표 개혁 아이콘은 뭔가’ 하면 이 역시도 쉽게 대답이 안 나온다”라고 짚었다.

아울러 “태극기 보수 세력에 대한 불신이 내면 깊이 자리 잡았다”며 “명석하고 말 잘하는 이준석이기에 구닥다리 행태를 못 참고 쏘아붙이고 ‘박멸’하려 한다는 인상을 준 것이 오히려 화근이었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김 전 의장은 “정치는 현실이고 이들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며 소중한 한 표”라며 “선거는 표를 많이 얻는 사람이 당선되는 것이지 똑똑한 사람 뽑는 것이 아니잖은가. 태극기든 꼴통이든 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들의 노선을 따르라는 게 아니고 이들을 내 편으로 만들었어야 했다”라며 “이준석보다 두 배 이상 인생과 경험을 한 사람들이 젊은 대표 말 몇 마디에 ‘옳다, 생각을 바꾸자’고 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기존 세력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며 “당의 변화‧혁신을 바랐기에 이준석을 당대표로 지지한 나이든 당원도 많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거 질타했다.

이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양두구육’, ‘삼성가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해 “이런 말 더는 쓰지 않기를 바란다”며 “밤잠을 설치며 분을 삭이지 못해 나온 말이겠지만 상대방 인격에 치명타를 가하면서 자신의 도덕적 수준까지 의심케 하는 발언”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듣기에 따라서는 이준석은 양(羊)이고 윤석열은 개고기라고 해석될 소지가 있고 아무리 서운해도 지도자라면 일정 선 이상, 도를 넘어서면 안 된다”며 “삼성가노 역시 마찬가지로 나관중의 소설 속에나 머물러 있어야지 실제로 면전에서 할 수 없는 지극히 모욕적인 말”고 덧붙였다.

그는 “당대표로서의 권위도 인정 못 받고 홀대 받은 점을 생각하면 어찌 잠이 오겠는가”라며 “젊고 원외면서 논리정연하게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려니 당 안팎 기성 정치권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함께하고 같이 가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는가”라며 “자기를 낮추면서 진정으로 다가가 먼저 손 내밀지 않는데 누가 동지가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세계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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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대표는 지난 13일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및 윤핵관 호소인들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 권성동 이철규 장제원 의원을 ‘윤핵관’, 정진석 김정재 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이라고 각각 실명으로 거명했다.

그는 “일련의 상황을 보고 제가 뱉어낸 양두구육의 탄식은 저에 대한 자책감 섞인 질책이었다”며 “돌이켜 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빗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아울러 이 대표는 ‘삼성가노’(성 셋 가진 종놈)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이는 삼국지 소설에서 여러명을 아버지로 섬긴 인물인 여포를 지칭한 말이다. 이를 두고 2017년 대선에서 세 명의 후보를 지지했던 장제원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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