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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수출 대박에 가려진 무기의 그늘 [뉴스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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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권혁철의 안 보이는 안보

폴란드 등 대규모 무기 수출

K방산 대박 호재 환호 일색

한국 무기 가성비만 강조해

무기는 ‘죽음의 상품’ 특성

국제정세 지정학 두루 작용

이종섭 국방, 무기 수출 때

“인류 보편가치 철학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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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K-2 전차 훈련 모습. 육군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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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폴란드가 K2 전차 980대, K9 자주포 670문, FA-50 경공격기 48대 등 한국산 무기 구매 기본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출 금액 규모는 구체적인 본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 10조원대 이상이고, 무기 도입 이후 중장기 후속 군수지원 물량까지 포함하면 최대 30~4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산 단일 무기 수출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LIG넥스원은 올초 아랍에미리트(UAE)에 35억 달러(약 4조2000억원) 규모 국산 요격미사일 천궁Ⅱ 수출계약을 맺었다. 천궁Ⅱ가 국산 무기 수출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반년 만에 폴란드 방산 수출로 최대 수출 기록이 바뀌게 됐다. 지난해 12월 오스트레일리아에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했고, 지난 2월 이집트에도 2조원 이상의 K9 자주포 등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대규모 무기 수출이 이어지면서 ‘K 방산’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최근 추세가 이어진다면 현재 세계 무기 수출 8위인 한국이 세계 5위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방산 업계에서는 국산 무기의 우수한 성능과 미국·유럽 무기에 견줘 싼 가성비, 신속한 공급 능력으로 제때 납품이 가능하고 현지 생산도 가능하다는 등을 수출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냉전이 끝난 뒤에 유럽 등 군사 강국들은 전차, 자주포 같은 재래식 무기를 대량생산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 위협에 대비해 이런 무기들을 대량 생산하는 방위산업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위협에 맞서 폴란드가 원하는 무기들을 대량생산해 빨리 공급할 산업역량을 갖춘 나라가 한국이다. ‘냉전의 유물’로 여겨지던 한국 방위산업이 빛을 본 것이다.

하지만 K 방산을 한국 무기의 가성비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무기 수출에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와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K-9 자주포를 수입한 나라들을 보면, 러시아의 군사 위협(폴란드, 핀란드 등 동·북유럽)과 중국의 군사 위협(인도, 오스트레일리아)에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높아진 안보불안감이 지난달 폴란드 대규모 무기 수출의 배경이 됐다.

무기는 핸드폰이나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상품이다. 무기는 목숨과 직결된 상품이다. 무기 수출은 대립하는 양쪽 중 어느 한편에 서는 선택일 수 있다. 무기는 사용 대상이 된 다른 한쪽의 공포와 반발을 불러온다. 무기 수출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 측면에서는 자주 논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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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K-9전차 자주포 훈련 모습. 육군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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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한국이 1997년 K-9 자주포를 첫 수출한 나라다. 원래 터키는 독일 자주포 내부 장비들을 면허 생산해 자체 자주포를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분쟁 조장 소지와 인권탄압 문제 등을 이유로 독일이 수출을 거부하면서 한국 K-9 자주포를 수입했다. K-9 자주포를 수입해 자국 모델 자주포를 개발한 터키는 이 무기로 2019년 10월 국경을 맞댄 시리아 동북부 쿠르드족을 포격했다. 당시 국내 시민단체들은 터키의 쿠르드 침공을 규탄하며 한국 정부에게 터키에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달리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이 쿠르드족 인권문제 등을 문제삼아 터키에 대한 무기수출을 금지했다.

폴란드가 손꼽히는 전차 강국인 독일이 바로 옆에 있는데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K2 전차 980대를 수입하려는 이유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지만 폴란드 정부는 독일 등 유럽연합(EU)과 사이가 나빴다. 유럽연합 쪽은 폴란드를 인권 침해, 언론 탄압 등을 일삼는 나라로 취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폴란드는 ‘독일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고 비판해, 양국 사이가 껄끄러웠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방산 수출을 포기하긴 어렵다. 방산 수출을 산업 측면에서 ‘대박’으로만 좁게 볼게 아니라 인권문제, 국제정치 등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다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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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27일(현지시각) 폴란드 정부와 한국 방산업체들이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자주포 도입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세바스찬 흐바워크 국영방산기업 PGZ 회장. 바르샤바/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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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민간 안보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는 ‘2021년 세계 무기 수출 위험 지수’(Arms Sales Risk Index) 보고서를 발표했다. 케이토 연구소는 △부패 여부 △정국 불안정 수준 △국내 인권유린 여부 △내전 등 무력분쟁의 4가지 요소에 따라 미국 무기 수출이 해당국에 어떤 역할과 후유증으로 나타났는지를 점수를 매겼다. 점수는 1~100인데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적 후유증으로 간주했다.

지난 2021년 무기 수출 위험 지수 40 이상인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파키스탄, 이집트, 터키, 인도, 멕시코 등이다. 이 가운데 이집트,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은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다.

한편, 이종섭 국방장관은 무기 수출 때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 자리에서 “(무기 수출 때) 국익도 중요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와 철학도 중요하지 않냐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무기수출 정책을 바꿨는데 우리도 고민할 시기가 아닌가”란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장관은 “우리가 무기를 수출할 때 오직 돈만 보고 특정 국가에 수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며 “외교부에서 그런 부분은 많이 확인하고 외교 안보 관계 부처간의 협의에 따라서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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