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포드 제치고 글로벌 5위 된 지 12년 만
현대차그룹, 부족한 반도체 나누기 전략 먹혀
日 르네사스 공장 정상화·협력업체 구매력 도움
경쟁업체는 반도체 수급난 직격탄에 생산 차질 커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사옥. 현대차그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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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5위 완성차 그룹에 오른 지 12년 만에 3위 업체로 발돋움했다. 전 세계 경쟁 업체들이 반도체 수급난에 허덕일 때, 한정된 공급량을 최적의 생산 라인에 배치한 덕분이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반도체 공급이 원활해지면 3위 자리 굳히기에 나설 계획이다.
15일 글로벌 완성차그룹 실적자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올 상반기 국내·외 판매량은 329만9,00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187만9,000대, 기아가 142만 대를 각각 판매했다. 이는 일본 도요타그룹(513만8,000대), 독일 폭스바겐그룹(400만6,000대) 다음으로 많은 수치로, 글로벌 3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2022년 상반기 완성차그룹별 자동차 판매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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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다음으로는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314만 대) △스텔란티스(301만9,000대) △제너럴모터스(284만9,000대)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은 2010년 처음으로 미국 포드자동차를 제치고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가 됐다. 지난해에도 연간 666만7,000대를 판매, 같은 자리에 머물렀다. 그러다 올 상반기 12년 만에 단숨에 2계단 상승한 것이다.
①공급사슬관리 ②대체공급선 확보 ③부품업계 구매력
차량용 반도체 이미지. 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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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글로벌 3위에 오른 데는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인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역설적으로 한몫을 했다. 경쟁 그룹의 올 상반기 판매 감소 폭은 도요타 6%, 폭스바겐 14%, 스텔란티스 16%, 르노-닛산-미쓰비시 17.3%, GM 18.6% 등을 기록했다. 반면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①반도체 공급사슬관리(SCM) ②일본 르네사스 반도체 정상화 ③부품업체 구매력 등이 반도체 수급난 대응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확보한 수량이 한정적이라 ①수익성 ②대기 수요 ③생산 효율 등을 고려, 최적의 차량에 반도체를 먼저 공급한 것이 잘 먹혔다. 차량 전자장비를 제어하는 '마이크로콘트롤유닛(MCU)'은 전기차에 대략 1,000개, 하이브리드 600~700개, 일반 내연기관차량 200~300개가량 필요하다.
제네시스 준대형 전기차 세단 'G80 전동화 모델'. 제네시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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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MCU는 차량별로 사양이 비슷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두고 생산에 투입할 수 있는데 현대차그룹이 장기간 쌓아 온 생산 능력이 발휘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르네사스 공장 화재 사건이 잘 마무리되면서 공급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완성차 업체 협력사는 반도체를 조각조각 구매하지만, 현대차그룹 협력사들은 수직계열화돼 있어 구매력도 강하고 공급도 안정적이다"고 덧붙였다.
또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와 전기차 시장에서의 성장도 글로벌 순위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제네시스는 올 상반기 미국에서 2만5,668대가 팔려 반기 기준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다. 또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매월 1만 대 이상 판매되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반기 반도체 수급 상황 개선 전망…전기차 중심 판매 확대
2022부산국제모터쇼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6'를 관람객과 취재진들이 살펴보고 있다. 류종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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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은 당분간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상황이 좋아져 생산량이 점점 늘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양한 신차 출시로 시장 장악력도 높일 계획이다. 우선 다음 달 현대차의 첫 번째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6'가 판매에 들어간다. 또 10월부터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싼타페 하이브리드, 12월 제네시스 GV70 전기차 등이 생산에 돌입,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기아도 고성능 전기차 'EV6 GT'를 3분기 중 출시하고, 연말까지 친환경차 판매량을 전년 대비 30%가량 늘릴 계획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생산 차질로 쌓인 선진국의 자동차 대기 수요는 여전히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국내의 경우 6월 기준 약 64만 대, 유럽에서도 14만 대가량 되기 때문에 반도체 수급이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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