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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단독] 5개월새 반토막도···거품 꺼지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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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최근 경매시장 '리세일' 분석

우국원·문형태·김선우 작품

몸값 치솟다 하락세로 돌아서

시세차 노린 단타에 희소성 뚝

"재판매 유예 등 둬야" 지적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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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치솟았던 일부 인기작가의 그림값이 조정국면에 진입했다. 서울경제가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미술시장정보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경매 내역을 분석한 결과 거래량과 거래액 상승폭이 가장 큰 인기작가 우국원·문형태·김선우 작가의 가격 하락세가 포착됐다. 직접적인 가격 변동을 확인하기 위해 동일 작품이 재판매 된 리세일(resale) 사례를 추적했다.

우국원(46) 작가의 2017년작 ‘타다(Tah-Dah)’는 지난해 8월 경매에서 1억200만원에서 낙찰됐으나, 지난 6월 경매에 다시 나와 89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4월 경매에서 1500만원에 거래된 ‘본파이어(BonFire)’는 7개월 만인 11월 경매에 올라 7500만 원까지 몸값을 끌어올렸으나 올 2월 경매에서 4400만원에 낙찰돼 꺾어진 가격곡선을 그렸다. 이는 지난해 미술시장 호황기 진입과 함께 급등한 작품값에서 ‘거품'이 빠지는 양상을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과열 양상에 대한 경고를 내놓았던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이같은 ‘거품제거' 이후 시장 안정화와 건전성 제고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 작가의 경매 이력은 2013년과 2015년 각 1점, 2019년에 2점 뿐이었으나 지난해 68점, 올 상반기 26점이 거래됐다. 지난해 낙찰총액 49억원을 기록하며 작가별 거래액 10위에 올랐다. 소위 ‘물감이 채 마르기 전에 팔리는 인기작’으로 불렸다. 실제로 2021년작 ‘아임 투 레이트 투 비 어 비건(I’m too late to be a Vegan)’이 제작 당해 9월 경매에서 5900만원, 2개월 뒤인 11월 경매에서 8500만원에 팔렸다. 하지만 올해 4월 경매에서 4200만원으로 ‘반토막’ 추세를 보였다.

문형태(46) 작가는 2011년 경매에 데뷔한 후 총 608점이 낙찰됐는데, 지난해 316점, 올 상반기 93점으로 거래량이 급등했다. 지난해 경매 거래량 순위에서 김창열,이우환에 이어 3위다. 작가가 즐겨 그리는 회전목마 소재의 2019년작 ‘메리 고 라운드(Merry go round)’가 지난해 2월 경매에서 2400만원에 팔린 후 10월에 다시 나와 225% 상승한 5400만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동명의 2020년작은 지난해 12월 3500만원에 거래된 것이 올 3월 경매에서는 3050만원, 한 달 뒤인 4월 경매에서 2900만원에 낙찰되며 하향 곡선을 그렸다. ‘웨딩베일(Wedding Veils)’은 지난해 9월 1300만원에 낙찰된 후, 12월 경매에서 980만원에 팔렸다.

김선우(34) 작가는 2019년에 경매 데뷔작으로 약 540만원(3만5000홍콩달러)에 낙찰된 ‘모리셔스 섬의 일요일’이 지난해 9월 1억1500만원, 약 21배에 재판매되면서 급부상했다. 높은 낙찰률 속에 지난해 94점, 올 상반기 53점이 거래됐다. 지난해 12월 경매에서 1500만원에 팔린 ‘시커즈(Seekers)’는 지난 4월 경매에서 1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 2020년작 ‘도위(Dowie)’는 상반기에만 3번이나 경매에 올라 낙찰가는 2000만원, 1500원, 1900만원의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작품값 하락의 원인은 작가의 전시이력이나 전문가 평가와 무관한 ‘과잉가격’이 형성됐고, 투자 목적으로만 접근한 일부 구매자들이 수익 실현을 위해 단기간에 재판매를 강행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미술시장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제작돼 경매에 나오는 작품 비중이 2019년 4.2%에서 지난해에는 22.9%, 올 상반기 32.8%로 급증했다. 이는 미술품의 본질인 전시·감상을 배제한 ‘재테크형 그림 소비’의 전형으로 해석된다. 시세차익만 노린 잦은 경매 탓에 희소성이 떨어지면서 급기야 작가도 ‘피해자’가 됐다.

현재 개인전이 한창인 김선우 작가의 경우 갤러리의 판매 계약서에 ‘재판매 3년 유예'가 명시돼 거래되고 있다. 수익성만 노린 단기 재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다. 갤러리들은 전속작가를 위해 재판매 유예를 3~5년, 길게는 10년까지 보장하기도 한다. 작가 뿐만 아니라 건전한 애호가들을 보호하는 장치다.

최근 ‘2022년 상반기 미술시장 분석 보고서’를 발표해 신진작가의 과다한 경매거래를 지적한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측은 “지속가능한 미술계를 만들기 위한 자성이 이뤄진다면 한국미술시장은 올가을 프리즈서울과 키아프를 계기로 투기가 아닌 투자처로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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