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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태극기 집결한 광화문 광장…재개장하자마자 또 '논란의 땅'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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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5일 오후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 일대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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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9개월간의 공사 끝에 지난 6일 재개장한 광화문 광장을 대규모 집회로 처음 메운 건 보수단체였다. 광복 제77주년인 15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가 대표로 있는 자유통일당은 이날 정오 무렵부터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자유통일 일천만 국민대회’를 열었다.

서울 중구 동화면세점 앞부터 대한문 앞까지 인도와 세종대로 6개 차로, 광화문 광장 남단 일대가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집회 신고 인원은 4만명. 이들은 등에 ‘자유통일’이 적힌 흰 반팔티와 군복 등을 입고 노래에 맞춰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다. 비슷한 시각 명예회복운동본부,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 등도 대한문과 청와대 분수대 앞 등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며 모여들었다.

경찰은 이날 오후 세종대로 사거리부터 시청역 일대를 전면 통제하고, 집회 현장 인근에 교통경찰 400여명을 배치했다. 또 경력 23개 중대를 배치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광화문 광장은 당초 집회 신고 장소에선 제외됐지만, 오후 3~4시에 이르자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남측 일대도 집회 군중의 차지가 됐다. 광화문 광장에선 미신청 집회가 열린 셈이다. 경찰은 집회 참가자들이 광화문 광장으로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세종대로 사거리에 동에서 서로 경찰 버스들을 배치하고, 집회 신고 장소를 벗어난 참가자들을 향해 해산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군중은 흩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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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 남단이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차 있다. 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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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광화문 광장 정치집회 금지”



광화문 광장에서 행사 등을 열려면 현재 서울시 조례에 따라 서울시에 사용신청을 해야 한다. 재개장한 광화문 광장 중 사용신청이 가능한 영역은 광장 북측 잔디 마당과 세종대왕상 앞마당 두 곳으로 총 5275㎡ 면적이다. 지금도 조례상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 광장 조성 목적과 어긋난 경우엔 서울시가 광장 사용을 제한할 수 있다. 각종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 집회도 ‘문화제’로 사용 신청을 하거나 인근 건물 앞에 집회 신고를 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해 왔다.

최근 서울시는 아예 광화문 광장에서 정치적 목적의 집회를 할 수 없도록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소음·교통 등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광화문 광장 자문단을 이달부터 상시 운영해, 사용 목적이 적절한지 등을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앞서 “광장 주변 지역주민들의 소음 피해와 과도한 행사 설치물로 인한 광장 이용 불편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라며 “적정 소음과 설치물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받을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집회·시위로 변질 될 우려가 있는 행사인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조례를 개정해 자문단을 정식 기구화한다는 계획이다.



진보·보수 단체 “광장 집회 허용해야”



하지만 사용 허가 기준인 광장 조성 목적이 명확하지 않고, 또 국민 기본권인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서울시가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50대 중반 안모(경기 남양주 거주)씨는 “앞으로는 광화문 광장 쪽에서도 집회를 할 것”이라며 “광장은 시민의 것이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는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집회 참가자 A씨(71)도 “금지하니 마니 하는 건 헛소리다. 절차만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여론을 침묵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5일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연합도 조례를 통한 집회 제한은 반헌법적이라며 논평을 냈다. ‘광화문 광장 집회 허용’에 관한 한 진보·보수 단체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셈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21조 1항에서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해서는 허가나 검열을 금지하고 있다”며 “지자체의 조례에 의해서 기본권을 제한한다는 것이 형식과 내용 모든 면에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정치적 집회는 허용한다는 것 역시 헌법적 근거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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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차로 일대에 집회 참가자들이 앉거나 서서 무대를 보고 있다. 이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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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무관 시민들은 “규제 필요”



하지만 집회 금지를 찬성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인근에 볼일이 있어 나왔다는 이모(26, 경기 안산 거주)씨는 “목적과 방향성 없이 소리만 지르는 집회가 많다. 소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이모(50)씨도 “(집회를 허용하면) 일주일에 한 번 쉬러 온 사람들의 권리를 침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준·최서인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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