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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쇼팽 콩쿠르 동양인 첫 우승' 당 타이 손 "아시아인에 기회 열린 음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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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내한… 21일 예술의전당서 리사이틀
베트남 태생으로 1980년 쇼팽 콩쿠르 우승
"팬데믹 중 관중과 직접 대면 아닌 온라인 공연 거절"
쇼팽 춤곡 등 연주… "내 피에 흐르는 쇼팽 음악"
한국일보

1980년 쇼팽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은 콩쿠르 우승 후 커리어를 천천히 시간을 갖고 발전시키고 싶어 학교로 돌아가 음악 레퍼토리를 넓혔다며 이는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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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혁명의 상징이었다. 나의 쇼팽 콩쿠르 우승을 계기로 베트남 정부가 클래식 음악 교육과 음악 학교에 더 투자하게 됐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국내에서 클래식 대중화 바람이 불고 있다면, 이 연주자의 쇼팽 콩쿠르 우승은 세계 음악계와 고국 베트남에 일대 사건이었다. 서구 음악인이 독식하던 쇼팽 콩쿠르에서 1980년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베트남 태생의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64)은 최근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조금의 기대도 없이 참가한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영어도 잘 못하던 작은 아시아인의 삶이 바뀌었다"며 "반체제 시인으로 베트남 정부하에서 어려움을 겪던 아버지가 마침내 제대로 된 결핵 치료도 받을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 타이 손은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3년 만에 방한 리사이틀을 연다. "관중과 직접 만나지 않는 공연은 내키지 않았다"는 당 타이 손은 온라인 공연 제안을 모두 거절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된 2년 이상을 무대에 서지 않았다. 그는 캐나다에서 시작해 임윤찬도 참가한 폴란드 두슈니키 즈드루이 쇼팽 국제 음악제에 이어 한국 무대에 서게 된 이번 공연 일정에 대해 "대중 앞에 설 수 없던 2년 반의 시간 때문에 인생 그 어느 때보다 무대를 갈망했고 준비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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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 스페셜리스트'인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은 쇼팽과 나는 매우 운명적 연결이 있다고 말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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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로서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번 공연 프로그램은 '쇼팽 연주 대가'답게 쇼팽과 드뷔시, 라벨, 프랑크의 곡을 연주한다. 1부에서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드뷔시의 '영상' 1권, 프랑크의 '전주곡, 코랄과 푸가' 등을 선보인다. 쇼팽의 춤곡으로 구성한 2부에서는 '폴로네즈', '왈츠', '마주르카'와 더불어 자주 연주되지 않았던 '에코세즈', '타란텔라'도 연주한다. 그는 "며칠 전 폴란드 공연에서 관객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곡에 대해 새 작품을 발견한 듯 열광적으로 반응해 줘 좋았다"고 소개했다.

세계 최정상 악단들과 호흡을 맞추며 캐나다 몬트리올 음대에서 20년 넘게 후학을 양성 중인 당 타이 손은 삶의 역경을 딛고 일어선 예술가다.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1960년대 하노이에서 첫 스승이자 피아니스트인 어머니를 따라 피란지에서 망가진 피아노로 연습한 어린 시절의 일화가 특히 유명하다. 그는 "어머니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모든 쇼팽의 음반과 자료를 구해 왔다"며 "베트남은 음악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쇼팽에 관해서만큼은 내 피에 흐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음악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쇼팽은 조국 폴란드에 남다른 조국애를 보인 점에서 나와 공통점이 있다"며 "쇼팽의 음악은 머리가 아닌 감정과 감성으로 완성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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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은 메뉴판이 책처럼 두꺼운 레스토랑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좋은 레스토랑이 자신 있는 메뉴만 정리해 보여주듯 당 타이 손이 어떤 피아니스트인지 잘 드러낼 수 있는 음악으로 공연 프로그램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마스트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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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타이 손은 몬트리올 음대에 이어 최근에는 미국 오벌린 컨서바토리, 뉴잉글랜드컨서바토리 교수로도 선임돼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중국계 캐나다인 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클래식 음악계의 가장 큰 변화로 무대 지평을 넓히고 있는 아시아 연주자들의 활약상을 꼽았다.

"내가 젊은 시절 서양 클래식 음악을 한다는 이유로 특별한 시선을 누린 것과 달리 지금 아시아 연주자들은 그런 특권은 누리기 어렵죠. 하지만 기술과 인터넷 발달로 동서양의 문화 장벽이 사라졌고 음악 자료는 넘쳐나요. 아시아 음악인에게는 큰 기회입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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