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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전세’에 악용되는 전세보증 손질 검토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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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공시가의 150%까지 보증

일부 집주인 전세금 올리기 악용

국토부 현장 실태점검 나서

보증 제한되지 않되 보완 고심


한겨레

서울 마포구 공덕동 일대 빌라촌.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있는 다세대주택(빌라)을 전세 2억원에 계약할지 고민 중인 김아무개씨는 친지로부터 ‘깡통전세’ 위험을 따져보라는 조언을 듣고 ‘아차’ 싶었다. 해당 빌라의 분양팀 관계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 요건 기준인 ‘공시가 150%’(2억2500만원)보다 전세금이 낮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지난해 완공된 이 빌라는 시세를 알 수 없는 대신 공시가격이 1억5천만원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보증공사에 문의한 결과 “선순위 채권이 없는 경우에 한해 전세보증 가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답변을 받았지만, 계약을 해도 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최근 다세대·연립주택을 중심으로 집값보다 전셋값이 비싸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워지는 ‘깡통전세’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둘러싼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일부 빌라 건축주나 집주인들이 ‘공시가의 150% 이내, 전세보증 가입 안심’ 등을 앞세워 집값 수준의 전세금을 받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세금반환보증 악용 사례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보증 요건을 손질할지도 검토할 계획이다.

현행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금반환보증은 근저당 등 선순위 채권이 없는 경우 주택가격의 100% 이내의 전세금까지 보증을 해주고 있다. 주택가격은 한국부동산원이나 케이비(KB)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하고, 시세가 없는 다세대·연립주택은 ‘공시가격의 150%’를 1순위 주택가격으로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전까지는 이 경우 주택가격으로 인정하는 1순위가 ‘1년 이내 매매가격’이었는데, ‘위조 매매계약서’ 등이 문제가 되자 정부가 승인한 ‘공시가격’의 150%로 변경한 것이다. 공시가격의 ‘150%’는 현행 공시가격의 현실화율(2022년 공동주택 71.5%)로 볼 때 통상적인 시세 수준에 해당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올해 상반기 신규 전세보증 실적 10만8823건 가운데 ‘공시가격 150%’를 주택가격으로 적용한 경우는 33.3%인 3만6265건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업계에선 ‘공시가격 150%’를 주택가격으로 인정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주택가격의 100% 수준까지 전세금을 올려도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이 허용되는 규정이 악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선순위 채권이 없는 경우 주택가격의 100% 이내까지 전세보증을 제공하는 것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인데, 일부 집주인들은 전세금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보증 가입이 집주인 의무가 아니고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상품이라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토부는 전세보증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깡통전세’ 위험을 방지할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증 가입이 가능한 대상 주택을 줄이게 되면 임차인에 대한 보호가 취약해질 수 있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적절한 방안을 검토해 다음달 발표 예정인 ‘전세사기 종합대책’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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