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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윤 대통령 취임 100일 맞는 국민의힘 ‘이준석을 어이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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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은 뒤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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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에 맞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당을 재정비하려는 국민의힘 호가 이준석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데 이어 15일 언론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과 여당을 향한 거침 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태를 악화시킬까 공개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 대표가 앞으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한 여론전을 이어갈 예정이어서 마냥 대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 이 대표가 제기한 효력정지·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가 비대위 체제 순항의 1차 관문이다.

이 대표는 이날도 윤 대통령과 윤핵관을 향해 “별로 기대치가 없는 집단”이라며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CBS 라디오에 출연해 기자회견에서 한 “대통령 선거 과정 내내 저에 대해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 했다”는 발언에 대해 “윤핵관과 윤핵관 호소인들이 저를 때리기 위해 들어오는 지령 비슷한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노출한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당대표” 문자메시지와 관련해선 “뒷담화할 거면 들키지나 말지. 이제는 돌이킬 수가 없게 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 성적을 묻는 질문에는 “한 25점?”이라고 혹평했다.

이 대표는 이후 CBS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해 가처분 신청 인용시 친윤(석열)계가 신당을 창당할 거라는 주장까지 했다. 이 대표는 “나는 너무 잘 하고 있는데 당이 구려서 지지율이 안 나온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당을 갈아야만 지지율이 오른다는 본말이 전도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내가 만약 지금 전당대회에 출마한 사람이면 ‘윤핵관과 호소인들의 성공적 은퇴를 돕겠다’ 이 한마디로 선거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며 “사실 이번 전대는 그거 하나로 끝난다”고 말했다.

원외 인사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를 향한 비판이 잇따랐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이상 이준석 신드롬은 없다. 당랑거철(본인의 힘은 헤아리지 않고 강자에게 함부로 덤빔)에 불과하다”고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자신의 블로그에 “지도자라면 일정 선 이상을 넘어서면 안 된다. 대의와 공적 책임감이 뒷받침되지 않는 강경투쟁은 자해행위로 취급되지 않겠는가”라고 썼다.

현역 의원 일부는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지만, 대부분은 말을 아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윤석열 정부의 반등을 위한 당·정 안정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시점에서 이 대표 의도에 말려들어 당내 분란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서다. 한 초선의원은 “지금 당 상황에 대해 의원들이 우려가 많다”며 “비대위가 안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원내지도부인 한 의원은 “당내 여파는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당으로서는 무대응하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적극적인 여론전에 나설 예정이어서 무대응 기조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는 이날부터 매일 방송·라디오에 출연할 예정이다. 당원 현장만남도 계속한다. 정당·정치 개혁과 보수정치의 지향점 등에 대한 생각을 담은 책도 퇴고 단계다. 특히 이 대표가 차기 전대와 총선 등을 노리고 당원 가입 확대를 통해 당 주도권 확보에 나설 뜻을 밝히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이 대표는 “공천 시스템뿐만 아니라 정당의 조성 자체를 바꿔야 한다”며 “친노(무현계)가 온라인·모바일 당원 가입을 하면서 DJ와 호남으로 상징되던 민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수도권·화이트칼라로 상징되는 민주당으로 변화했다”고 말했다. 장기전을 예고한 것이다.

이 대표와 당의 승부는 17일 가처분 신청 법원 심리에서 1차로 판가름난다. 빠르면 당일 결과가 나온다.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비대위 체제는 출범하자마자 좌초된다. 기각되면 비대위는 순항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하는 것이지만, 이 대표가 이번 사태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한 이상 이 경우에도 멈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대위 체제 전환 이후에도 당 혼란이 계속되고 지지율이 오르지 않을 경우 이 대표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수 있다.

주호영 비대위원장은 광복절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 비대위원 인선을 위해 막바지 고심을 이어갔다. 주 위원장이 염두에 뒀던 의원 중 상당수가 비대위 참여를 고사하면서 인선작업은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늦어도 17일에는 비대면 상임전국위원회를 소집해 비대위원 임명 의결 절차까지 마칠 계획이다. 주 위원장은 같은날 당 사무총장과 대변인도 발표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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