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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위와 파업

광화문 광장 집회금지했지만…광장 포위한 시위대, 발길 돌린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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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진 기자] [르포]광화문광장, 광복절 집회에 에워싸여...'시민공간 만든다' 못 지킨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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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1시쯤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아래 태극기 든 고령 시민 30여명이 빼곡히 앉아 광장 밖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스크린 속 진행자가 성가를 부르자 노래는 광장 주변 집회용 확성기를 타고 울려 퍼졌다. 한 시민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손을 붙들고 광장 밖으로 나가고 걸음을 옮겼다. 그는 "저 확성기 때문에 바로 옆 아들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시는 '시민 공간'을 만들겠다며 광화문광장 내 사실상 '집회 금지'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광복절 당일인 이날 시민들은 광장에서 눈을 찌푸리고 귀를 막고 다녔다. 광화문광장을 에워싸고 벌어진 집회 소음에 광장 안은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광장 에워싼 집회 참가자들...광장 안에서 '예수 십자가형' 재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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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당일인 15일 오후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전 국민혁명당)이 광화문광장 주변에서 '일천만 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여명이 참가했다. 서울시 방침상 광화문광장 내 집회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서 이들은 광장을 둘러싸고 집회를 했다./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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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전 국민혁명당)은 이날 오후 2시쯤 광장 일대에서 '일천만 국민대회'를 열었다. 일부 보수단체까지 합세해 이날 집회는 주최 측 추산 1만여명이 참가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전 11시쯤부터 광화문광장 일대에 모였다. '동해/삼척' '포항' 등 지역 이름이 적힌 버스에서 집회 참가자가 수십명이 내렸다. '헌금안내'라 적힌 조끼를 입은 안내원들은 참가자들을 광화문광장 쪽으로 안내했다.

서울시는 지난달 광화문광장을 재개장할 때 광장 내 집회나 시위는 '사실상 금지' 방침을 세웠다. 취지는 명확했다. 광장을 시민들 휴식 공간으로 지키겠다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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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1시쯤 광복절을 맞아 일부 시민들이 전광훈 목사의 '일천만 국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을 찾았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시민 00명이 모였다./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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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을 둘러쌌다. 주 무대는 광장 남쪽 감리교본부 앞에 설치됐다. 참석자들은 무대부터 덕수궁 앞까지 350m 구간에 빼곡히 들어 앉았다.

그래도 공간이 부족하자 참가자들은 오후 1시쯤부터 교보문고부터 프레스센터 앞 400m 구간을 채우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을 둘러쌌다. 찬송가와 구호 소리가 광장에 그대로 울려 퍼졌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40대 최모씨는 이날 7세, 9세 딸과 광장을 찾았다. 주변에 집회가 열리는지 몰랐다고 한다. 이들은 코로나19(COVID-19)가 퍼지기 전 광화문광장 분수대에서 즐거운 기억을 만들었다고 한다. 최씨는 "아이들이 오늘은 왜 시끄럽냐고 계속 묻는다"며 "이렇게 집회를 하는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광장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날 이순신 동상 아래 말고도 세종대왕 동상 아래, 세종문화회관 앞 공터에 집회 참가자들이 돗자리 펴고 자리를 잡았다. 일부 참가자들은 광장과 이어진 광화문역 출구에서 주한미군 철수 반대 서명운동했다. 어떤 참가자들은 고대 로마군과 예수 분장을 하고 십자가형을 재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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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당일인 15일 오후 일부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고대 로마군과 예수 복장을 하고 십자가형을 재현하거나 서명운동을 했다./사진=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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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집회가 광장 밖에서 벌어져서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된 집회 신고장소는 동화면세점 등 광장 일대"라며 "(광장 바깥이라) 우리가 어떻게 하지를 못한다"고 했다.

광장 안으로 들어온 집회 참가자들도 내보낼 수 없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참가자들이 광장 안에서 스크린을 보는 것으로 보이는데 '집회 참가'인지 '단순 관람'인지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서울시가 터치하기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 시민이 다치거나 위협을 느끼지 않은 이상 우리로선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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