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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세종보다 서울’, ‘지역보다 경찰’…행안부 장관의 100일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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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일 정부서울청사 12층 행정안전부 중회의실에서 열린 <치안정감·치안감 승진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윤희근 경찰청장과 우종수 치안정감 승진자의 기념사진 찍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2022.8.12 /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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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오는 19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행안부 자료를 종합해 분석한 이 장관의 지난 3개월간 동선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였다. 세종에 머문 기간보다 서울에 있는 시간이 더 길었고, 수도권 외 지역 방문도 드물었다. 지역에 가는 일은 경찰 관련 업무에 집중됐다.

행안부는 세종에, 장관은 서울에


15일 행안부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출근·체류 일지’와 행안부가 배포한 장관 공개 일정(주말 포함) 등을 보면, 취임 당일인 5월12일부터 8월14일까지 총 95일간 이 장관이 세종시에 체류하거나 근무한 비율은 20% 수준이다. 이 장관의 공개 일정이 없었던 주말을 출근·체류 일수에서 제외하고 계산하면 약 26%다.

보다 정확한 세종 체류 일정을 알아보기 위해 천 의원실은 행안부에 세종 공관 사용일지 제출을 요구했으나 행안부는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세종에는 주요 정부 부처 장관의 공관이 마련돼 있다.

행안부는 2019년 1월 세종 이전을 시작해 2020년 8월 5개 부서가 추가로 가면서 서울에는 의정 담당 업무만 남아 있다. 행안부가 지방사무의 핵심 부처인 점까지 감안하면, 이 장관의 세종 체류 비율이 높다고 보긴 어렵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2019년 공개한 자료를 보면, 당시 세종으로 이전한 정부 부처 장관과 국무총리의 세종 근무·체류 비중은 전체 근무일의 23.9%에서 많게는 50% 가량이었다.

이 장관은 주요 정부 부처 회의도 대부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참석했다. 취임 이후 진행된 14차례의 코로나19 대응 중대본 회의는 모두 정부서울청사에서 소화했다. 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열린 13차례의 국무회의 중 2차례만 세종에서 참석했다. 국무회의 등 정부 주요 회의는 서울청사에서 열려도 세종에서 화상으로 참석이 가능하다.

경찰국 관련 언론 브리핑도 모두 서울에서 소화했다. 이 장관이 서울에서 브리핑 일정을 급하게 잡아 행안부 직원들이 당황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5일 오전 11시, 경찰국 신설 관련 긴급 브리핑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었다. 당시 브리핑 일정은 행안부 직원들에게 오전 9시가 넘어 통보됐다. 대변인을 비롯한 대변인실 직원들과 행안부 전·현직 기획조정실장(1급) 등 주요 인사가 모두 정부세종청사로 출근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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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계획인 경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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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방문의 주된 이유는 ‘경찰’


정부 부처 장관의 세종 체류 시간이 업무 성과나 효율성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재난 대처와 지방자치·지방재정정책이 행안부의 주된 업무인 점을 감안할 때 역할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도권 외 지역 체류일수가 길지 않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장관이 지역을 방문한 일정의 절반 가량은 ‘경찰국’이나 치안 관련 업무로 채워졌다. 지난달 19일 경남 거제 방문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에 따른 일정이었다. 이 장관은 거제 방문 전후로 경찰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을 설득하려 대구와 광주를 찾아 지역 경찰을 만나기도 했다. 행안부가 천 의원실에 제출한 일정에서 지난달 5일은 ‘세종 근무·체류’로 적혀 있는데, 이날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을 설득하려 세종남부경찰서를 방문했다.

이 장관은 지난달 30일에는 ‘물가 점검’을 이유로 울산 태화종합시장을 찾기도 했다. 당시 실제 목적은 이후 이어진 울산경찰청 방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울산경찰청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며 전국 경찰서장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이 소속된 곳이었다. 행안부 장관의 지역 방문이 주로 경찰국 신설 등 행안부의 경찰 통제 국면과 맞물려 이뤄진 셈이다.

이 장관이 재난이나 지역 사무에 아예 손을 놓은 것은 아니다. 지난 5월 산불이 거셌던 경북 울진과 풍수해 대비차 지난 6월에는 제주에 방문했다. 이밖에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이 열렸던 경남 김해, 머드 축제가 열린 충남 보령, 섬의날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전북 군산 등으로 지방 행보에 나섰다. 다만 노 전 대통령 추도식과 머드 축제는 정부 각료들과 함께 방문한 공동 일정이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 장관이) 일주일에 이틀은 머물려고 하지만 정부 부처간 회의 등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가 많았다”며 “세종에서 머물며 업무를 처리하려는 생각을 (이 장관이) 늘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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