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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용인 '수지 카페' 폭우 인명피해…자연재해? vs 인재(人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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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용인시 사고현장의 분리된 우수관. 빗물이 우수관을 통해 하천 다리 밑으로 떨어져야 하지만, 절단된 채 분리돼 있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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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용인)=이영규 기자] '대부분의 재난은 인재(人災)다.'

우리는 이 명제를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믿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지난 8일 밤 10시30분. 경기도 용인 수지구 신봉로 366 A카페 박모(44) 사장은 남편 안 모씨(51), 아들 안 모군과 폭우에 뒤범벅이 된 토사 흙덩이와 사투를 벌였다.

하지만 광교산 자락에서 내려온 거대한 물길은 이들이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토사는 삽시간에 카페 전체를 집어 삼켰고, 이 사고로 남편 안씨는 목과 팔, 등, 가슴 등 모두 100여 바늘을 꿰메는 대수술을 했다. 아들 역시 인대가 끊어지는 등 중대 사고를 당했다.

재산상 피해도 컸다. 커피를 볶는 로스팅기계와 원두를 저장하는 창고가 완전히 침수됐고, 커피공장도 망가졌다. 박 사장은 재산상 피해만 1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고는 '막을 수 있었던 인재'라는 게 박 사장의 주장이다.

박 사장은 사고가 나기 40여일 전인 지난 6월30일 이번과 동일한 사유로 카페가 침수될 위기에 처하자 관할 청인 용인시 수지구청 건설도로과에 상황의 심각성을 전달했다. 당시 박 사장은 여름철 본격적으로 폭우가 내리면 더 심각한 침수피해가 우려된다며 대책마련을 당부했다.

그날 저녁 늦게 현장을 찾은 차모 주무관은 광교산과 카페 중간에 있는 건설공사(용인도시계획도로 수지 소2-87호 개설공사(2구간))의 폐자재와 우수관로 절단 등이 침수 원인일 수 있다는 박 사장의 지적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복구 조치와 예방을 약속했다.

박 사장은 이에 따라 지난 7월4일 김 모 건설도로팀장에게 현장에 나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했고, 김 팀장은 선약과 연가 등을 이유로 사흘 뒤 현장을 찾았다.

김 팀장은 현장에서 박 사장에게 다리 확장공사를 위해 잘라낸 우수관에 대한 조치와 배수관로 2개 설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박 사장이 이번 사고 후 현장을 찾아 확인한 결과 우수관에 대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으며, 배수관로도 1개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사장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다리 확장공사를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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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하천으로 흘러보내기 위해 설치된 공사다리 위 배수관. 당초 수지구청은 이 곳에 2개의 배수관 설치를 약속했으나 하나만 설치했다. 이로 인해 갑자기 불어난 물이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해 침수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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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리 확장공사는 당초 올 4월에 마무리됐어야 했지만 공사 지연으로 관련 자재들이 주변에 쌓인데다 오수 등 물빠짐을 위해 설치된 우수관마저 공사과정에서 잘라놓고 적절한 조치를 안 했다"며 "이로 인해 광교산에서 내려오던 물이 방향을 틀면서 토사와 함께 10여미터 떨어진 카페를 그대로 덮쳤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특히 "(담당자들의)허술한 수방대책 조치로 인해 인명피해까지 발생하자 (이제와서)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팀장은 "6월30일 (카페로부터)신고를 접수한 뒤 배수관로를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폭우 대책을 세웠다"며 "하지만 1시간에 100미리 이상 내리는 폭우를 고려하지 않은 채 100% 우리(수지구청)가 대비를 제대로 못해 피해가 났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전했다.

또 "피해를 입은 카페 사정은 안타깝지만 도로확장공사를 하고 있는 시공업체가 피해보상을 위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하도록 이야기한 상태"라며 "현장조사를 거쳐 자연재해 여부를 판단해 보험금을 지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용인시나 구청에서 보상을 해 줄 수 있는 방법은 피해자가 자연재해를 신청하는 것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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