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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탈레반, 아프간 장악

'탈레반의 아프간 재점령 1년'… 미 정치권은 철수 과정 적절했나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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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부족으로 국가 안보 위협 초래" vs "거짓 주장"
미 정보기관 "아프간 내 알카에다 조직 재건은 아직"
한국일보

지난해 8월 2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공항에서 미군 병사들이 국외 탈출을 희망하며 공항으로 몰려든 아프간 민간인들을 바라보고 있다. 카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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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철수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한 지 1년이 되는 1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권에선 철수를 둘러싼 공방이 재점화하고 있다. 공화당은 충분한 사전 계획없이 철수가 이뤄지면서 전직 아프간 군인에 대한 대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백악관은 "거짓 주장"이라고 맞섰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 "준비 부족으로 국가안보 위험 초래"


미국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의원들은 14일 자체 조사 보고서를 통해 "시민들을 어떻게 대피시킬지에 대한 핵심적 결정은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되기 몇 시간 전에야 내려졌다"면서 사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해 8월 14일 진행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서 아프간에서 탈출한 피난민이 임시로 체류할 허브를 제3국에 조성하기로 하는 임무를 받았다. 하지만 허브 조성을 위한 카타르와의 협상이 대피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이뤄졌다고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공화당 외교위 보고서를 인용해 전했다.

또 미군은 지난해 4월 바이든 대통령이 무조건적인 아프간 철군 방침을 발표하기 4일 전에야 민간인 철수 작전에 대한 대비를 지시받았다. 보고서는 대피 임무를 맡았던 패럴 설리번 준장이 군 조사에서 "지상에서 우리가 보는 상황과 국무부에서 보는 긴박성에 차이가 있었다"고 말한 것을 거론한 뒤 "긴박성의 결여로 군 지도자들이 지속해서 좌절했다"고 말했다.

또 미군의 훈련을 받은 수백 명의 아프간 특공대원을 대피시키는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공화당 외교위 보고서는 밝혔다. 아프간 특공대원들은 미군 작전에 대한 민감한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적들이 이를 이용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보고서에서 "전직 아프간군 인사가 이란으로 도망갔다는 보도를 보면 이런 우려는 사실"이라면서 "이는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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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철수 이후 아프간을 재점령한 탈레반은 여성 인권 등을 억압하는 이슬람 근본주의에 따른 통치를 펼치고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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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철군은 트럼프가 결정… 보고서, 거짓 주장으로 가득차"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방이 가열되자 백악관 NSC 에이드리엔 왓슨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보고서는 부정확한 묘사와 유리한 정보 편집, 잘못된 주장으로 가득 차 있다"고 반박했다. 왓슨 대변인은 미군 철수 결정은 애초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른바 '도하 협정'을 통해 내린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20년간 교착된 전쟁이 악화하지 않도록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미군을 보내야 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거부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간 철군 결정 등을 옹호하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의회에 회람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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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라덴과 함께 2001년 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 지도자 아이만 알자와히리. 지난 1일 미국의 드론 공격으로 아프간 자택에서 사망했다. 워싱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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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안팎 알카에다 멤버 아프간에… 조직 재건은 못해"


한편 9·11 테러의 배후 조직인 알카에다는 아프간에서 조직 재건을 아직 하지 못했다는 미 정보기관 분석이 나왔다. CNN은 14일(현지시간) 아프간에는 현재 12명 이하의 알카에다 핵심 멤버가 있으나 이들은 미군이 지난해 철수하기 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미 정보기관의 공통된 견해라고 보도했다. 최근 미군의 드론 공습으로 사망한 알카에다 수장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아프간에서 조직 재건을 위해 노력한 유일한 핵심 인물이라는 추정이다. 현재 남은 알카에다 구성원들은 아프간 밖에서의 공격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으며 미국에 대한 공격을 감행할 능력이 없다는 게 정보기관 평가다.

다만 미군 철수로 아프간 내에서 미국의 정보 역량이 위축되면서 테러리스트들의 활동이 아프간 밖으로 확장될 경우 이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정보기관 관계자는 밝혔다. 그러면서 알카에다가 잠재적인 테러 계획 추진을 요청할 수 있는 몇 개의 외부 지부가 있다고 경고했다고 CNN은 전했다. 이에 왓슨 대변인은 "미국은 파트너들과 함께 나라를 지키고 아프간이 다시는 테러의 온상이 되지 않도록 경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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