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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교육수장 박순애 빈자리, 유보통합 등 현안 헛물만 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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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안 산적…교육차관 대행체제 한계

“이해관계 첨예해 소통 능한 장관 필요”

“국교위도 공전, 컨트롤타워 부재” 우려


한겨레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8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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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 반도체 인재 양성’ ‘유치원-어린이집 일원화(유보통합)’ ‘유·초·중·고교 예산 대학에 투입’.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5일 취임한 이후 교육부에서 추진하기로 한 정책 과제들이다. 지난 8일 박 전 부총리의 사퇴로 교육부가 수장 공백 상태에 놓이면서, 한달간 쏟아진 교육 현안들이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박 전 부총리 취임 이후 교육부는 유·초·중·고와 대학 전반에 걸친 굵직한 정책 과제들을 발표해왔다. 지난달 19일 ‘반도체 관련 인재양성 방안’을 통해 2031년까지 반도체 부문 인력 15만명을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고,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뒤에는 30년간 필요성은 제기됐지만 공회전한 유보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지난달 7일 ‘2022년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교육세 약 3조6000억원을 떼어내 ‘고등·평생교육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장관은 사퇴했지만 교육부가 처리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한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제들은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들로, 교육부 수장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의견 조율과 설득 작업이 필수적이다. 우선, 유보통합을 실현하려면 유치원을 관할하는 교육부가 어린이집을 관할하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하고 조직·인력·예산을 정비해야 한다.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간 양성체계·처우의 차이도 논쟁거리다. 교부금 개편을 위해서는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법 제정과 국가재정법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이 필요한데, “유초중고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며 다수 시·도교육감들이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인재양성 방안을 두고도 지방대 소멸과 지역 간 불균형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비수도권 대학 총장들의 반대 목소리가 크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해나갈 수 있도록 내부 검토와 ‘밑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실무진들의 밑 작업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교육 현안들이 한동안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발표된 교육 정책들은) 대학·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비롯해 여러 갈등 소지를 가지고 있다”며 “단순한 행정 업무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장관이 책임지고 상황을 정리해야지 차관 대행 체제에선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수(교육학)는 “모든 중요한 교육 사업이 연기됐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소모적”이라며 “교육 현안은 이해관계자들의 가치가 집약된 사안이다. 각계 인사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아는 소통에 능통한 장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장관이 부재한 데 더해 중장기 교육정책을 수립할 국가교육위원회 출범까지 미뤄지고 있어 교육 분야에 컨트롤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교육부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라면 국교위가 그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국교위 출범도 미뤄지고 장관도 부재해 정책 추진과 관련된 판단을 내릴 컨트롤타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황에서 교육부는 일상적인 사업만 할 뿐, 그 이상의 포석을 두고 정책을 이끌어가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교위는 근거법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일인 지난달 21일로부터 3주가량 지난 이날까지 출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교위 위원 총 21명 가운데 16명은 공석이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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