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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車사고 내자 "품행 단정치 못해" 귀화 취소…法은 제동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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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행정법원.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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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전력을 이유로 이미 허가된 귀화를 취소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법무부가 중화인민공화국 국적의 A씨에게 내린 귀화불허 처분을 취소한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한국에 들어와 2018년 12월 일반귀화 허가를 신청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2020년 8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귀화신청이 허가됐다"고 통지했다.

귀화 허가 문자를 받은 뒤인 2020년 9월, A씨는 법원에서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2020년 7월 시내버스를 운행하던 중 정지 신호를 무시하고 좌회전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혀 약식기소됐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이 일을 문제 삼아 귀화 요건을 재검토했고, 2020년 11월 귀화 불허 통지를 내렸다. 국적법 제5조 제3호에서 명시한 '품행 단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A씨 측은 법무부를 상대로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법무부가 이미 귀화 허가 통지를 해놓고, 아무런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귀화 요건을 재검토해 불허 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A씨 측은 '품행이 단정하지 못하다'는 사유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법무부 측은 A씨가 과거 불법 체류로 출국 명령 처분을 받은 점, 2020년 3월에도 교통사고를 일으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들어 불허 처분이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손을 들어줬다. 과거에 A씨가 저지른 불법체류나 교통사고 전력이 있다 해도, 법무부가 이미 이를 충분히 고려한 뒤 귀화 허가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를 또 저질러 약식명령을 받은 사실 역시 귀화를 취소할 만한 중대한 하자는 아니라고 봤다.

국적법에 따르면 부정한 방법으로 귀화허가를 받은 사람에 대해서 허가를 취소할 수 있지만, A씨의 경우 이런 전력을 숨기는 등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귀화허가를 취소하면서 A씨에게 아무런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앞서 법무부는 "A씨에게 귀화 허가를 알리는 카카오톡 메시지만 보냈을 뿐, 정식 귀화 증서는 수여하지 않아 요건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받은 문자메시지는 귀화 허가 통지의 형식을 충분히 갖췄다"며 "귀화증서를 수여하기 전이라고 해도 당사자에게 통지된 귀화 허가 심사 결과를 임의로 번복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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