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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귀화 후 교통사고 낸 중국 동포…法 "귀화 취소사유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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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화허가 통지 받고 국민선서문 제출

교통사고로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

법무부 "품행 단정 미충족…귀화불허"

法 "절차적 위법에 취소사유 해당 안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법무부로부터 귀화 허가 통지를 받은 중국 국적 동포가 ‘품행 단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귀화 불허 통지를 받자 이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승소했다.

이데일리

서울 서초구 행정법원.(사진=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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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는 법무부가 원고 A씨에 내린 귀화불허처분을 취소한다고 15일 밝혔다.

중국 국적을 갖고 있던 A씨는 2013년 5월 단기방문(C-3) 사증으로 한국에 입국했고 같은 해 6월 외국국적동포(F-4) 체류자격으로 변경한 후 계속 한국에 살고 있다.

A씨는 2018년 12월 국적법 제5조에 따라 법무부에 일반귀화허가 신청을 했다. 법무부 하부조직인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2020년 8월 A씨에게 “귀화신청이 허가됐다”는 내용의 SNS 메시지를 전송했다. A씨는 그 다음 달 국민선서문에 자필로 서명해 인천출입국 외국인청에 제출했다.

문제가 된 것은 시내버스를 운행하던 A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을 친 교통사고였다. 이 사고는 A씨가 귀화 허가 통지를 받기 한달 전인 2020년 7월에 벌어졌다. 피해자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A씨는 이로 인해 약식기소됐고 2020년 9월 벌금 1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법무부는 A씨가 국적법 제5조 제3호의 품행 단정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2020년 11월 A씨에게 귀화불허통지를 했다. A씨는 그 다음 달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자 국적신청불허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피고 법무부가 귀화처분통지를 했고, 국민선서서도 제출받았으므로 당연히 귀화증서를 교부해야 한다”며 “이 사건 약식명령은 통지 이후에 발생했으므로 귀화허가를 취소할 만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SNS를 통해 이뤄진 통지가 귀화허가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귀화허가취소 요건의 존재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이에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귀화신청이 허가됐고 국적증서 수여식에 대한 안내메시지를 발송할 예정’이라는 내용의 메시지는 귀화허가 통지의 형식을 충분히 갖췄다”며 “시행령상 ‘우편 또는 전화 등의 방법’에 문자메시지에 의한 통보 방식 역시 포함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법무부가 귀화허가를 취소하려면 당사자에게 소명기회를 줘야 하는데 소명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법무부가 허가 취소의 이유로 든 사실들은 통지를 하면서 이미 고려했던 사정이거나 통지를 취소할 만한 중대한 하자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귀화허가 취소처분 자체에 절차적 위법이 있었을 뿐더러 법무부가 검토한 사실은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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