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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준석 ‘벼랑 끝 승부수’ 왜? 재기 명분 쌓기? “대통령실·당서 어떻게 받을지 지켜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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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등 연대 대상 물망

세계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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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사진)가 주말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그룹을 맹폭하면서 그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표는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정치생명의 기로에 서게 된 상황이다.

이 대표의 이번 벼랑 끝 승부수는 법원의 결정을 앞두고 여론전을 펼친측면과 함께 후일 도모의 계산까지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격정을 토로한 이 대표는 14일 별다른 활동 없이 상황을 관망하면서 일단 17일로 예정된 법원 심리 준비에 열중하는 분위기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일단 공을 던졌으니까 대통령실과 당 쪽에서 어떻게 받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윤핵관 측으로부터 탄압받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당을 향한 진정성을 호소함으로써 가처분 인용을 위한 여론을 형성하는 한편 만약 기각의 경우라도 재기를 위한 명분 쌓기를 시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2030 지지층 결집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에 대해 '분노의 눈물'을 보이며 직격한 반면 당원과 국민을 향해서는 사과하며 허리를 숙이는 등 투트랙 전략을 구 사했다.

이 대표는 이번주부터 '당원 소통 공간'을 마련, 여론전을 이어가는 동시에 징계 후 전국을 돌며 당원들과 만나 대화한 내용을 토대로 당 혁신 방안을 정리한 책을 곧 발간할 예정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 나와 "기각이 되면 당연히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당원을 배가하는 운동을 하실 것"이라며 "인용이 되더라도 어떤 (대표직을) 사퇴를 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이 대표는 전날 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토요일 저녁"이라는 글을 올리며 "그들이 유튜브에 돈을 쓸 때 우린 당원이 되어 미래를 준비합시다"라고 썼다.

이와 맞물려 이 대표가 자신의 사퇴 혹은 실각을 전제로 당권 재도전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 대표의 당권 재도전은 물리적으로 전당대회가 징계 조치의 시효가 끝나는 내년 초 이후에 치러질 때 가능하다.

이 대표도 전날 회견 후 일문일답에서 전대 출마 의향을 묻는 기자 질문에 "아마 지금 국민의힘의 의사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수준이라면 12월쯤에 후보 공고를 내서 절묘하게 이준석이 참여하기 어려운 시점에 전대를 치르는 방법으로 국민을 현혹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그럴 바에는 빨리 (전당대회를) 치러버리시라"고도 했다.

당장 전대 재도전 길이 막히더라도 이 대표가 재기를 위한 명분쌓기를 이어갈 것이라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특히 이 대표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를 지속적으로 비판해 오면서 윤핵관 그룹과 각을 세워온 유승민 전 의원이 연대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유승민 전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국민과 당원들이 부른다면 거기에 응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고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연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에 대한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지난 7일 SNS에 스웨덴의 팝 그룹 아바(ABBA)의 노래 '치키치타(Chiquititia)' 영상을 공유한 것을 두고도 이 대표 응원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가 굳이 토요일에 기자회견을 연 의도에도 법원의 심리 일정을 고려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담화문 발표나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인선 등 이슈와 겹치지 않고 메시지 전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처분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입지도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가처분이 인용될 경우 비대위 체제 자체가 정당성을 잃게 되는 만큼, 이 대표로선 정치적 명예회복의 기회를 얻게 될 수 있다.

그러나 당 전체가 대혼돈 상태에 들어감으로써 소속 당과 대통령에 '총질'을 한 이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여기에 경찰 수사 결과 발표도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이 대표로선 정치생명에 치명타를 입게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윤핵관 그룹 및 당 지도부에서는 이번 기자회견에 대해 반응을 삼가고 있다. 굳이 도발에 맞장구를 치는 모양새를 만들어 주지 않고 오히려 극언을 쏟아낸 이 대표의 자충수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견이 이준석 대표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이 깨지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라며 "공식적으로 대응할 계획이 없다"라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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