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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호주 와인, 한국 반도체 닮았다"…이 CEO가 제일 먼저 간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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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 아콜레이드 와인 CEO 인터뷰

“어떤 가격대에서도 최고 품질 자부심

친환경 기업으로 지속 가능성에 주목

세계 최초로 납작한 페트병 용기 도입”

중앙일보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 로버트 포이(Robert Foye) 아콜레이드 와인 CEO가 10일 오후 서울 장충동 하얏트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손에 든 와인은 기업의 대표적 와인 브랜드인 '하디스'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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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와인 하면 가장 먼저 짙은 루비처럼 검붉은 ‘쉬라즈(Shiraz)’ 품종의 레드와인이 떠오른다. 호주는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미국에 이어 세계 5위 와인 생산국이지만 국내에선 인지도가 낮은 게 사실이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에서 만난 로버트 포이 ‘아콜레이드 와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 반도체와 호주 와인은 닮은 점이 있다”며 “개발 역사는 짧아도 도전과 혁신 정신으로 세계 최고가 된 점”이라고 말했다.

호주 멜버른에 본사를 둔 아콜레이드 와인은 ‘하디스’ ‘머드하우스’ ‘하우스 오브 아라스’ ‘그랜트 버지’ 등 50여 개 브랜드의 와인을 140여 개국에 수출한다. 지난해 매출은 약 1조4800억원으로 매년 세계 5위권 와인 기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음은 포이 CEO와 일문일답.

Q : 호주 와인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A : “어떤 가격대를 골라도 그 가격대에서 가장 품질 좋고 맛있는 와인이다. 제일 불행한 건 돈 주고 맛없는 와인을 마시는 일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와인도 훌륭하지만 포도 품종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호주 와인은 단순하고 직설적이면서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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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남부의 유명한 와인 산지인 '바로사 밸리(Barossa Valley)'의 아름다운 풍경. 호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이너리로, 빈티지 와인부터 부티크 와인까지 다양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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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호주산은 고급 와인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

A :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이 반도체 원조가 아니어도 1위에 올랐듯, 호주도 와인 종주국은 아니어도 세계 최고의 와인을 만든다. 청정한 자연에 예로부터 농업이 발달했다. 특히 유럽의 방식을 따라하지 않고 해안부터 내륙까지 기후와 토양별로 가장 잘 맞는 품종을 찾고 섞어 새로운 맛을 찾아낸다. 땅이 넓어 가성비 와인과 프리미엄 와인이 함께 발전한 것도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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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디캔터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선정된 ‘하우스 오브 아라스 이제이 카 레이트 디스골지드(E.J. Carr Late Disgorged 2004)'. 가격은 20만원대다. [사진 아콜레이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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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아콜레이드의 ‘하우스 오브 아라스’ 와인은 저명한 와인 평가지 『디캔터』로부터 프랑스의 내로라하는 샴페인들을 누르고 2020년 세계 최고의 스파클링 와인으로 선정됐다. 이 와인은 호주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태즈메이니아 지역의 여러 포도밭에서 재배한 최상급 포도를 치밀한 계산에 따라 섞어 만든다. 아라스(Arras)란 말도 여러 가지 색실을 섞어 짠 태피스트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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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포이 아콜레이드 와인 CEO가 최고의 와인으로 평가받은 '하우스 오브 아라스' 와인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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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국 와인 소비가 많이 늘었다.

A : “깜짝 놀랐다. 한국 와인 시장은 지난해 5억6000만 달러(약 7300억원)로 코로나19 발생 전 2019년보다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 와인 소비가 늘어난 나라는 많지만 같은 기간 동안 증가세는 한국이 세계 최고다.”

Q : 이런 유행이 곧 꺼질 거란 전망도 있다.

A : “와인은 수 천 년 된 문화다. 특히 음식·여행·문화와 늘 함께 가는 술이고, 많은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다. 단기적으로 성장세가 주춤할 순 있어도 한 번 와인의 세계에 들어온 사람이 아예 떠나지는 않는다. 와인이 소주를 대체하진 않겠지만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Q : 세계 와인 시장 트렌드를 꼽는다면.

A : “첫째 ‘발견’이다. 주로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유형의 와인을 맛 보고 싶어한다. 레드나 화이트가 아닌 스파클링과 로제 와인라든지, 칠레의 소비뇽 블랑 같이 전형적이지 않은 와인, 여러 품종이 섞인 블렌딩 와인을 선호한다. 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개성에 맞는 와인을 추천받는 걸 좋아한다. 둘째는 ‘품질’이다. 오랫동안 와인을 즐겨온 사람 중엔 지역별로 대표 품종을 고른 뒤 가격이 비싸더라도 더 좋은 와인을 경험하려 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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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포이 아콜레이드 와인 CEO는 "코로나19로 일부 물류가 차질을 빚었지만 세계적으로 집에서 와인을 마시는 수요가 늘고 외식 소비도 살아나면서 와인 시장은 꽤 괜찮다"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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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콜레이드는 6개월마다 고객·유통채널별 데이터를 분석해 제품에 반영하는데 이는 발 빠른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젊은 소비자들이 빈티지(포도의 수확연도)보다는 개성과 메시지가 돋보이는 와인을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해 과감한 디자인의 ‘잼 셰드’와 ‘비 잉크’를 선보여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잼 셰드는 이달 미국 농구스타 제임스 하든과 협업해 약 2만원의 ‘제이 하든’ 와인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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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스타 제임스 하든과 잼셰드가 협업한 시그니처 와인 '제이 하든(J-Harden)'. [사진 아콜레이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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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지속가능성에 주력하고 있다. 가뭄과 폭염, 잦은 산불 등 기후변화는 와인업계에도 큰 위협이다. 이에 아콜레이드의 ‘밴락 스테이션’은 2년 전 세계 최초로 750mL 납작한 페트병을 도입했다. 이 페트병은 100%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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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페트병에 담긴 밴락 스테이션 와인. 가볍고 보관이 편하지만 와인 맛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진 아콜레이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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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용량의 유리병보다 87% 가벼운 데다 얇은 두께 덕에 한 번에 거의 두 배의 와인을 실을 수 있어 물류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크게 줄인다. 올 상반기부터는 살균해서 계속 쓸 수 있는 4.5L 용량의 밀폐형 와인 용기를 주요 브랜드에 적용해 연간 300억 개 넘게 쏟아지는 와인 유리병을 줄이기에 앞장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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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디자인 덕에 보관 부피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페트병 와인을 박스에 포장한 모습. [사진 아콜레이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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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토트(ECOTOTE)'에 담은 밴락 스테이션 와인. 특허받은 단열 유리 용기에서 와인을 필요한 만큼 빼내 담을 수 있다. 와인을 다 비우면 살균 및 리필된다. [사진 아콜레이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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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이 CEO는 “요즘 고객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공감하며 친환경 기업을 지지한다”며 “첫째도, 둘째도 소비자 니즈 파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에 오자마자 GS25·세븐일레븐·CU 편의점을 돌아봤는데 와인 컬렉션이 매우 훌륭했다”며 “앞으로 유통채널·가격대별로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와인을 구비하고 유튜브 등을 통해 흥미로운 와인 정보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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