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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朝鮮칼럼 The Column] 대규모 투자 막는 규제부터 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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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도 안 남은 다음 총선에서 전 정부의 실패가 아니라 자신의 성과로 선택을 받아야 할 여당이 지난 대선·지선에서 젊은이들의 지지를 유지·확장하려면 투자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서 차별화된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절대절명의 시급한 과제다.

금리 인하, 세금 감면, 재정 지원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흔히 쓰는 정책 수단을 지난 정부가 지나치게 남용해 버리는 바람에 이 정부는 거시경제 정책 수단은 긴축적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고, 투자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규제 개혁밖에 없게 되었다.

정부가 강조하는 연금 개혁, 노동 개혁, 교육 개혁 등이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임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조기에 투자 활성화 성과를 올리는 데에는 가격 규제나 토지 이용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고, 이미 가시화 되어 있는 투자 계획의 걸림돌인 규제부터 먼저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 전 정부들이 규제 개혁을 제대로 못해서 아직 실현되지 못한 투자 계획들이 즐비하다는 것은 역설적이지만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SK의 용인 반도체 캠퍼스이다. 지난 정부에서 반도체특별법을 만들겠다고 한 이후 법이 통과될 때까지만 3년이 걸린 이유가 해괴하다. 반도체특별법은 삼성과 SK에만 좋은 일이 될 것 같아서 다른 업종을 추가할 수 있게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으로 바꾸느라고 이렇게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투자세액 공제도 미국은 40%라는데 우리는 중소기업은 20%, 대기업은 10%이니 참 인색하다. 8월 4일 이 법이 시행되었는데 정부가 어떤 업종이 전략 산업인지를 결정하는 데 또 두어 달이 걸릴 모양이다. 결국 SK는 별 도움을 받지 못했고 아직 본격적으로 공장 건설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3년이면 미국에서는 이미 완공해서 가동에 들어갔을 시간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초 LG가 파주에 첨단 디스플레이 공장을 지으려고 할 때 농지, 임야 규제는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규제인 수도권 규제를 비롯하여 군사 시설, 문화재 보호 등 첩첩산중의 규제에 직면했었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여 4년은 걸릴 거라는 인허가 절차를 1년 남짓한 기간에 모두 해결해 준 적이 있다. 재벌 특혜라는 비난에 개의치 않았고, 법을 고치지 않고는 못해 준다는 말도 없었다.

대기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대규모 투자를 하는데 특혜를 주려면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부터 틀렸다. 사실 첨단전략산업에만 규제 개혁과 각종 지원의 혜택을 주겠다는 발상도 틀렸다. 첨단전략산업 투자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런 일자리만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평범한 전통 산업의 보통 일자리에라도 취업하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으니 이런 산업에서 투자와 일자리가 늘어나게 하는 데에 나라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투자에 대한 혜택과 지원은 업종은 물론 대·중소기업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데에 법이 꼭 필요한지도 의문이다. 규제 개혁으로 모든 미실현 투자 사업의 장애 요인을 제거해 주고 미국이 우리 기업의 투자를 유치할 때 주는 혜택과 같은 수준의 혜택을 주어야 한다.

또 다른 예는 LG가 중동 자금까지 끌어들여 새만금에 4500억원짜리 대규모 스마트 팜을 만들어서 중국 부자들의 식탁을 공략하려는 투자 사업이다. 규제 이전에 농업까지 대기업이 하느냐는 국민 정서법 때문에 무산되었다. 지금 우리 농업인들은 대부분이 아직도 농사를 짓고 있지 제대로 된 농업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일본의 최고급 식품 시장을 뚫으려면 막대한 자본, 기술, 시장 개척 및 마케팅 능력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농업인들만의 역량만으로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때 정부가 나서서 농업인들이 우려하는 문제들에 대해 보장을 해 주고 농업인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투자 실현을 도와주어야 한다.

국토의 70%에 이르는 산악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관광 산업이 스위스만큼이나 중요하고 케이블카는 그 핵심적인 인프라여서 도로나 공항처럼 나라가 규제를 풀어주는 데 그치지 말고 재정 지원까지 해야 한다. 수십 년째 공전하고 있는 설악산, 지리산 케이블카부터 해결해야 한다. 단지 국립공원이라는 이유로 그 허가권을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는 것부터가 틀렸다.

해묵은 투자 사업이 규제를 뚫고 실행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국민에게 이 나라도 사업이라는 것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겠구나 하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박병원 한국비영리조직평가원 이사장·한국고간찰연구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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