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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일사일언] 문제는 治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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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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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대계(百年大計)’란 꼭 100년이 아니라도 100년만큼 멀리 내다보고 세우는 크고 중요한 계획을 말한다. 먼저 교육이 떠오를 것이지만, 물 관리인 치수(治水) 역시 백년대계가 필요하다. 지난주 기록적인 홍수를 놓고 “중부 지방, 80년 만의 기록적 홍수” “서울 하루 강수량 115년 만에 최다”라는 소식을 망연자실하게 보고 있노라니 다시금 ‘백년대계’가 떠올랐다.

1925년 우리나라에 대홍수가 발생해 특히 한강 일대의 저지대가 큰 피해를 당했다. ‘을축년 대홍수’로 알려진 집중 호우로 한강 물줄기가 바뀌었고, 그 결과 지금의 잠실 일대는 강북에서 강남으로 변했다. 당시 서울 전역이 물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100년 가까이 지났고, 강남은 상전벽해의 발전을 이루었건만 집중 호우라는 자연재해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당시는 일제강점기라 치수에 대한 백년대계를 세우기란 언감생심이었을 것이다. 물 관리는 100년 정도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국에도 오래전부터 “황하를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격언이 있었고, 하(夏)나라의 시조인 우(禹) 임금 역시 황하 치수의 공적을 인정받아 정권을 잡았다. 물 관리는 물길을 정비하는 것이고, 이는 곧 농사를 위한 수리 시설 정비와 함께 백성들과의 소통을 상징했다.

최근 G2로 성장한 중국을 두고 미국의 중국 문제 전문가인 마이클 필스버리는 1949년 마오쩌둥부터 시작해 현재의 중국 지도부까지 치욕의 세기를 설욕하고 미국을 추월해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100년의 마라톤’으로 해석했다. 2049년에 과연 그런 역전이 될지 미지수지만, 모름지기 나라를 통치하는 지도자에겐 100년의 안목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100년 정도의 미래를 꿈꾸는 이들에게 교육과 치수를 맡기고 싶다. 100년 후를 통찰하려면 과거 1000년 정도에 대한 이해는 필수이지 않을까? 1000년 전 세계가 어떠했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예일대 역사학 교수인 발레리 한센이 쓴 ‘1000년: 세계가 처음 연결되었을 때’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에 줄을 그어가며 2122년 한반도와 세계를 잇는 물길 지도를 그려내는 지도자를 꿈꾸고 싶다.

[조영헌 고려대 역사교육과 교수·'대운하 시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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