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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中 옌볜 조선족자치주 ‘중국어 우선 표기’ 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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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만 적힌 기존 간판 교체해야

중화 강조하며 소수민족 문화 부정

중국이 유일한 조선족 자치주로 약 170만 명의 조선족이 거주하는 옌볜 조선족자치주에서 중국어를 우선하는 표기 규정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옌볜에서는 이제 한글로만 적힌 간판 및 광고를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17년과 2018년 각각 신장위구르 및 티베트 자치구에서 위구르어와 티베트어 교육을 축소한 바 있다. 중국이 중화 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 소수민족 문화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고 한족 문화에 동화시키려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옌볜주 정부는 지난달 25일 ‘조선 언어문자 공작 조례 실시세칙’을 공포하고 시행하기 시작했다. 정부기관, 기업, 사회단체, 자영업자 등이 문자를 표기할 때 중국어와 한글을 함께 표기하되 중국어를 먼저 쓰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부합하지 않는 기존 현판, 표지판, 광고 등은 모두 교체해야 한다.

중국은 2020년 ‘민족 통합 교육’을 주장하며 중국 표준어를 55개 소수민족의 ‘국어’로 사용하도록 규정했다. 이로 인해 현재 소수민족 거주지의 수업도 모두 중국어로 진행되고 있다. 소수민족 언어로 만들어진 교과서들도 속속 중국어 국정 교과서로 바꾸고 있다. 중국 내 조선족 학교들은 2020년 9월부터 한글로 된 교과서 대신 중국어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 올해 중으로 조선족 등 소수민족 수험생에게 부여했던 가산점 제도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집권 2기인 2017년부터 중화민족 공동체론을 주창하며 소수민족의 언어와 역사를 한족 문화에 통합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확고히 하는 ‘사상의 만리장성’을 구축해 민족 분열의 독소를 숙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올해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조선족을 비롯한 소수민족 대표들이 함께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전달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도 이런 정책의 연장선상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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