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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에도 ‘반도체 계약학과’… 경북대-삼성전자 신설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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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졸업후 협력기업 취업 보장

경북대, 2025학년도 신입생 뽑을듯

서울-특수대학 쏠림현상 해소 기대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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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대학과 이공계 특화 대학에만 설치된 ‘반도체 계약학과’가 2025학년도부터 지방의 일반대학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반도체 인재 15만 명 양성 계획을 7월 발표한 가운데 지역 대학의 반도체 인력 양성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경북대와 삼성전자가 채용조건형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대 관계자는 “학과 정원과 계약 기간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2003년 산학협력 촉진을 위해 개정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법’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대학과 협의해 운영하는 학위 과정이다. 반도체 인력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소속 학생들은 졸업 후 협력 기업에 취업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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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대구 경북대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에서 학부생 연구원들이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들어 보이고 있다. 경북대와 삼성전자는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해 2025년 신입생 모집을 목표로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논의 중이다. 대구=김동주 기자 z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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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와 삼성전자 간 반도체 계약학과 운영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이 올해 안에 이뤄진다면 2024학년도에 학과 설립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 합의할 부분이 남아 있어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학 정원은 대학과 기업이 협의해서 정한다.

지금까지 국내 반도체 계약학과는 총 7개 대학에서 운영 중이거나 설치가 확정된 상태다. 삼성전자가 연세대 성균관대 포스텍 KAIST 등 4개 대학과, SK하이닉스가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 등 3개 대학과 계약했다. 포스텍과 KAIST는 지방에 있지만 공학 중심의 특수대학 성격이 강하다. 교육계에서는 경북대가 반도체 계약학과를 유치한다면 사실상 첫 지방대 반도체 계약학과 설치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북대의 반도체 실습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대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에서는 학부 학생들도 휴대전화, 컴퓨터용 반도체 칩을 구성하는 핵심 부품인 ‘반도체 소자’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학부생도 반도체 소자 직접 만들어봐… 週 3~4시간 실전 연습

경북대 반도체기술연구원 가보니

전국 4년제 대학중 2번째 큰 규모 ‘학부생 연구원’ 최장 2년간 활동
대학원생처럼 실험-연구 수행, 실전 경험 덕에 기업들 만족도 높아
고가 장비탓 관련학과 운영 어려워… “권역별 공동 연구소 활성화” 지적


“실제 공정 과정을 따라 ‘반도체 소자’를 직접 만들어 보면서 책으로만 본 내용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알게 됐습니다.”

지난달 26일 대구 경북대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 포토공정실습실에서 만난 이 대학 전자전기공학부 4학년 김지찬 씨(24)가 김대현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장의 지도하에 통에 담긴 웨이퍼(반도체 기판)를 집게로 조심스럽게 들어올리며 말했다. 김 씨는 일주일에 3∼4시간가량 이 연구원에서 실제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기기와 재료들로 실습을 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대졸 인력은 주로 현장에서 반도체 생산 과정을 담당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실전 경험은 매우 중요하다. 동아일보는 이날 삼성전자와 ‘채용조건형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추진 중인 경북대를 찾아 반도체 인재 육성의 필수 조건을 탐색했다.
○ 학부생 “생산 과정의 기본부터 배울 수 있어”

경북대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은 2009년 산업통상자원부와 대구시의 지원을 받아 2109m²(약 638평)의 부지에 설립됐다. 서울대에 이어 전국 4년제 대학 중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총 85종, 132억 원에 달하는 장비가 구비됐다.

경북대는 학부생에게 반도체 생산 경험을 주기 위해 ‘학부생 연구원 제도’를 운영한다. 학부생도 대학원생처럼 교수 연구실에 소속돼 실험과 연구를 수행한다. 3학년 때부터 최장 2년까지 활동할 수 있다. 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에서는 학년당 400명 중 250여 명이 반도체 전공을 선택한다.

덕분에 반도체 생산 경험이 있는 경북대 졸업자에 대한 기업들의 만족도는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생 연구원인 박성운 씨(24·전자전기공학부 4학년)는 “다른 학교 친구들은 동아리 활동을 해도 실제 반도체 공정을 경험해 보기 힘든데, 여기서는 석·박사 과정 선배들과도 협업하면서 생산 과정의 기본부터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 대학 반도체 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 절실

안타깝게도 경북대 같은 교육 환경은 전국적으로 매우 ‘드문 사례’다. 이름에 ‘반도체’가 들어간 학과가 있는 지방대 13곳 중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갖춘 곳은 전북대 반도체과학기술학과뿐이다. 전체 지방대로 확대해도 반도체 생산 시설을 보유한 곳은 충남대 전북대 경북대 3곳뿐이다. 서울에서도 반도체 관련 학과 11곳 중 생산 시설을 갖춘 곳은 드물다.

이는 반도체 생산 시설 설립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반도체 생산 시설을 보유한 서울 A대학 관계자는 “기기 한 대만 해도 10억 원이 훌쩍 넘어가는 게 많다”고 말했다.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방대가 반도체 생산 시설을 설립하려면 재정적 부담이 막대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방대는 반도체 관련 학과 운영이 어렵다. 반도체 학과를 운영하던 전북의 한 대학은 실습 장비 부족 등의 이유로 올해 신입생 모집을 중단했다. 한 지방대 총장은 “반도체 학과를 설립한다고 해도 교수 임용보다는 실습 시설이 없는 게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경북대 반도체융합기술연구원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시설 유지·보수에 대해 교육부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경북대는 연간 최소 5억 원 수준의 이 비용을 타 대학 학생을 위탁 교육해 받는 비용과 연구용역비 일부로 충당한다.
○ 반도체 공동 강의, 통합 관리 시스템 필요

정부의 반도체 인력 양성 드라이브에 따라 교육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 거점 대학을 선정하고 내년까지 지역에 권역별 공동연구소 3, 4곳을 지정할 예정이다. 권역 내 연구·교육·실습을 담당하는 권역별 공동연구소는 지역별로 특화 분야를 정한다. 반도체 특성화 대학도 신규 지정한다.

교육계에서는 반도체 산업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공동연구소 지정에서 더 나아가 지역 대학들의 공동 강의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경북대는 연간 500여 명의 타 대학 학생들을 위탁 교육하고 있다.

전국 대학에서 운영 중인 반도체 실습 시설에 대한 통합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서울 B대학 관계자는 “모든 대학이 고가의 반도체 기기를 마련하는 것은 무리”라며 “어느 대학에 어떤 기기가 있는지, 언제 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구=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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