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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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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왕의 ‘약물’, 김하성엔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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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드리스의 타티스 80경기 출전정지… 김하성 주전 유격수 지킬듯

김하성(27)이 메이저리그 2022시즌 끝까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주전 유격수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그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같은 팀 차세대 거포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3)가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보여 80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다.

타티스 주니어의 도핑 테스트에서 경기력 향상 효과가 있는 클로스테볼이 검출됐다는 사실과 그에 따른 징계는 13일(한국 시각) 리그 사무국의 발표로 알려졌다. 클로스테볼은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합성 물질이다. 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는 스테로이드계 성분이라 복용이 엄격하게 금지된다.

타티스 주니어는 “백선증(피부 질환의 일종)을 치료하는 약에 클로스테볼 성분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선수노조를 통해 해명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뉴욕 포스트는 “클로스테볼은 피부 질환 약에 결코 처방되지 않는다. 습진이나 건선 치료에 사용하는 클로베타솔과 클로스테볼을 사람들이 혼동할 것이라고 생각했음에 틀림없다”고 전했다. 금지 약물에 걸린 선수의 상투적인 거짓말이라는 비난이었다.

2019년 MLB(미 프로야구)에 데뷔한 타티스 주니어는 공격, 주루 부문에서 리그 최정상급 재능을 보였다. 작년엔 내셔널리그 홈런 1위(42개)에 올랐다. 유격수 수비 역시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절인 1999년 4월 원정 경기에서 LA 다저스 투수 박찬호를 상대로 3회에 만루 홈런 2개를 때려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페르난도 타티스다.

조선일보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김하성이 14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벌인 원정 경기에 7번 타자 겸 유격수로 출전해 2회 첫 타석에서 2루타를 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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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티스 주니어는 메이저리그에서 11년간 뛰었던 아버지(통산 113홈런·타율 0.265)를 뛰어넘는 스타성을 지녔다. 작년 1월엔 구단 측과 2034년까지 3억4000만달러(약 444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14년짜리 장기 대형 계약을 맺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 초기부터 어깨 탈구 등 잦은 부상에 시달린다. 2022시즌 개막을 대비해 훈련하던 중 손목 골절이 발견돼 수술을 받았는데, 그에 앞서 바이크를 타다 다쳤던 부위여서 “사고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샀다.

재활을 거친 타티스 주니어는 최근 마이너리그 경기에 나서며 빅리그 복귀를 준비하고 있었다. 일단 지명타자나 수비 부담이 적은 외야수로 뛸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그런데 금지 약물 복용에 따른 8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이번 시즌을 접게 됐을 뿐 아니라, 내년 시즌 초반에도 한 달 가량 뛸 수 없다. 이런 타티스를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은 곱지 못하다. 조 머스그로브는 “타티스는 아직 어린애다. 좀 더 배워야 한다”라고 했고, 마이크 클레빈저(이상 투수)는 “타티스로 인해 동료 선수들이 실망한 게 이번이 두 번째다. 좀 성숙하길 바란다”고 충고했다.

파드리스는 얼마 전 트레이드 시장에서 후안 소토, 조시 벨, 브랜던 드루리(이상 야수)와 조시 헤이더(마무리 투수) 등을 영입하며 ‘가을 야구’ 진출에 의욕을 보였다. 타티스 주니어의 합류가 불발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브 멜빈 감독은 “우리 라인업은 여전히 좋다.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파드리스는 14일 현재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2위를 달린다.

현재 파드리스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 중인 김하성에겐 타티스의 장기 공백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매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에 수시로 등장할 만큼 정상급 수비력을 자랑하는 그는 지난해보다 타격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하성은 14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벌인 원정 경기에 7번 타자 겸 유격수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2회 첫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렸다. 타구가 외야 좌중간 앞에서 튀어오른 뒤 펜스를 넘어가 2루타로 인정됐다. 최근 6경기 연속 안타, 5경기 연속 2루타 행진. 시즌 타율은 0.249를 유지했다. 파드리스는 3대4로 역전패했다.

[성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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