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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간첩 혐의’ 후폭풍…지지자들 물리력 행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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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소환에 응하기 위해 뉴욕의 트럼프타워를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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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수사 대상에는 ‘스파이 혐의’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 법무부가 트럼프 측의 동의를 받아 지난 12일 공개한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가 명시되면서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연방수사국(FBI)이 지난 8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의 트럼프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자 ‘정치 수사’라고 비난했으며, 법무부는 이례적으로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에 영장 공개를 신청했다. 이날 법원이 공개한 영장에는 ▶방첩법 위반 ▶사법 방해 ▶정부 기록의 불법적 처리 등 세 가지 혐의가 적시됐다. 방첩법 위반 등 중범죄에서 유죄가 인정되면 앞으로 공직을 맡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압수수색 결과에 따라 2024년 대선 출마 등 트럼프의 정치적 미래가 좌우될 수 있다는 평가다.

갈런드 법무, 트럼프·공화당과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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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의 트럼프 자택.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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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스스로 만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재임 중 있었던 러시아와의 관련 의혹, 두 건의 탄핵 시도, 로버트 뮬러 특검 조사 등과 마찬가지로 이번 혐의도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압수수색 당시엔 “변호사의 참관이 허용되지 않았다” “누군가 정보를 심는다”며 FBI의 증거 조작 가능성을 주장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물리력 행사 가능성도 우려된다. 현재 트루스소셜과 트위터 등 SNS에는 “FBI가 8000만 애국시민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총을) 장전하고 배신자들을 제거하자”는 등 폭력적인 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CNN은 지난 11일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선 42세 남성 리키 시퍼가 트루스소셜 계정에 공격을 예고한 뒤 AR-15 소총으로 무장하고 지역 FBI 건물에 침입하려다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수사 당국은 트럼프를 추종해 온 극우·네오파시스트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와의 연관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NS 등에는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승인한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과 이를 발부한 브루스 라인하트 연방 판사에 대한 협박도 등장했다. 이에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은 홈페이지에서 연락처와 사무실 주소 등 라인하트의 개인정보를 지우고 보호에 나섰다.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공화당 및 트럼프와의 악연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6년 3월 연방 대법관에 지명됐지만 공화당이 지배하던 상원이 의회 임기가 끝나는 이듬해 1월까지 298일간 청문회도, 인준 투표도 거부하면서 임용이 좌절됐다. 201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는 그달 31일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를 연방 대법관에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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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원이 12일 공개를 허용한 미 연방수사국(FBI)의 마러라고 압수수색 영장의 첫 쪽.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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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2021년 워싱턴 항소법원 판사를 지낸 갈런드는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법무부 장관에 기용됐으며 이번에 트럼프 수사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가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의 직권남용이며 사법체계를 (정치적 공격의) 무기로 활용하고 있다”며 “(대선 출마를 막으려는) 급진좌파 민주당원의 공격”이라고 반발하자 갈런드는 지난 11일 영장 신청을 자신이 승인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며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특히 미 형법 793조에 따른 방첩법 위반 혐의는 충격적이며 파괴력이 엄청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방첩법은 미국에 손해가 되거나 외국 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 국방 정보를 수집·전송하는 것은 물론 의도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도 금지한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FBI, 핵무기에 대한 정보 찾으려 했나

영장은 공개됐지만 정확히 어떤 내용이 방첩법 위반인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더 힐은 앞서 ‘FBI가 마러라고에서 찾고자 하는 기록은 핵무기에 대한 정보’라고 했던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로리다주 연방법원은 FBI가 마러라고에서 확보한 총 11개의 기밀 문건 목록도 공개했다. 최고 수준의 기밀인 특수정보(SCI) 1건과 극비 4건, 비밀 3건, 기밀 3건 등으로 분류된 문건이다. 여기에 사진첩과 직접 적은 메모, 트럼프 전 대통령 측근인 로저 스톤 사면에 관한 문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관련 문서 등 33개 품목, 약 20상자에 이르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보도됐다. 확보 문건이 영장에 적힌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일단 이번 압수수색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국가 기밀문서를 포함한 트럼프의 대통령 기록물 일부가 훼손되고, 일부는 마러라고로 반출됐다는 사실은 1·6 의사당 난입 사태를 담당한 미 하원 특별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뒤 백악관에서 무단 반출한 15상자 분량의 자료를 지난 1월 반납했지만, 기밀자료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한 법무부는 조사를 계속해 왔다. 지난 6월 마러라고를 직접 찾아갔을 당시 트럼프의 변호사 중 한 명이 “기밀로 표시된 모든 자료를 반납했다”고 확인서에 서명까지 했지만 이번에 기밀 자료가 다시 발견되면서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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