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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한전 상반기 14조 적자, 해소 대책 내고 국민 동의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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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은 상반기 영업적자가 14조3033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의 2.5배에 이르렀다고 12일 밝혔다. 연료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억누르면서 전력 구매 가격이 판매가를 웃도는 역마진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진 결과다. 이대로는 한전의 올해 연간 적자가 30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

한전의 적자가 천문학적 규모에 이른 것은 전력 공급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미루면서 적자를 만회할 기회를 번번이 놓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0년 말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인상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할 수 있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고도 동결 기조를 이어가다가 올 4월과 7월에 kWh당 각각 6.9원과 5원 올렸다. 하지만 전력 100원어치를 팔 때 53원씩 손해를 보는 구조적 적자를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천연가스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하반기에도 상황이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전의 적자가 손쓰기 힘든 임계치에 이를 경우 송배전 시설 등에 대한 중장기 투자 여력이 감소하면서 국가 전력 공급망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한전의 부채를 떠안게 되면 국민 전체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전이 2조8000억 원의 적자를 낸 2008년 당시 투입된 공적자금만 6680억 원이었다. 지금의 한전을 정상화하는 데 혈세가 얼마나 들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간판 공기업인 한전이 적자에 빠진 데는 에너지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지금 정부가 내놓은 대응책은 한전의 자산 매각과 인건비 감축 같은 일회성 비용 절감 방안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한전의 구조적 적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만들어 국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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