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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시’ 작가 루슈디 끝내 피습…서방 “표현의 자유 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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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강연 중 수차례 흉기 찔려…레바논계 남성, 살인미수 기소

종교적 이유로 범행 가능성…이란·헤즈볼라, 습격과 선 긋기

경향신문

‘신성모독 논란’ 소설 발표 34년 뒤…현실이 된 피습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주 서부 셔터쿼에서 강연을 하던 작가 살만 루슈디를 흉기로 공격한 24세 남성이 현장에서 체포돼 끌려나가고 있다(왼쪽 사진 왼쪽). 목과 복부 등에 중상을 입은 루슈디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사진 속 오른쪽). 루슈디는 1988년 발표한 소설 <악마의 시>가 신성모독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슬람계의 공적이 됐다. 오른쪽 사진은 1989년 이란 테헤란에서 여성들이 “루슈디를 죽여라”라고 쓰여진 현수막 아래서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뉴욕·테헤란 | AP·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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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킨 소설 <악마의 시> 작가 살만 루슈디(75)를 흉기로 찌른 레바논계 20대 남성이 13일(현지시간)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됐다.

경향신문

미국 뉴욕주 셔터쿼 카운티의 제이슨 슈미트 지방검사장은 이날 법원에서 “루슈디가 약 10차례 흉기에 찔렸다”며 “이번 사건은 루슈디를 겨냥해 사전에 계획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용의자인 하디 마타르(24·사진)는 전날 뉴욕주 서부 셔터쿼에서 강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루슈디에게 달려들어 목과 복부 등에 중상을 입힌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루슈디는 피습 직후 헬기로 인근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병원으로 옮겨져 수시간 수술을 받았다. 루슈디의 대리인 앤드루 와일리는 “루슈디가 긴급수술 후 산소호흡기를 착용했으며, 13일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 한쪽을 잃을 수 있고 간이 손상됐으며 팔 쪽 신경도 다쳤다”고 전했다.

마타르의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슈미트 검사장은 파트와(이슬람 종교 지도자가 내린 일종의 포고령)가 마타르의 범행 동기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1988년 출간된 <악마의 시>가 이슬람 신성모독 논란을 일으키자 다음해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당시 이란 최고지도자는 무슬림에게 루슈디를 살해하라는 파트와를 선포했다.

■ <악마의 시>가 뭐길래

1947년 인도 뭄바이의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난 루슈디는 어린 시절 영국으로 이주했다. 한때 파키스탄에서 언론인 활동을 했던 그는 영국으로 돌아와 1981년 발표한 소설 <한밤의 아이들>로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993년에는 지난 25년간 부커상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을 뽑는 ‘부커 오브 부커스’에 선정됐다.

문제가 된 소설 <악마의 시>는 1988년 출간되자마자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소설은 이민자가 다른 세계에서 겪는 문화 충돌과 역할 갈등을 다룬 작품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이슬람권에서는 신성모독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그의 아내 열두 명을 창녀에 비유했으며, 코란의 일부를 ‘악마의 시’라고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슬람 신성모독으로 파트와가 선포되자 그는 영국 정부의 보호 아래 오랜 기간 도피 생활을 했다. 루슈디 목에는 330만달러 이상의 현상금이 걸리기도 했다. 그는 2000년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다.

■ “표현의 자유 침해” 규탄 이어져

루슈디 피습을 두고 서방에선 표현의 자유 침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어떤 경우에도 표현의 자유를 실천한 말과 글에 폭력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도 “두려움 없이 사상을 공유하는 것은 자유롭고 열린 사회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라며 “루슈디 및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이들과 연대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란 측은 이번 습격과 연관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루슈디가 당한 일에 대해 “신의 복수”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란 정부 차원의 공식 메시지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모하마드 마란디 이란 핵협상팀 고문은 13일 “이슬람을 향해 증오와 경멸을 끝없이 쏟아낸 작가를 위해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현재 미국과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회담을 진행 중이다. 마란디 고문은 “핵협상 막바지인 미묘한 시점에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이란이 암살하려 했다는 미국의 발표와 루슈디 피습이 연이어 발생하다니 이상하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미국이 이란혁명수비대 소속 샤흐람 푸르사피(45)를 볼턴 전 보좌관 암살 교사 혐의로 기소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핵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려는 음모일 수 있다는 뉘앙스다.

과거 이란의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진 레바논계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13일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다”고 관련설을 부인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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