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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尹 리더십 비판’ 레드라인 넘은 李… 친윤 “정신 나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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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기자회견 후폭풍

비대위 출범 앞둔 여권 판 흔들어

가처분 기각 대비 선제 여론전

친윤 “대통령 개고기 빗대” 격앙

李 “다들 뭐에 씐건지” 또 맞불

대통령실·당지도부는 말 아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으로 대표직에서 해임된 이준석 대표가 본격적인 반격을 개시하면서 여권이 끝 모를 혼돈 속으로 빠지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을 직격한 것은 정치권에서는 금기로 여겨지고 있는 만큼 여권의 긴장도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반이준석 대표 측은 이 대표의 윤 대통령 직접 비판은 사실상 ‘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보고, 이 대표를 맹폭했다. 당력을 집중해 지도부를 정비하고, 국정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시점에 여권이 또 한 번 암초에 부딪힌 모양새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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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넘게 잠행을 이어가던 이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세력을 저격하고 나선 것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수순을 밟고 있는 여권의 판을 크게 흔들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여권 내홍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히는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될 것에 대비해 선제적인 여론전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신의 대표직 해임을 ‘전체주의적 행태’라고 규정하는 등 정치적인 전선을 형성해 법적 공방이 실패할 경우에도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넓혔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신청한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심리는 오늘 17일 열린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지도부 등에선 이 대표의 회견 이틀째인 14일까지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았다. 섣불리 대응에 나설 경우 이 대표가 의도한 여론전에 휘말리며 이슈를 키워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름이 거명된 재선 이철규 의원을 필두로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를 질타했다.

이 의원은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 대표를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자신에게 서울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 이 대표의 발언을 두고는 “정치의 기본을 모르는 유치한 이야기”라며 “선출직은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당대표 해보니까 세상 모든 게 자기 마음대로 다 되는 줄 안다”고 일갈했다.

초선 김미애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대표였던 분의 입에서 자당 대통령 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지난 대선 때 저는 개고기를 판 적도 없고 양의 얼굴 탈을 쓰지도 않았다”며 “나무를 보기 전에 숲을 먼저 보라”고 꼬집었다.

이 대표가 회견에서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라며 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한 듯한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 의원과 김 의원을 향해 “도대체 다들 뭐에 씐 건지 모르겠다”고 공개 반박했다.

세계일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스크로 눈물을 닦고 있다. 이 대표는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후 36일만인 이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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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대표와 가까운 당내 의원들은 이 대표의 회견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초선 김웅 의원은 이 대표의 회견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자랑스럽고 짠한 국민의힘 우리 대표”라며 “그럼에도 우리는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초선 김병욱 의원도 “이준석은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라며 “부끄럽고 미안하다”고 했다. 당내에선 계파 갈등 양상으로 흐르는 것 아니냔 우려도 나온다.

야당은 이 대표의 회견을 고리 삼아 윤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충남 공주에서 열린 전당대회 인사말에서 “이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참으로 우리는 배은망덕한 대통령을 모시고 있구나 하는 한탄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향후 당원 소통 플랫폼 제작과 책 출간 등을 예고한 이 대표는 신규 당원 가입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그는 전날 기자회견 후 페이스북에 “당원 가입하기 좋은 토요일 저녁”이라는 글을 올리며 “그들이 유튜브에 돈을 쓸 때, 우린 당원이 돼 미래를 준비하자”고 제안했다.

김병관·김주영 기자 gwan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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