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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고향 돌아갈래"…'연어 공무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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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무 지방출신 공무원

인사교류 희망자 갈수록 늘어

한국경제

서울의 한 구청에서 일하는 8급 공무원 박모씨(29)는 매일 인사혁신처의 ‘나라일터’ 홈페이지를 확인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자신과 인사교류해줄 광주 지역 공무원을 찾기 위해서다.

그는 “월급 빼고 모든 게 다 올라 생활하기 빠듯하다”며 “광주로 돌아가 부모님 집에서 거주하며 출퇴근해야 돈을 조금이나마 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년 차 공무원인 박씨의 지난달 월급은 세후 190여만원.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월세 50만원과 교통비, 통신비 등을 제외하면 손에 남는 돈은 110만원에 불과하다.

박씨처럼 서울에서 근무하는 지방 출신 젊은 공무원 중 인사교류를 통해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저임금에 최근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서울살이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사이에선 자신들의 신세를 빗대 귀향 본능을 표출하는 ‘연어 공무원’이란 자조까지 나오고 있다.

집세 상승이나 최근의 고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지방으로 인사이동을 자진해 신청하려는 움직임은 기존엔 찾아보기 힘든 사례라는 평가다. 서울과 지방 공무원 간 인사교류는 대개 고향 가족 구성원을 간호해야 할 일이 생기거나, 결혼 후 주거지가 바뀌는 등 갑작스러운 개인 사정이 생겼을 때 활용하는 사례가 많았다. 박씨는 “주변 동료 중에서도 집세를 감당하지 못해 자신의 고향이나 지방으로 인사이동을 원하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했다.

7년 차 공무원인 정모씨(33)는 2019년 결혼한 뒤 줄곧 인사교류를 노리다가 올해 초 서울에서 경기 외곽 지역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정씨는 “내 월급으론 전세대출 이자 부담도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내 집에서 남편과 자녀를 키우며 오붓하게 사는 게 꿈인데, 앞으로 양육비라도 아끼려면 부모님께 의탁할 수밖에 없다”고 근무지를 옮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자녀를 키우려고 고향을 찾는 게 꼭 연어 같아 우스워 보이지만, 이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실제 인사교류는 당사자들 간 희망 근무지가 맞아떨어지더라도 금세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직급은 물론 근무연수, 직렬까지 비슷하거나 같아야 한다. 이 때문에 소수 직렬로 입직한 공무원들은 사실상 인사교류가 불가능하다. 본지가 인사교류 희망자를 매칭하는 한 앱의 최근 한 달간 게시물을 확인한 결과 게시자의 과반이 행정직렬이었다. 시설관리로 입직해 서울 구청에서 근무하는 김모씨는 “나 같은 소수 직렬은 인사교류를 기다리느니 차라리 이직하는 게 더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공무원 임금 인상 속도는 물가 상승률에 한참 뒤져 있다. 최근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2020년 2.8%, 지난해 0.9%, 올해 1.4%로 평균 1.7% 수준에 그쳤다. 반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0년 0.5%, 지난해 2.5%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2%로 전망했다.

앞으로도 공무원들의 보수 전망은 암울하다. 최근 인사혁신처는 내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로 1.7~2.9%를 제시했다. 그간 기획재정부가 권고안보다 인상률을 낮게 결정해왔다는 점에서 내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은 1%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재무 건전성 확보를 국정과제로 내걸고 공무원 보수 인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몇 년간은 지금의 보수 인상률이 크게 달라지길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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