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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콜택시 말고 '콜버스' 탔더니... 무조건 잡히고, 요금도 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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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대란 대안 떠오른 '수요응답형버스'
세종, 인천, 대구, 포항서 실증 사업 추진
10분 거리 1,800원 수준... 10인승 차량
정부·국회도 공감, 시스템 완비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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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앞 정류장에 기자가 부른 10인승 승합차 '셔클'이 도착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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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에서 교통수단 공급이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나요? 새로운 모빌리티 형태, 택시처럼 제도화한 서비스가 아니라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이런 것들이 다양하게 있을 수 있거든요."

지난달 30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유튜브를 통해 심야 택시대란 얘기를 꺼냈다. 그중 해결책으로 언급한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시스템. 정해진 노선 없이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서 배차를 신청하면, 미리 지정한 도착지까지 가장 가까운 경로로 태워주는 서비스다. 과연 수요응답형 버스는 택시대란을 해결할 묘수가 될 수 있을까. 11일 세종에서 운행 중인 '셔클'을 기자가 직접 타 봤다.

휴대폰과 신용카드만 있으면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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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클 이용 방법.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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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방법은 간단했다. ①애플리케이션(앱)을 깔고 회원 가입을 한 뒤 이용료가 빠져나갈 신용카드를 등록했다. ②오후 4시 40분쯤 출발지를 당시 기자가 있던 국토교통부로 설정했다. ③도착지는 도담중 근처로 ④이용 인원은 성인 한 명으로 지정하고 '다음'을 누르니 ⑤'10분 후 탑승, 4시 59분 도착 예정, 1,800원 예상'이라는 안내가 떴다. 곧이어 기자가 있던 곳에서 3분 거리인 버스 정류장 앞이 출발지로 설정됐다. 열차처럼 이용차량 번호와 지정 좌석을 휴대폰으로 전송받았다. 앱에 나온 대로 10분 뒤 10인승 승합차 한 대가 도착했다.

기자가 만난 셔클 이용자 5명은 모두 "한 번 이용하고부터 계속 쓰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택시나 버스보다 훨씬 낫다고 입을 모았다.

①강제 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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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클 기사가 화면에 표시된 데이터 기반으로 지정된 가상 정류장을 설명하고 있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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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클은 무조건 배차가 보장된다. 1년 남짓 셔클을 운행했다는 임모(42)씨는 '가상 정류장'이 있다며 운전대 옆의 모니터를 보여줬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해진 정류장들이 있어요.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정류장으로 안내하는 거죠. 기사들이 콜을 고를 수 없고, 정류장에 가까운 버스가 호출을 받는 대로 가야 해요."

②값싼 이용료


일주일에 5번씩 셔클을 탄다는 선모(27)씨는 "10분 정도 거리인데 1,800원 정도만 낸다"며 "택시보다 훨씬 싸고, 버스 요금(1,400원)보다 살짝 비싼 수준이라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엔 버스보다 훨씬 쾌적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③짧은 대기시간


세종 아름동에 사는 김모(82)씨는 "배차 신청 4분 뒤 차량이 왔다"며 "탑승 위치가 집에서 가깝고, 배차 간격이 길지 않다"고 설명했다. 셔클 기사 임씨는 "이동·대기 시간이 적고, 가까운 거리를 오가다 보니 여성, 영유아, 학생 이용객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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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클을 기다리던 중 합승자가 추가되자 경유 표시가 떴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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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애로 사항도 있다. 기자가 겪은 것처럼 합승자가 늘어나면 그만큼 도착 시간이 늦어져 출근 시간에 이용하면 자칫 지각할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실제 기자가 버스를 이용하던 중 '함께 셔클을 탈 승객이 추가됐다'며 도착 시간이 2분가량 밀렸다. 또 이용 시간이 자정까지라 새벽 수요를 해결하긴 어렵다. 홍씨는 "버스가 안 다니는 지역을 다니는 것은 장점"이라면서도 "다만 택시나 버스가 잘 안 다니는 시간대에 운행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용 가능 지역이 좁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현재 수요응답형 버스는 법적으로 대중교통이 부족한 곳, 농어촌 지역에서만 운행할 수 있다. 그러나 '규제 샌드박스(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유예)'를 통해 인천, 세종, 대구, 포항에서도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는 현재 파주 운정·교하 지구에서 운영하는 수요응답형 버스를 수원, 고양 등 7개 시로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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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도시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실증 사업 추진 현황. 그래픽=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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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도 수요응답형 버스를 늘리는 데 적극적이다. 지난해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수요응답형 버스의 운행 지역과 범위를 늘리는 내용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결할 숙제는 기존 운수업계 종사자의 반발이다. 국토부 관계자가 "기존 택시, 버스 기사들과 협의해 이용 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문가들은 수요응답형 버스 활성화 방법으로 정교한 운영 시스템 완비를 제시했다. 박호철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효율적인 운영 배차 관리를 위한 표준 관리 시스템과 승객, 기사,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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