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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벌써 벌초철…‘특별하고 중요한’ 제주 모둠벌초 앞두고 안전사고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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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초기·무리한 작업·낙상 등 8~9월에 사고 집중

문중서 많은 인원 ‘모둠벌초’ 제주 고유 벌초문화

경향신문

제주의 한 문중에서 대규모로 모여 벌초를 하고 있는 모습. 박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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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고유 풍습인 ‘모둠벌초(문중벌초)’를 앞두고 ‘벌초 안전사고 주의보’가 발령됐다. 예초기를 사용하다가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가 이 시기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지난 11일부터 추석 전 벌초 시기 안전사고 주의보를 발령했다고 14일 밝혔다.

소방안전본부가 집계한 결과를 보면 최근 3년간 제주지역에서 발생한 벌초 안전사고는 모두 105건이다. 이 중 1명이 사망했고, 104명이 부상을 당했다. 특히 벌초시기인 8~9월 안전사고 93건(88.6%)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사고 세부 현황을 보면 예초기 사용 등 기계와 기구적 요인에 따른 사고가 48건(45.7%)으로 가장 많았다. 무리한 작업 등 신체적 요인에 따른 사고가 38건(36.2%)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낫과 호미를 이용한 사고, 동·식물에 의한 사고, 낙상, 부딪힘 사고 등도 조심해야 한다.

시간대로는 벌초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오전 7~12시에 사고 75건(71.4%)이 집중 발생했다.

소방안전본부는 예초작업 전 예초기에 적합한 보호덮개, 안전판을 부착하고 안전화와 보호복, 안면보호구, 장갑 등 개인보호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작업 중에는 작업자 사이에 15m 이상의 안전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예초기는 톱날이 튕겨 나가지 않도록 날이 회전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칼날에 이물질이 끼었을 때는 예초기 동력을 차단하고 장갑을 낀 후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고 소방당국은 강조했다.

제주에서 벌초 시기 안전사고에 대한 주의가 각별히 요구되는 배경에는 벌초가 제주의 독특한 문화로 발달돼 매우 중요하게 여겨지고, 많은 이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도 전역에서 음력 8월1일을 전후로 가문 전체가 모여 함께 조상 묘를 찾아다니며 벌초를 하는 모둠벌초를 한다. ‘모둠벌초’ ‘문중벌초’ ‘웃대벌초’라고도 하는데, 직계종손뿐만 아니라 문중의 모든 후손이 해당되다보니 참가 인원이 많다. 많게는 100여명까지 모이는 문중도 있다.

제주에서는 문중의 단합, 조상에 대한 효를 실천하는 모둠벌초를 예전부터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묘를 돌보지 않고 방치하면 도리를 다하지 못한 자손이라고 하여 주위의 비난을 받았다.

이 때문에 모둠벌초에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참석하려 했고, 학교나 직장 등을 이유로 다른 지역에 사는 출향 제주도민조차 벌초를 위해 제주를 찾았다. 참석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기도 했다. 예전에는 모둠벌초일인 8월1일에 휴교하는 ‘벌초 방학’도 있었다.

모둠벌초는 무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면 하루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무덤이 많고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면 2~3일씩 걸리기도 한다. 모둠벌초를 한 후에는 직계 조상의 묘를 벌초하는 ‘가족벌초’ ‘가지벌초’를 별도로 하기도 한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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