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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제3산록교 추락 사건… 13년 만에 엄마가 살인자로 지목된 이유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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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3년 전 제주의 제3산록교에서 20대 여성이 추락해 숨진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보험금을 노린 범죄라고 판단하고 해당 여성의 친모와 계부를 검찰에 송치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09년 7월 제주 한라산 중턱의 제3산록교에서 23세 여성 김모씨가 추락해 사망했다. 사건 현장에는 김씨의 어머니와 계부가 함께 있었다. 다른 목격자는 없었고, CCTV도 없었다. 김씨의 친모는 “딸이 사진을 찍자며 잠시 차를 세워달라고 했고, 난간에 앉았다가 떨어졌다”고 진술했다. 이 증언을 토대로 2011년 서귀포경찰서는 단순 추락사로 사건을 종결했다.

13년 만인 지난 6월 제주경찰청은 살인 혐의로 어머니와 계부를 검찰에 송치했다. 2018년부터 다시 수사를 벌여온 경찰은 어떤 이유로 어머니를 의심하게 된 걸까.

◇30m 낭떠러지 뒤로 하고 사진을 찍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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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추락 사망한 제3산록교는 약 32m 높이에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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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119구급대원은 높이 약 32m가량의 다리에 어떠한 안전장치도 없었던 난간 위는 사진을 찍을 만한 장소가 아니었다고 했다.

심지어 난간 표면은 미끄럽고 바깥쪽으로 기울여진 상태였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 역시 “똑바로 앉을 수가 없다”며 “앉으면 허리가 구부정하게 되는데 무슨 사진을 찍나.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김씨가 심한 고소공포증을 갖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2년간 결혼 생활을 했던 김씨의 전남편은 “간단한 놀이기구도 못 타고 울었다. 아파트 창문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무서워하던 친구”라고 했다.

계부는 이에 대해 “난간 위에 올라가기에 위험하니까 내려오라고 했는데, 아무리 말려도 (김씨가) 고집을 부렸다”며 “빨리 사진 찍으려고 디지털카메라를 조작하다가 봤더니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카메라에 잠시 한눈을 판 찰나 김씨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꽃봉오리도 피지도 않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데 13년 된 일을 자꾸 들먹거리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는 거냐”며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다리와 지나치게 가까운 추락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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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서서 추락했을 때와 앞으로 서서 추락했을 때, 타인이 안고 던져서 추락했을 때의 실험 결과. 의식 없는 상태를 가정해 난간 밖으로 던졌다고 본 때가 김씨 추락 지점과 가장 가까웠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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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또 “김씨의 사체 형태가 일반적이지 않다”며 “두 사람의 주장대로 떨어졌을 때 과연 그 지점에 떨어질 수 있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김씨는 다리로부터 2.5m 떨어진 지점에 추락했다. 경찰과 국과수는 김씨가 떨어진 지점이 지나치게 수직에 가까운 거리라는 점을 의심했다.

제작진은 앉은 자세에서 혼자 떨어질 때와 누군가 앉아 있는 여성을 밀었을 때, 그리고 의식이 없는 여성을 안아서 떨어뜨렸을 때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다. 앉은 상태에서 떨어졌을 때는 모두 포물선을 그려가며 추락했다. 반면 의식 없이 떨어졌을 경우 수직으로 떨어졌다.

김씨 추락 지점인 다리로부터 2.5m 거리에 가장 근접한 결과는 의식이 없는 상태를 가정해 난간 밖으로 던진 상황이었다.

◇수억원의 사망보험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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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당시 수사 관계자는 "(김씨가) 생명보험에 많이 가입 되어있었다"고 기억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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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결과 김씨가 숨진 뒤 어머니는 수억원의 보험금을 수령했고, 집과 차를 샀다. 보험금을 노린 범행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었다.

김헌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사망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내가 오늘 사망하면 우리 가족은 얼마의 자금이 필요할까’라는 가정 시나리오”라며 생활 소득과 생활비에 비추어볼 때 과다하게 많은 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어머니는 김씨가 어렸을 때부터 가입한 것이라고 했다. 계부는 “보험회사 측에서 합의하자고 해서 60%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사건에서 살인의 직접 증거는 없다. 친모와 계부가 유일한 목격자인데다 김씨의 시신 역시 부검 없이 화장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여러 간접 증거 만으로도 어머니와 계부의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강수사를 지시한 상황이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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