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권성동, 위기 몰리면 페미니즘 때리기?···“채용 청탁자가 자유시장 운운” “헌법 우습게 아냐” 비판 쇄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시립영등포쪽방상담소를 현장방문 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통령실 9급 공무원 ‘사적채용’ 논란, ‘내부총질’ 문자 파동 등 잇따른 구설로 위기에 몰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또다시 페미니즘을 저격하고 나서자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페미니즘을 방패 삼아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려 들지말라”는 비판이 나왔다. 권 원내대표가 저격한 성평등 문화 추진단 사업의 폐지 반대 서명에는 나흘 만에 1만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평등과 페미니즘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자기 돈으로 자기 시간 내서 하면 된다”며 “자신의 이념이 당당하다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면 될 일이다. 왜 이념을 내세워 세금을 받아 가려 하느냐”고 적었다. 여성가족부가 지원하는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이 권 원내대표의 말 한마디에 중단위기에 처했다는 관련 단체와 야당의 비판에 대한 반박으로 내놓은 말이었다.

권 원내대표는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 자체가 틀렸다”며 “오히려 버터나이프 크루와 같은 사업에 혈세가 3년 동안 들어갔다는 게 개탄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업은 한국 영화에 성평등 지수를 매겼다. 여성 감독, 여성작가,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면 성평등 지수가 높다고 한다”며 “여성 비중이 높아야 성평등이라 주장하는 것도 우습지만 이런 사업을 왜 세금으로 지원하느냐”고 했다.

버터나이프 크루는 성평등 문화 확산 등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모인 청년팀에 100만~600만원 상당 지원금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이 사업에 책정된 예산 규모는 4억5000만원가량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달 4일 이 사업을 언급하며 “지원대상이 페미니즘에 경도됐다”며 “알박기 정책이고, 새 정부의 여가부 폐지 기조와 전혀 상관없는 사업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여가부는 지난달 7일 “(사업) 재검토에 들어간다”고 했다.

경향신문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폐지 반대 서명 캠페인에는 나흘 만인 14일 오전 11시 기준 1만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에 동참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권 원내대표의 때아닌 페미니즘 저격에 여성 청년들을 중심으로 강도 높은 비판이 나왔다. 직장인 김모씨(32)는 “여성의 권익 향상과 성평등은 헌법에도 명시된 가치”라며 “여당의 원내대표라는 사람이 헌법을 우습게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시장 운운하는데, 국민의힘도 정당보조금 받지말고 알아서 돈·시간 투자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으라”고 했다. 대학생 A씨(23)는 “본인이나 당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페미니즘 때리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라며 “4억원짜리 사업에 여당 원내대표가 열 올리는 모습이 구차하다”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채용 청탁 의혹을 받는 사람이 자유시장을 얘기하니 우습다” “국회 회의장에서 비키니 사진 보는 국회의원 월급으로 주는 혈세가 더 아깝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권 원내대표가 영화계 ‘성평등 지수’를 콕 집어 말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영화감독 B씨는 “영화산업에서 성평등 지수를 매기는 것은 성비 불균형 개선을 통해 영화 발전을 도모하려는 전 세계적 시도”라며 “권 원내대표의 페미니즘에 대한 무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했다. 스웨덴영화협회는 2011년 주요 창작자의 성비 50대50 의무화 정책을 세웠으며,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선 여성 영화인을 위한 성평등 기금을 운영 중이다.

버터나이프 크루 운영처인 사회적협동조합 빠띠와 버터나이프 크루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진행 중인 서명 캠페인 ‘전화 한 통으로 사라진 청년 성평등 정책을 돌려주세요!’에는 나흘 만인 이날 오후 3시 기준 1만1000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에 동참했다. 공대위는 “성평등 사회를 바라는 단체와 시민과 연대하여 목소리를 모으고,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라며 “여가부의 공식적인 사과와 사업중단 철회 및 부처 내 성평등 사업을 책임 있게 지속하도록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 인사들은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성평등 정책 폐지를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외운다”며 “특별한 설명도 없는 그 같은 주문은 이제 효과도 없고 국민에게 불쾌감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은 여성만의 특별한 이익을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며 남성 참여자에게는 가점을 부과해 올해 처음 참여율이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면서 “권 원내대표는 자신이 비판하는 사업의 내용도,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