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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사악한 정치지도자” “먼저 온 미래”…이준석 기자회견에 나뉜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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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과 관련해 직접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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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의 기자회견 다음날인 14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찬반 의견이 대립했다. 이 대표를 “사악한 정치 지도자”로 규정하며 반대하는 의견 한편에 “먼저 온 미래”라며 이 대표 발언을 새겨듣자는 주장이 놓였다. 당은 공식 입장을 삼간 채 파장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해당행위를 막고 사악한 정치 지도자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정치적 역할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전날인 13일 기자회견에서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준말)들을 도려내야 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 내놓은 반응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과 함께 윤핵관으로 거론한 인사이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윤핵관은) 서울과 수도권의 열세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한 데 대해 “나를 찍은 지역 유권자들을 모독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 과정에서의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이 대표가 ‘윤핵관이 일으킨 사태인데 양비론하지 말라’고 말한 데 대해선 “양비론은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한다. 이 대표 책임이기 때문”이라며 “왜 윤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리나”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가) 대통령이 자기한테 ‘이 XX’ ‘저 XX’ 한 것처럼 말했던데,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 대통령이 주고받은 사적 메시지에 비속어가 있었나”라며 “윤 대통령은 늘 이 대표에게 존칭을 붙였다. 정작 검찰총장, 대통령 운운하며 존칭을 쓰지 않은 것은 이 대표”라고 말했다.

당내 다른 인사들도 이 대표를 견제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더 이상 눈물팔이로 본인의 정치사법적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 말고, 여권에 분란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했다. 앞서 이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 중 눈물을 보인 것을 위기 돌파 전략으로 해석하며 비판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이 대표가 받는 ‘성비위 의혹’과 관련해서도 “최측근이 7억 투자각서를 써주었다면 그 진실에 대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것 아닌가”라며 기정사실화했다.

김미애 의원은 SNS에서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본인의 일로 윤리위 징계가 있었는데 왜 그에 대한 말씀은 없나”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이 대표가 전날 “저야말로 양의 머리를 흔들며 개고기를 팔았던 사람이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서는 “자당 대통령 (당시) 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SNS에 “기자회견을 보셨으면 대통령이 개고기라고 생각하실 수가 없는데 도대체 다들 뭐에 씌인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반면 이 대표 주장에 공감을 표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김병욱 의원은 전날 이 대표의 기자회견 직후 SNS에서 “(이 대표가) 권위주의적 권력구조에 기생하는 여의도의 기성 정치권을 정밀폭격했다. 여의도 정치를 사람도 조직도 아닌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에 충성하는 정치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절규가 국민들에게 큰 울림으로 전달될 것”이라며 “이 대표는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라고 했다. 김웅 의원은 “그럼에도 우리는 전진할 것”이라며 기자회견 평을 남겼다.

의원 일부는 신중론을 보였다. 3선 A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어제 기자회견에는 별 의미가 없었다. 당 운영을 변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이 대표 지지 및 반대 목소리도 그대로일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 결과”라고 했다. 기자회견 내용을 두고 백가쟁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다선 B의원은 “당이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노력은 했다고 보며, 이 대표가 당이 왜 그런 절차를 밟았는지 생각해주면 좋겠다”면서도 “(이 대표의) 정책적 제언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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