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콘서트에 암표 근절 ‘암행어사’ 뜬다···아이유가 보여준 ‘티케팅의 정석’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아이유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 포스터. 이담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피케팅’
고가의 프리미엄 붙인 암표 ‘플미티켓’ 판매는 하나의 사업
아이유 콘서트, 불법티켓 판매 제보시 미예매자 티켓 제공 등
암표 근절 앞장···“아이유 팬이어서 자랑스럽다” 팬들 환영


요즘 인기 콘서트 예매는 ‘하늘의 별 따기’다. 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케팅을 두고 ‘피케팅’이라고 말할 정도다. 무대와 가까운 좌석을 얻는 것은 고사하고 원하는 날짜에 콘서트를 보기조차 어려운 경우가 많다. 데이식스를 좋아하는 문미향씨(32)는 티케팅에 실패해 멤버 원필이 군대 가기 전 마지막 콘서트를 보지 못했다. 문씨는 “노트북이랑 휴대전화를 동시에 보면서 예매를 시도했다. 팬클럽을 위한 선예매와 일반 예매에 참여했는데 다 실패했다”며 “간절한 마음으로 티케팅을 했는데 모두 실패하니 암표라도 사고 싶은 마음이었다. 결국 포기하고 공연 당일 콘서트장 근처 카페에서 울면서 온라인 콘서트를 봤다”고 했다.

이렇게 한 번이라도 스타를 직접 보고 싶은 팬들에게 ‘프리미엄’을 붙여 표를 양도하는 ‘플미티켓(가격 프리미엄을 붙인 티켓을 지칭하는 은어·고가의 암표)’ 판매는 하나의 사업이다. 인기 아이돌의 콘서트 예매 다음 날이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커뮤니티가 ‘플미티켓’ 판매글로 도배가 된다. 프리미엄 티켓만 거래하는 사이트도 따로 존재한다.

티켓 가격은 무대와 가까울수록 ‘부르는 게 값’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지난해 2년 반만에 국내에서 연 대면 콘서트의 경우 정가 22만원의 티켓이 많게는 1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은 채 판매됐다. 공식 판매처를 통한 거래가 아니다보니 수십만~수백만원을 지불하고도 티켓을 받지 못하는 사기 피해도 비일비재하다. 암표상이 사들인 표가 전부 판매되지 않아 전석 매진된 콘서트가 막상 공연 당일에는 곳곳이 비어있는 경우도 있다. 문씨는 “콘서트는 팬과 가수가 소통하는 장이고 팬들을 위해 기획된 행사인데 기형적인 장사로 변모되는 건 가수, 기획사, 팬들에게 모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소속사들은 실명 인증 후 티켓 구매, 티켓 수령 전 신분증 검사 등으로 플미티켓 거래를 근절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콘서트에 가고 싶은 팬들의 수요가 큰 만큼 단속을 피한 플미티켓 거래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음달 17~18일 열리는 아이유의 콘서트 ‘더 골든 아워: 오렌지 태양 아래’의 티켓 판매 방식은 플미티켓 근절을 위한 좋은 사례다.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는 플미티켓 거래를 제보한 사람에게 공연 티켓을 증정하겠다고 공지했다. 플미티켓 시장이 콘서트에 가고 싶은 팬들의 수요로 유지되고 있던만큼 플미티켓 거래 단속에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유 팬들은 부정 거래 티켓 제보를 ‘암행어사 전형’으로 부르며 티켓을 구할 수 있는 또다른 통로로 여기고 있다.

경향신문

이담엔터테인먼트가 아이유 공식 팬카페에 게재한 ‘부정 티켓 거래 관련 방침 안내’ 일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한 트위터 이용자(A4****)가 아이유 콘서트 일반예매가 마무리된 지난 11일 올린 게시글. 트위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속사는 지난 5일 아이유 공식 팬카페와 SNS 등에 ‘부정 티켓 거래 관련 방침’을 게시했다. 소속사는 “공식 판매처가 아닌 다른 경로로 구매·취득한 티켓 중 매크로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예매하거나 프리미엄 티켓 거래 사이트 및 개인 SNS 등에서 매매되는 티켓을 모두 부정 티켓 거래로 간주하고 이에 엄격히 대처하겠다”며 “부정 거래 티켓은 예매를 즉각 취소하고, 예매자가 팬클럽 회원으로 확인되면 팬클럽 회원에서 영구 제명 후 유료 공연에서 블랙리스트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부정 티켓 거래의 증거가 정확히 확인되는 경우 공연 미예매자에게는 공연 티켓을, 공연 예매자의 경우는 콘서트 MD 상품을 증정하겠다”고 전해 호응을 얻었다. 소속사는 당초 공지한 대로 플미티켓을 거래한 팬클럽 회원 이모씨 등 7명을 적발해 영구제명했다고 지난 11일과 12일에 걸쳐 알렸다.

오랫동안 아이유를 좋아했다는 20대 서모씨는 “콘서트는 단순히 아티스트를 직접 보는 것을 넘어서 몇 시간 동안 서로 교감하면서 평생 남을 추억을 함께 만드는 것”이라며 “콘서트를 다녀온 기억으로 다시 일상을 힘내서 살아간다. 코로나19 이후 못 만난 만큼 몇 년만의 콘서트가 정말 소중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칙을 지키는 팬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소속사 공지 내용에 감동했다”며 “아이유와 소속사가 (제보를 받는 등)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하지만 건강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아이유가 콘서트와 팬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다. 이런 아티스트를 좋아한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한 사설 티켓 거래 사이트에서 아이유 콘서트 티켓이 10만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은 채 거래되고 있다. 사이트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티켓 부정 거래를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다. 아이유 콘서트는 스탠딩석과 1층과 2층 좌석은 신분증을 가지고 현장 수령을 하게 했다. 신분증 확인 없이 티켓을 우편으로 배송하는 3층 좌석의 경우 프리미엄 티켓 사이트에서 쉽게 매물을 찾을 수 있다. 실명 인증이 필요한 저층 좌석의 경우도 예매자와 동시 입장을 하면 된다며 플미티켓을 판매하는 글을 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1일 마지막 일반예매에 실패한 조민희씨(20)는 “플미티켓은 사라져야 한다. 콘서트를 진심으로 가고 싶어하는 팬에게 티켓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문씨는 “좋아하는 가수를 보고싶다는 욕망으로 플미티켓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아이돌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사람으로서 팬들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 가수가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지불하고 콘서트를 보고 싶다. 내 가수의 공연이 단순한 장사로 변질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눈에 띄는 경제’와 함께 경제 상식을 레벨 업 해보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