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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산업화 견인차’ 공업용수, 서울에서 90년 만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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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 내 공업용수도시설 배수지 모습.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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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남은 마지막 공업용수 공급시설이 2025년 폐쇄된다. 1939년 일제강점기 군수공장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처음 설치된 이후 근대 산업화를 이끌었던 서울의 공업용 수도가 약 9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서울시는 1969년 건설된 영등포구 공업용수 공급시설이 사용한 지 50년이 넘어 노후화됐고, 사용량도 급감하면서 2025년까지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산업단지에 공급하는 물은 완벽하게 정수한 일반 수돗물과 달리 원수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간이 정수공정만 거친다. 복잡하고 정밀한 정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취수구에서 바로 끌어올린 한강물이기 때문에 이용료가 매우 저렴하다. 각 수요처에서 정수 처리하고 냉각·보일러·청소용수 등으로 활용하는데, 싼값에 공급도 안정적이어서 산업화 시대에는 생산성 향상의 중요 기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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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업용수도 공급시설 개념도.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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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공업용수 공급시설은 1939년 한강1·2철교 남단의 노량진에 군수공장용으로 처음 건설됐다. 이후 처리 용량이 계속 증가했다가 해방 직후 상수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수도정수시설로 개조되면서 1960년대 말까지 공업용수 시설이 사라지기도 했다.

현재 남은 마지막 시설은 영등포아리수정수센터 인근 양화동 수원지 부근에 위치해 있다. 1960~1970년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정부가 구로구 구로동에 한국수출산업공단을 조성하면서 서울시가 영등포정수장 안에 건설한 것이다. 하루 5만t 규모로 설계돼 인근 공장 밀집 지역이었던 양평·문래·당산·영등포·구로·도림동 등에 물을 공급했고, 1977년 13만t까지 규모가 확장됐다. 1974년 48개 업체에 하루 최대 7만1000t을 공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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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1월 공사 중인 서울 영등포구 공업용수도시설 모습. 서울기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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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6월 1차 준공된 서울 영등포구 공업용수도시설 모습. 서울기록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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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장 대부분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수요는 점차 줄었다. 2022년 초 기준 수요처가 3곳뿐이었는데 이 가운데 2개 업체인 수화기업(양평동)과 CJ제일제당(구로동)은 올 3월과 5월에 각각 공업용수를 폐전해 현재 원래 공업용으로는 롯데제과 1곳이 하루 2000t을 쓰는 게 전부다.

서울시는 공급량 감소로 만성 적자에 시달리자 구로구 등 4개 자치구와 하루 최대 3만t이 필요한 도림천에 유수용수를 공급하는 협약을 맺어 자구책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전문가 안전진단 결과, 경제성과 안전성 측면에서 시설 개선 후 재사용은 비효율적이라 판단해 최종 폐쇄를 결정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롯데제과(양평동)는 2025년까지 최종 폐전에 서울시와 합의했다. 도림천 유지관리용수는 하천 및 도시관리용수공급 기본계획과 연계해 하수재처리수 등을 대체 공급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기존 수요처와 도림천 유지관리용수 공급이 중단되는 2025년에 맞춰 공업용수 공급 관로와 관련 시설 역시 모두 폐쇄할 계획이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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