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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줄에 엉킨 돌고래 구조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바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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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최전선, 제주바다 인터뷰 ⑨] '돌핀맨' 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

녹색연합이 작년 가을과 올해 초, 제주 연안 조간대 전체를 직접 뒤져보았다. 물 빠진 조간대는 '하얀 바위' 말고는 생명체를 찾기 어려웠다. 톳, 모자반, 감태 등 바다 숲은 왜, 어디로 사라졌을까. 무엇 때문일까. 해조류의 실종과 제주바다의 오염은 '수온상승과 육상오염', 이 두 가지를 빼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육지와 지하수, 바다가 연쇄적으로 벼랑 끝 위기 상황이었다. 제주바다의 '원형'과 '지금'을 알고 싶었다. 서귀포 현지 선장, 제주 생활사 연구자, 조수웅덩이 다큐 감독, 해조류와 산호 전문가, 다이빙 마스터, 미세플라스틱 아티스트, 기후변화 환경운동가, 남방큰돌고래 기록자 등 10여 명의 증인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통해 2030년, 2050년의 제주바다 모습을 상상하려고 한다. 임계점의 끝에서 마지막 숨을 까딱까딱 들이키는 바다에 생명을 불어넣고 싶었다. '제주바다가 제주바다의 모습대로 온전히 존재하기를.'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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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핀맨으로 불리는 이정준감독은 2015년부터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기록하고 있다. (무단사용 및 재판매 DB금지) ⓒ 이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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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안가를 걷다 수면 위로 솟구쳐오르는 남방큰돌고래 무리를 마주치면 마음이 벅차오른다. 그물에 포획돼 공연 업체에서 돌고래쇼를 하다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지고, 결국 극적으로 김녕 바다에 방류된 제돌이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고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남방큰돌고래와 한국 토종 돌고래 상괭이를 따라다니며, 고래의 모습을 담은 다큐 <돌고래와 나>, <한국에 돌고래가 산다>, <쇼 돌고래의 슬픈 진실>, <바다의 경고 1부 - 사라지는 고래들>, <바다의 경고 2부 - 귀신고래를 찾아서>, <상괭이가 사라진다> 등을 만든 이정준 다큐멘터리 감독을 최근 서울에서 만났다.

- 안녕하세요. 그동안 제주 남방큰돌고래와 한국 토종 돌고래 상괭이의 수중 생태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셨는데 언제부터 다큐 작업을 시작하셨는지, 지금은 주로 무엇을 촬영하시는지 궁금해요.
"다큐 감독을 하기 전, 제 직업은 스쿠버다이빙 강사였어요. 다이빙 강사 일을 하면서 언젠가 동해의 참돌고래, 서해와 남해의 상괭이, 제주의 남방큰돌고래, 전역의 밍크고래 등 한국 바다의 모든 고래류를 영상에 담아 세상에 내놓아야겠다고 생각했고요. 특히 한반도 연안에서 관찰되던 귀신고래를 기록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했어요.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는 이름에 한국(Korea)이 들어가 있을 만큼 상징성이 있는데, 57년 가까이 우리 바다에서 발견되지 않고 있어요. 우리가 잃어버린 귀신고래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다큐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본격적으로 고래의 수중 생태를 기록하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에요.

고래의 생활을 기록하는 작업을 하려면, 바다에서 계속 지내면서 촬영 장비 등 여러 준비가 필요해요. 우선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제주 남방큰돌고래를 촬영하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제주 남방큰돌고래의 생활과 서해안에서 혼획으로 많이 죽는 상괭이를 집중해서 찍고 있어요."

- 우리가 잃어버린 귀신고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네요. 예전에는 우리나라 바다에서 귀신고래가 새끼를 낳고 지냈던 걸까요?
"귀신고래는 머리, 옆구리, 등에 고착생물인 따개비, 굴 껍데기, 조개삿갓이 붙어있거나 부착했다 떨어진 흔적 때문에 검은 피부에 회색 반점이 잔뜩 덮인 것처럼 보여요. 연안 가까이에서 불쑥 튀어 나와 놀라게 하는 것이 귀신같다 하여 귀신고래라는 이름이 붙여졌어요.

귀신고래는 태평양을 중심으로 동쪽과 서쪽, 2개의 계군(형태적·생태적·유전적으로 유사한 특징을 가진 개체군)으로 나눕니다. 동쪽에는 알래스카와 캐나다, 미국, 멕시코 연해를 오가는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Californian Gray Whale)'가 있고요. 서쪽에는 러시아 오호츠크해 바다에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남쪽 바다를 오가는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ay Whale)'가 있어요. 둘다 겨울이 되면 새끼를 낳기 위해 남하를 해요. 이러한 내용은 '로이 채프먼 앤드류'라는 미국인 동물학자가 1910년대에 고래 연구를 하고, 귀신고래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밝혀졌어요.

앤드류는 당시 울산 장생포에서 새끼를 낳기 직전의 귀신고래 암컷들이 잡히면서 한국 남해안을 귀신고래 번식장이라고 지목했고, 한국계 귀신고래라는 이름을 붙인 거죠. '울산 귀신고래 회유해면'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지만,1965년 이후 우리 바다에서 귀신고래를 발견한 적이 없어요."

- 실제 귀신고래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
러시아 사할린과 멕시코 바다에서요. 2019년에 취재하러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 게레로 네그로에 갔는데, 거기서 수백 마리를 봤어요. 동태평양 개체군인 캘리포니아계 귀신고래는 멕시코 바다에서 번식하거든요.

우리나라도 울산 암각화와 옛 문헌에 귀신고래 기록이 있고, 고래가 참 많았다고 하죠. 선조들은 동해바다를 경해(鯨海)라고 부를 만큼 고래가 가득한 바다였는데 포경으로 남획되면서 거의 사라졌어요. 고래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났겠죠. 저 길로 가면 죽는다, 다른 길로 가자라고요."

"죽어가는 고래와 눈 마주쳐... 그 모습 잊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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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월,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에서 촬영한 귀신고래 (무단사용 및 재판매 DB금지) ⓒ 이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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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핀맨'이라는 이름으로 고래 기록을 꾸준히 하고 계신데, 여러 동물 중 고래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왜 그렇게 고래에 끌렸을까요?(웃음) 그 커다란 생명체에 매력이 있어요. 사실 전 고래가 죽는 모습을 먼저 봤어요. 2010년 채널 tvN에서 개국 5주년 기념 다큐를 제작했는데요. 인도네시아 오지 마을 사람들이 고래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을 담은 '인간 vs 고래'라는 작품이에요. 고래는 멸종위기 동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곳 환경이 워낙 척박해 마을 사람들은 고래잡이를 생존수단으로 삼고 있었어요. 저는 100일 정도 현지인들과 생활하면서 사람들이 전통적 방식인 작살로 고래 잡는 모습을 기록했어요.

척박한 환경 속 삶과 전통이 담긴 역동이랄까요. 작살을 맞은 고래가 피를 흘리며 작살 줄을 매달고 배를 끌고가는 속도가 어마어마해요. 당시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파일럿 고래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장면이 잊히지 않더라고요. 마치 사람 같고, 저한테 뭔가 이야기하는 것 같고,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그 경험 이후에 아! 고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우리 바다에 사는 고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고 다큐로 제작해야겠다고 다짐했죠."

- 고래가 죽는 모습을 마주한 강렬한 경험이 기록작업을 이끌었네요. 바다에서 고래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생활이 일상이 되었을텐데, 그 과정에서 깨닫거나 변화하게 된 것이 있나요?
"제주에 정착한 건 2015년, 남방큰돌고래 기록을 하면서부터에요. 고래는 물에 살고 나는 육지에 사니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잖아요.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촬영하는 건 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에 제주에 내려와 집을 구하고, 4미터 길이의 30마력짜리 작은 배도 구했어요. 처음에는 촬영하면서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배려를 하지 못했어요. 당시 저는 고래를 다큐 작업의 대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의 장수진 박사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고래를 대하는 태도로 혼나기도 했고요. 촬영을 지속하면서 남방큰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휴식 시간을 갖거나 거리 유지를 하게 됐죠."

- 제주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남방큰돌고래를 마주친 적이 있어요. 제주에 남방큰돌고래가 몇 마리 정도 서식하나요? 평생 한 곳에 정착해서 산다고 알려져있는데, 먼 곳을 다녀오기도 하나요?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전세계에 분포한 남방큰돌고래 개체군 중에서도 가장 숫자가 적은 편이에요. 현재 110~120마리 정도라 위태위태하죠. 국내에는 제주 연안 지역에서만 볼 수 있어요. 섬 가까이에서 살고 있어서 1년 내내 관찰할 수 있죠. 또 남방큰돌고래는 크고 작은 무리를 이루며 살아요. 우리처럼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아주 특별한 바다 공동체죠. 남방큰돌고래를 관찰하다보면 먼 바다로 빠르게 이동할 때가 있어요. 사냥을 나서는 거죠. 바다의 포식자들이 먹이를 하나씩 물고 연안으로 돌아오는 단체샷을 상상해보세요. 정말 멋집니다."

- 제돌이, 대포, 금등이처럼 동물원에 갇혀지냈다가 방류된 개체 외에도 이름을 가진 남방큰돌고래가 여럿이던데, 누가 고래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건가요?
"돌고래는 등지느러미의 모양으로 개체를 구분하는 방식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요. 국내에서도 연구자들이 제주 돌고래의 등지느러미 목록표를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돌고래를 관찰하는 활동가, 연구자, 그리고 저 역시 특정 개체를 구분하기 위해 이름을 짓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돌고래의 경우 핫핑크돌핀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연구자들과 함께 이름을 짓기도 해요. 예를 들면 꼬리없는 돌고래 오래, 낚싯줄에 엉켜 상처입은 돌고래 꽁이와 단이처럼요. 다들 돌고래를 관찰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누가 어디서 나타났고, 어떤 상황인지 아는 돌고래가 나오면 서로 상황을 공유하고 있어요."

"바다 준설해서 새로 만든 시설물은 회피하는 경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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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월, 등지느러미에 낚싯줄이 엉킨 새끼 돌고래 '단이'와 항상 곁을 지키는 엄마 (무단사용 및 재판매 DB금지) ⓒ 이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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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연안에 정착해서 사는 120여마리 남방큰돌고래가 선호하거나 회피하는 장소가 있나요?
"제주 바다를 매일 돌아다니면서 촬영할 때, 동쪽에서는 한동 평대와 하도에서 그리고 서쪽에서는 대정에서 남방큰돌고래를 많이 만났어요. 제 경험과 기록, 연구자의 논문에서도 남방큰돌고래가 선호하거나 회피하는 장소에 대한 부분은 동일해요. 바다를 준설해서 새로 만든 시설물이 있으면 그 근처는 피하는 경향이 있어요. 연안에 사니 지나가긴 하지만, 먹이를 먹거나 쉬거나 자는 공간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거죠.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김현우 박사의 모니터링 결과, 남방큰돌고래가 번식하며 머물던 곳 주변에 한림항이 크게 확장되면서 이제는 그곳에 머물지 않는다고 해요.

제주남방큰돌고래 서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 양식장 문제도 있어요. 양식장에 바닷물을 공급하는 취수관이 점점 바깥을 향해 증설되고 있지요. 비용이 드는데 계속 바깥으로 길게 빼는 이유는 연안 오염 때문이고요. 대정 바닷가 공사장에 취수관 파이프가 쌓여있는 곳이 많아요. 양식장 폐수에는 사료 찌꺼기, 물고기 대사과정에서 나온 물질이나 항생물질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어요. 드론으로 촬영해 보면 배출수 경계에 띠가 형성되어 있어요. 고래들이 양식장에서 흘러나온 상태가 좋지 않은 손쉬운 먹잇감을 쉽게 취하려고 그 주변에 자주 모습을 보이지만,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요. 야생에서 남방큰돌고래가 먹이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참 멋있는데 말이에요. 여과되지 않고 배출되는 농약이나 각종 유해 물질 역시 제주 연안을 오염시키고 있죠."

▲ ep 12. 꼬리 잘린 어린 돌고래 오래의 짝짓기 | Flukeless dolphins mating in Jeju ⓒ 이정준


- 남방큰돌고래를 매일 관찰하다보면 여러 에피소드가 있을 텐데, 가장 인상적이거나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인가요?
"꼬리 없는 돌고래, '오래'가 제일 눈에 밟히기도 하고 마음이 쓰여요. 오래는 '꼬리는 없지만 오래 오래 살아라'라는 의미로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에서 지어준 이름이에요. 2019년 6월 즈음, 당시 김녕의 요트투어에서 관광객이 촬영한 영상에서 꼬리 없는 돌고래 모습을 처음 확인했는데 저는 그 때 러시아에서 귀신고래를 촬영 중이었거든요. 촬영 마치고 제주로 돌아와 직접 찾아 다니다 8월 30일에 만났는데, 이 아이가 '오래'라는 것을 바로 알았어요. 왜냐면 보통 고래는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내려가는데, 오래는 꼬리가 없으니까 몸을 더 틀어야하고 움직임도 무언가 불규칙하거든요. 다른 고래처럼 수평의 꼬리가 없으니까, 물고기처럼 꼬리 부위를 양옆으로 움직이고요. 오래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안도감과 감동을 느꼈어요.

오래를 촬영한 기록은 <오래의 바다>라는 작품으로 정리하고 있어요. 오래는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어요. 제돌이, 오래, 턱이, 담이, 시월이 등 남방큰돌고래는 다양한 캐릭터와 자기 스토리가 있어요. 저도 8년째 매일같이 기록중이니 데이터가 얼마나 많겠어요. 고래들의 모습을 기록하다보니, 고래와 사람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 오래는 왜 꼬리가 없는 걸까요?
"오래는 일직선이 아니라 지그재그 모양으로 꼬리 부분이 잘려있어요. 아마도 날카로운 낚시줄에 걸려서 꼬리쪽 살을 파고들어 훼손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요. 전문가들도 그렇게 보고 있고요. 올해 어구로 인해 남방큰돌고래 새끼 두 마리가 희생된 걸로 추정해요. 꼬리지느러미에 낚싯줄이 엉켜있던 '꽁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지난 4월 17일이에요. 당시 많이 수척하고 지쳐보였어요. 볼 때마다 꼬리에 엉켜있는 낚싯줄을 떼어내려는 듯 수면위로 꼬리를 내려치고 있었거든요. 그러다 5월 3일 꽁이는 보이지 않고 꽁이 엄마만 보이는 겁니다. 어린 개체라 늘 엄마와 붙어 다녔던 아이거든요. 예감이 좋지 않았죠. 지금까지 꽁이를 보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생을 마감한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어요. 주둥이에 낚싯줄이 감겨있던 '단이'도 지금은 안 보입니다."

- 촬영 중이지만, 돌고래가 낚싯줄에 감겨있으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다큐 작업할 때 상황에 개입하지 않다는 원칙이 있지만, 그래도 너무 괴롭더라고요. 그래서 핫핑크돌핀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멤버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낚싯줄에 걸린 새끼 돌고래 영상을 공유하며, 이대로 두면 죽을 것 같으니 뭐든 해보자고 제안했어요. 앞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고, 우리가 이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어야하지 않겠냐는 마음으로요.

제주 돌고래를 가장 오랫동안 지켜본 이들과 함께 '단단단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낚싯줄이 끊어지길(斷) 바라는 마음으로요. 관계기관에 연락해 해양수산부, 고래연구센터 등과 같이 회의도 하고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기 직전 상황까지 갔는데, 당시 단이와 꽁이의 모습이 확인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다녔는데 이미 죽은 것으로 추정돼서 프로젝트는 중단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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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2월 7일, 꼬리지느러미에 낚싯줄이 엉켜있는 새끼 돌고래 '꽁이' 첫 발견 (무단사용 및 재판매 DB금지) ⓒ 이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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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고래들은 무리 중 하나가 죽을 경우, 어떤 특정 행동을 하기도 하나요?
"2014년, 법환포구 앞에서 해조호 강용옥 선장이 돌고래 한마리가 이미 죽어있는 돌고래 사체를 수면 위로 올려서 띄우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어서 해경에 신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사체 곁에 머물며 해안으로 떠밀려가지 않게 등지느러미로 사체를 걸치고 밀어내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고요. 그 행동을 일주일간 계속했다고요. 가라앉으면 띄우려고 하고, 육지로 밀려들거 같으면 물쪽으로 밀고, 먹지도 않고 계속해서 애도하듯이요.

그래서 당시 제주대-이화여대 돌고래 연구팀이 해경과 함께 사체 인양을 시도했었죠. 그대로 두면 사체를 지키면서 먹지도 않고 무리와 합류하지도 않은 채 탈진할까봐요. 등지느러미가 파여서 알아보기 쉬운 모습의 그 암컷 고래는 시월이에요. 시월이가 마치 장례를 치르는 듯한 행동을 직접 한 고래인데, 사체는 새끼일 가능성이 높아보여요."

상괭이 사체 224구 중 97.8%가 미성숙 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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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남해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쇠돌고래 상괭이 (무단사용 및 재판매 DB금지) ⓒ 이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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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에서 한국 토종 돌고래 상괭이도 촬영하고 계시다고요. 상괭이가 안강망이라는 그물에 걸려 매년 수천 마리씩 죽어가는 상황을 담은 2019년 다큐 <상괭이가 사라진다>는 큰 이슈가 되었죠.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드려요.
"한국의 토종 돌고래 상괭이는 아시아 연안에서만 살아요. 특히 한반도 서해와 남해에 가장 많이 사는데 개체수가 급감해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에요. 제가 2018년부터 상괭이 기록 작업을 했는데, 주변에서 어려운 작업일 거라며 걱정했어요. 상괭이는 수줍고 조심성이 많아서 둘 셋씩 조용히 짝을 지어다니고, 곁을 주지 않아서 수중 생태도 거의 알려진 게 없거든요. 등지느러미가 없으니 눈에 잘 안 띄기도 하고요. 그래도 애써 한 편 만들어 발표하고, 계속 관찰하다보니 여러가지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상괭이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안강망 어법에 의한 혼획(원래 목적했던 어종이 아닌 다른 생물이 섞여 잡히는 것)이에요. 바닷속에 100미터 이상 전개되는 엄청 큰 잠자리채 같은 모습의 그물이 안강망인데, 이것을 고정해두면 조류 흐름에 따라 그물 안에 물고기가 갇히거든요. 문제는 상괭이가 이 그물에 들어갔다가 갇혀 질식해 죽는 거예요. 정부에서는 혼획으로 인한 상괭이 피해를 1년에 1000마리 정도로 발표했는데, 제가 만난 어민들과 유통업 종사자의 인터뷰, 증언, 기록을 토대로 추정하면 피해 규모는 연간 5000마리 이상으로 봅니다.

이전에는 상괭이가 혼획되면 고기로 유통됐는데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면서 혼획되면 신고해야하니까 어민들이 죽은 상괭이를 발견하면 바다에 그대로 버려요. 공식 통계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죠. 상괭이 혼획 피해가 대규모로 일어나니 정말 안타깝죠. 작년 3월에서 6월까지 태안 일대에서 수거한 상괭이 사체 224구를 확인한 결과 97.8%가 미성숙 개체였어요.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어린 상괭이였던 거죠. 어린 상괭이들의 피해가 막심한 걸 처음 확인한 겁니다. 멸종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으로 진단하는 의견도 있는데, 심각한 상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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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군에서 수거한 상괭이사체가 냉동창고안에 쌓여있다. 2019년 4~5월에만 5백여 사체를 수거했다. (무단사용 및 재판매 DB금지) ⓒ 이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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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서해에서 촬영 중인 작업도 상괭이 혼획 문제의 연장선상에서 하는 건가요?
"상괭이의 혼획을 막기 위해 국립수산과학원에서 '해양포유류 혼획저감장치'를 보급하고 있어요. 안강망에 들어온 상괭이가 살아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탈출 장치인데요. 어민들은 상괭이가 빠져나가는 탈출구로 자신들의 어획물이 빠져나갈까봐 걱정합니다. 하지만 '해양포유류 혼획저감장치'를 그물에 부착해도 어획 손실률이 5%미만인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어요. 해마다 수 천마리의 상괭이가 사라지는 걸 막기 위해서는 어민들의 협조가 절실합니다. 그래서 상괭이 탈출장치 효능을 입증하는 작업을 서해수산연구소와 함께 하고 있는 겁니다.

작업이 힘에 부치지만, 그럼에도 꼭 해야하는 이유가 지금이 정말 중요한 타이밍이거든요. 미국 정부가 내년부터 해양포유류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잡은 수산물은 수입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해서, 국내 수산물 수출 제한 때문에도 대책 마련이 논의되고 있어요."

- 이번 기회에 국내에도 상괭이나 남방큰돌고래같은 해양포유류를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면 좋겠네요. 안강망에서 수중 촬영 작업을 하는 게 힘들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더구나 물속에서는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는 게 어려울 텐데, 연속 촬영이 가능한가요?
"안강망은 바닷속에 엄청나게 큰 그물이 있는 것이라 카메라 앵글에 담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에요. 조류가 휘몰아치고, 물속에서 팔뚝이 터질만큼 힘이 들어가는 일도 많고요. 저는 상괭이 혼획 문제를 기록하기 위해 몇 백회 넘게 입수하고, 그물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고 있어서 물속 작업이 괜찮아요. 그런데 다들 응원하겠다고만 하고, 같이 작업할 사람이 없네요, 죽겠어요(웃음).

예전엔 카메라 발열과 배터리 문제로 12시간 기록하고, 배터리 교체를 위해 다이빙해서 들어가는 걸 반복했어요. 도중에 날씨가 안 좋으면 물 속에 못 들어가서 어려움이 있었고요. 지금은 그물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열흘 동안 연속으로 녹화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작해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태안 안면도 인근 물 속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죠. 안강망의 탈출 장치 입구에 카메라를 고정했고, 수중 조명장치도 부착했어요. 배터리, 인버터, 영상전송장치, 그리고 수면에 띄운 작은 부이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 계속 발전을 시켜 전력을 공급하고요. 어찌보면 완전 미친짓이라고 할만큼, 이걸 갖추는데 시행착오가 참 많았어요. 비용도 많이 드는 데다,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과정이 힘들어서 종종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어요."

▲ teaser 06. 나는 살아서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 이정준


- 감독님의 집념 덕에 야생에서의 고래 모습과 위협받는 상황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감사하네요. 고래의 멸종을 막으려면, 그리고 우리 바다에 고래가 편히 살 수 있으려면 혼획을 막는 것 외에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한국은 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체계적 장치와 규제가 없어요. 선박 관광도 돌고래 50m 이내로 접근하지 말라는 고시 정도만 있고요. 사람이 먼저지 무슨 고래 이야기를 하냐는 등, 해양포유류를 대하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기도 하죠. 제주남방큰돌고래의 경우 호주, 일본 등지의 계군에 비해 어린 개체 사망률이 높다고 해요. 통제되지 않는 관광선박, 인위적 시설과 사람들의 개입이 많아서 여러 측면에서 제어가 필요하죠. 제가 처음 본 제주바다는 감태와 뿔소라도 많고, 길게 자란 모자반이 빽빽해서 숲속 같았거든요. 지금은 시야가 좋은 날이 별로 없고, 냄새도 많이 나요. 고래를 위해서, 그리고 사람을 위해서도 바다에 대한 인식, 정책이 많이 바뀌었으면 해요. 앞으로 바다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많아지고, 조사 연구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하고요. 지금까지처럼 저는 제 자리에서 영상으로 기록하고 세상에 알리는 일을 계속하려고요."

신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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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신수연 녹색연합 해양생태팀장이며, 본 기사는 녹색연합 홈페이지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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