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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일과 자유 달라”…아프간 여성 시위에 탈레반 구타로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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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장악 1주년 앞두고 카불서 40여명 시위

여성 중등 교육 배제 등 차별적 정책이 배경


한겨레

13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여성들이 “빵, 일자리, 자유”를 외치며 탈레반 정권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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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아프가니스탄 장악 1주년을 앞두고 수도 카불에서 이례적으로 여성들의 시위가 열렸으나, 탈레반은 이들을 구타하며 폭력적으로 해산시켰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 아프간 장악 1주년 이틀 전인 지난 13일 카불에서 여성 40여명이 교육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탈레반이 재집권한 “8월15일은 암흑의 날”이라고 적힌 펼침막을 들었다. “빵, 일자리, 자유” “정의, 정의. 우리는 무시당하는 것에 지쳤다”고 외쳤다. 탈레반 대원들은 공중에 총을 쏘며 이들을 해산시켰다. 일부 여성은 근처 상점으로 도망쳤으나, 탈레반 대원들이 쫓아간 뒤 개머리판으로 구타했다. 탈레반은 지난해 8월 15일 카불에 입성한 이후 반미국 시위는 허용했으나, 여성들의 시위는 불허했다. 정권 장악 직후 일부 여성들의 시위가 있었으나 탈레반은 폭력적으로 해산시켰고, 이후 여성들의 시위는 거의 열리지 않았다. 시위 참가자 중 한 명은 <아에프페>에 “탈레반이 우리가 목소리를 내지 않기를 원한다면 이는 불가능하다. 집에서라도 항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 집권 1주년을 앞두고 일부 여성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한 이례적 시위는 아프간 여성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반영한다.

1996~2001년까지 한차례 집권했던 탈레반은 당시 여성 교육과 사회활동을 금지하는 중세적 정책으로 악명이 높았다. 미국의 침공으로 쫓겨났다가 지난해 다시 집권한 탈레반은 20년 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며 전향적 자세를 내비쳤다. 그러나, 집권 한달여 뒤인 지난해 9월 12일 탈레반 정권은 여성의 대학교육을 허용하되 남·여 분리와 히잡 착용은 의무화한다고 발표했다. 여성에 대한 중등 교육도 원래는 올해 3월 재개하기로 되어 있지만 이후 “기술적 이유”를 들며 대부분 재개되지 않고 있다. 직장에서는 여성이 쫓겨났고 여성 혼자 장거리 이동도 불허했다. 공공장소에서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베일을 쓰도록 강제했다. 리처드 베넷 유엔 인권 특별보관은 지난 5월 카불을 방문해 탈레반의 이런 정책이 “완벽한 성별 분리 양상을 띠고 있으며 여성을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최근 탈레반에 “여성 교육을 금지하려는 소름 끼치고 여성 혐오적인 결정을 뒤집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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