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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마트 적자전환에···다시 관심 끄는 야구단 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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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쓴 SSG랜더스, 성과는 어땠을까

야구는 1등, 본업은 침체···'마케팅 시너지' 주목

이마트(139480)가 올 2분기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침체에 빠져든 모습입니다. 지난해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이뤄지며 비용이 크게 증가한 영향인데요. 증권가에서는 이마트가 인수한 신규 편입 자회사들의 성과 분석에 여념이 없는 모습입니다.

일부 IB업계 뱅커들은 지난해 SK로부터 사들인 야구단 실적에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오늘은 이마트와 SSG랜더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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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는 2021년 1월 재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깜짝 발표를 했습니다. SK와이번스 인수였습니다. 지분 100%를 1000억 원에 사고, 딸려오는 토지와 건물을 352억 원에 매입하기로 했죠.

M&A 후 구단 이름은 신세계(004170)야구단으로, 팀명은 SSG랜더스로 바꿨습니다. 이후 추신수 같은 대형 스타 영입을 위해 400억 원을 추가 투입했습니다. 프로야구단을 세우는데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쓴 것입니다.

M&A는 기업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방편 중 하나입니다. IB업계 뱅커들은 산업별 치열한 분석을 거쳐 기업에 적절한 M&A를 추천하는 게 주업이죠. A 기업이 B 기업에 인수됐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자문에 있어 핵심입니다.

그런데 이마트가 뜬금없이 야구단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니 숫자에 민감한 뱅커들 사이에선 갑론을박이 일었습니다. 쿠팡 같은 신흥 강호에 밀려 고전하고 있는데 돈 낭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죠. 이마트도 대기업이지만 현금 곳간이 풍부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유통업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 이마트의 구상이었지만 국내에는 비슷한 사례조차 없었습니다. 실제 KBO 리그에서 구단을 사고 판 사례는 2001년 해태제과와 현대자동차그룹 간 체결된 해태 타이거즈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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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나 거부가 된 기업 오너들이 프로 스포츠 구단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사례는 많았습니다. 국내에선 '택진이형'이 대표 사례죠. 김택진 NC소프트 대표는 2012년 엔씨다이노스를 창단하고 2020년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거머쥐었습니다. 정용진 이마트 부회장은 그런 '택진이형'이 부러웠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습니다.

프로 스포츠가 사회, 문화 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은 분명 존재합니다. 대기업들은 과거부터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임직원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프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해 왔습니다. 해외의 일부 자산가들은 개인의 명예와 과시욕을 스포츠 구단 인수에 투영하기도 합니다. 스포츠 구단 운영의 목표가 돈을 벌기 위한 건 분명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SSG의 실제 경영 성과는 어떨까요? 지난해 신세계야구단의 연간 당기순익은 약 52억원이었습니다. 의외로 흑자를 내며 모범 경영을 했습니다. 같은 기간 10개 구단 중 흑자를 낸 곳은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 삼성 라이온즈 정도였습니다. SSG 랜더스는 스타 선수를 영입해 관중을 늘렸고, 지역 밀착 마케팅에도 성공하며 리그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올 1분기까지 공개된 실적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공시된 보고서에 따르면 신세계야구단의 올해 1분기 영업적자는 75억 원입니다. 지난해 벌었던 돈을 모두 까먹었습니다.

만약 2분기 경영 성과도 비슷한 흐름이었다면, 이번 이마트의 적자 전환에 SSG랜더스가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올해 프로야구 개막이 4월 2일인 점을 고려했을 때, 티켓 판매가 시작된 2분기 실적은 좀 더 나아졌을 거란 추측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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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마트 본업 이야기로 넘어와 보죠. 이마트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자회사 전체를 포함해 약 123억 원이었습니다.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200억 원이나 줄어 적자전환 했습니다. 대형마트 사업 침체는 계속되고 있고, 온라인 사업의 수익성은 아직 개선세가 보이지 않습니다.

SSG랜더스에게 모기업의 실적 침체는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야구단 인수를 통해 SSG닷컴과 마케팅 시너지를 극대화 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숫자로는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까요. SSG닷컴 의 거래액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은 아직 요원해 보입니다. 어떤 주주들 사이에선 야구단 인수에 쓴 2000억 원이 기회 비용 소멸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정용진 부회장은 지난해 야구단 인수 후 이렇게 공언했습니다. "본업과 연결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게임에선 우리가 질 수 있어도 마케팅에서 만큼은 반드시 이기겠다.”

SSG랜더스는 현재 리그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당시 공언과는 반대(?)로 경기에서 이기고 있는 건 확실해 보입니다. 창단 2년만에 이룬 쾌거입니다.

야구단이 이제 본업과의 시너지를 증명해 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딜로 남을 것입니다. 야구에서만 이기고 본업에서 무너지면 안되니까요.

IB업계 관계자는 “야구단과 유통업 마케팅의 시너지가 숫자로 증명될 수 있으면 가장 좋은 M&A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스포츠계를 넘어 다양한 영역에서 관심을 받는 SSG랜더스가 성공을 이루길 기원합니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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