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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도력 위기”라는 이준석, 윤 대통령은 포용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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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441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 그 뒤

국힘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앞둬

뒤에서 ‘비수 꽂은’ 대통령 사과해야

당내 비판 통해 지지 기반 넓히고

‘다른 목소리’ 내야 재집권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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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대책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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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당대표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의결한 것은 지난 7월8일 새벽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늘 말씀을 드렸지만, 대통령이 당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당을 수습하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당으로 나아가는 데 대통령이 언급하는 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의원들과 당원들이 힘을 합쳐서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해 나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7월2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두가지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로 생각한 것입니다. 이준석 대표 징계를 안타까워한 게 아니라 속 시원하게 여겼다는 얘깁니다. 둘째, 당무에 대해 권성동 직무대행에게 직접 문자로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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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사과했어야 할 사안


사필귀정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대표와 국민의힘 당원들, 그리고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희한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가만히 있고 국민의힘에서 난리가 났습니다. 의원총회, 상임 전국위원회, 전국위원회를 열어 지도부를 비대위 체제로 바꾸고 있습니다.

직무 정지 상태였던 이준석 대표는 아예 대표직에서 쫓겨나게 됐습니다. 사고는 윤석열 대통령이 쳤는데 ‘벼락’은 이준석 대표가 맞은 것입니다. 억울한 이준석 대표가 법원에 비대위 전환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정당의 총재나 대표가 법원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정치 후진국에서나 있는 일입니다. 1979년 박정희 유신 독재 정권 말기에 김영삼 신민당 총재가 지구당위원장들의 총재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법원에 의해 총재직을 강제로 빼앗긴 일이 있었습니다. 정운갑 전당대회 의장이 총재 권한대행이 됐습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의 선친입니다.

박정희 정권은 한 발 더 나갔습니다. 김영삼 국회의원직 제명안을 국회에서 날치기 통과시켰습니다. 독재의 무리수는 부산·마산 민주항쟁과 10·26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가처분은 어떻게 될까요? 서울남부지법 민사 51부(재판장 황정수)는 가처분 심문 기일을 8월 17일로 잡았습니다. 가처분을 받아들일까요, 기각할까요? 결론이 어떻게 나든 집권 여당 대표 자리가 법원의 결정으로 좌우되는 한심한 장면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이 와중에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처신입니다. 최근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 자신 때문입니다. ‘내부 총질’ 문자도 윤석열 대통령이 보냈습니다. 13일 이 대표는 ‘내부총질’ 문자 파문과 관련해 “민심은 떠나고 있다. 대통령께서 원내대표에게 보낸 메시지가 국민의 손가락질을 받는다면, 그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도력의 위기”라고 윤 대통령을 직격했습니다. 이 대표는 회견 뒤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윤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을 만날 이유가 없을 뿐더러 대통령과 풀 게 없다”고도 했습니다.

비록 이 대표가 이런 격한 반응을 보였지만, 이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수습해야 합니다. 정치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역대 대통령은 누구나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면 주권자인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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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8일 국회 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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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에게도 확실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석 대표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비겁하게 뒤에서 칼을 꽂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장제원 의원,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이른바 ‘윤핵관’들이나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이준석 대표를 만나서 설득해봐야 수습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하면 이준석 대표가 어떻게 할까요? 사과를 받아들이고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도 철회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준석 대표는 나이가 젊어도 경험이 많고 민심을 잘 아는 정치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이 대통령실 청년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포용력을 보여주는 인사입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대표를 포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8월11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에서 국정 긍정 평가는 28%였습니다. 2주 전보다 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8월12일 발표한 한국갤럽의 직무 긍정 평가는 25%였습니다. 지난주에는 24%였습니다. 하락세가 멈춘 것일까요?(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의 취임 100일 직무 긍정률은 노태우 57%, 김영삼 83%, 김대중 62%, 노무현 40%, 이명박 21%, 박근혜 53%, 문재인 78%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100일 성적표는 다음주에 나옵니다. 몇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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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사용한 ‘내부 총질’은 정치인들이 당내 권력투쟁을 할 때 상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극적 용어입니다. 옛날 기사를 검색해 보면 정동영, 장제원, 홍준표 등 말 잘하는 정치인들이 자주 사용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말을 누구에게 배웠을까요?

‘내부 총질’을 허하라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내부 총질이 나쁜 것일까요? 아니, 질문을 조금 고치겠습니다. 내부 총질로 표현되는 당내 비판은 과연 나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2019년 6월 정치 막전막후에서 ‘자유한국당엔 있고 더불어민주당엔 없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내부 총질 기사를 쓴 적이 있습니다. 장제원 의원이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장외투쟁을 비판하고 등원을 촉구하면서 ‘내부 총질’로 비판받을 것을 걱정하는 장면을 포착했습니다. 저는 장제원 의원의 비판이 정당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당 내부에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은 그 정당이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민주당에 내부 비판이 없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냥 제 주장이 아니라 실제로 역사가 그렇습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재집권에 성공한 정당은 예외 없이 내부 비판 세력 덕분에 정권을 다시 잡을 수 있었습니다. 당내 비판 세력이 당내 기득권 세력과의 차별화로 정당의 지지 기반을 확장했기 때문입니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탄생한 민자당에서 민주계 수장이었던 김영삼 대표는 노태우 대통령과 민정계를 끊임없이 비판하고 괴롭혔습니다. 민자당은 그 덕분에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습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만든 새천년민주당에는 개혁 소장파 ‘천·신·정’(천정배·신기남·정동영)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동교동계를 공격하며 ‘정풍운동’을 벌였습니다. 정당 사상 최초로 국민경선제가 도입됐습니다. 노무현 후보는 국민경선제 덕분에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기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패한 박근혜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여당 내 야당’이라는 독특한 존재감을 유지했습니다. 2010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이 밀어붙인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박근혜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 직접 반대 토론에 나섰습니다. 법안을 좌절시켰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은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으로 각인됐습니다. 한나라당은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습니다.

반대로 당내 비판과 갈등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실패한 사례도 많습니다. 1997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총재는 2000년 4·13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을 파벌 중심 체제에서 총재와 당직자 중심의 주류 중심 체제로 바꿨습니다. 김윤환, 이기택 등 파벌 보스들을 공천에서 배제했습니다. ‘2·18 대학살’이었습니다.

이회창 총재의 전략은 주효했습니다. 한나라당은 4·13 총선에서 승리했습니다. ‘이회창 대세론’이 형성됐습니다. 이회창 총재를 비판하는 당내 목소리는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바로 그게 문제였습니다. 한나라당은 역동성을 잃었고 2002년 대선에서 패배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사례도 있습니다. 2015년 6월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고 유승민 원내대표를 직격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쫓겨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친위 세력이 새누리당을 장악했습니다. 2016년 총선 공천을 ‘진박 감별사’들이 주도했습니다. 새누리당은 2당으로 주저앉았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자 새누리당은 분열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했습니다.

2022년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재집권에 실패한 것도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민주당 안에서는 비주류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습니다. 친문재인 성향 권리당원들이 너무 강했기 때문입니다. 당 지도부는 권리당원들과 소통하지 못했고 제어하지도 못했습니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은 갈수록 좁아졌고 결국 정권을 넘겨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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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월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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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파탄날까? 막판 극적 화해할까?


마무리하겠습니다. 세상 이치는 오묘한 데가 있습니다. 누구나 과거 사례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정면교사도 있고 반면교사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나가는 사람이나 집단은 성찰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란 존재가 본래 그렇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권력의 주구였던 검찰을 그래도 살려낸 것은 홍준표, 윤석열 같은 ‘문제적’ 검사들이었습니다. 이단아가 조직을 살리고, 가출했던 탕자가 집안을 살리는 법입니다. 그랬던 윤석열 검사가 대통령이 된 뒤에는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자신과 국민의힘이 망하는 길로 치닫고 있습니다. 기가 막히는 현실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를 끝내 쫓아낼까요? 아니면 막판에 극적으로 화해를 시도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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