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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최소 13년 동안 따라다닐 ‘약쟁이’ 오명… ‘4440억’ 컬처 히어로의 너무 이른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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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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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3샌디에이고)는 확실한 매력이 있는 선수였다. 자유분방한 몸짓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플레이는 메이저리그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의 선수가 4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는 자질을 보여줬으니 큰 관심은 어쩌면 당연했다.

새로운 세대를 야구장으로 불러 모아야 하는 당면과제를 가진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은근히 타티스 주니어를 밀어줬다.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페르난도 타티스 시니어의 아들인 그는 여러 측면에서 상품 가치가 넘쳐흘렀다. 젊은 세대는 ‘배트플립’과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타티스 주니어에 열광했다. 그렇게 그는 메이저리그의 ‘컬처 히어로’로 자리 잡는 듯했다.

샌디에이고는 그런 타티스 주니어에게 14년 총액 3억4000만 달러(약 4440억 원)이라는 거금을 안겼다. 162경기 풀시즌을 단 한 번도 치러보지 못한 선수였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가치를 확신한 샌디에이고는 지갑을 화끈하게 열었다. 그러나 2022년 8월 13일(한국시간)은 그런 타티스 주니어의 경력에 큰 오점을 남긴 날로 기억될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도핑테스트 결과 타티스 주니어가 경기력 향상 물질(PED) 중 하나인 클로스테볼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밝히면서 그에게 80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고 13일 공식 발표했다. 클로스테볼은 근육 발달을 돕는 금지약물로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에서 금지약물로 지정한 지도 오래됐다. 적어도 운동 선수, 특히 프로 선수라면 상식적으로 알고 반드시 피해야 할 물질이다.

타티스 주니어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피부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약 처방을 받았는데 그 약에 클로스테볼이 포함되어 있는지 뒤늦게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지에서는 “약물 복용 선수들의 전형적인 거짓말”이라는 냉소가 지배적이다. 정상적인 의사라면 운동선수에게 처방해서는 안 되는 약이고, 설사 무지로 했다 하더라도 선수와 트레이너가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구단도 모르게 처방을 받았다는 점에서 고의성이 짙어 보인다.

올해 왼 손목 골절로 이제 막 재활 경기를 소화 중이었던 타티스 주니어는 이번 징계로 올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내년 시즌 첫 32경기도 뛰지 못한다. 트레이드 시장 최대어인 후안 소토, 올스타 마무리 조시 헤이더를 영입하며 대권 도전의 뜻을 명확하게 했던 샌디에이고는 여기에 화룡점정을 할 수 있는 카드로 기대했던 타티스 주니어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 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징계를 마치고 내년에 돌아오겠지만, 팬들의 배신감이 벌써 상당하다. 타티스 주니어는 올해 만 23세의 어린 선수다. 샌디에이고와 2034년까지 초장기계약이 되어 있다. 최소한 앞으로 13년 동안 ‘약물 복용’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한다. 이전에 논란이 됐던 스타들은 30대에 접어든 뒤 약물에 손을 댄 경우들이 많았지만, 타티스 주니어는 너무 일찍 어둠과 손을 잡았다. 80경기 출전 정지 처분보다 더 뼈아픈 낙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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