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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설 아니었어? 유럽 울린 해발 3200m '하얀 담요' 실체 [지도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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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승달 모양의 이곳은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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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추가 정보를 드리자면,

■ 힌트

①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에델바이스’ 원산지

②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회에서 윤세리가 패러글라이딩한 곳

③ 밝고 명랑한 OOO 소녀 하이디가 할아버지와 사는 곳

그래도 모르신다면 사진으로 다시 힌트를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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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8일 이곳에서 사람들이 스키를 즐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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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오셨죠? 유럽 중부 8개국에 걸쳐 있는 알프스산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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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알프스산맥은 동쪽의 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에서 시작해 독일·리히텐슈타인·스위스·이탈리아를 거쳐 서쪽의 프랑스·모나코까지 약 1200㎞ 길이로 뻗어있습니다. 최대 폭은 250㎞로 면적은 약 20만㎢가 넘는데요. 한반도 면적(22만㎢)과 비슷한 어마어마하게 큰 산맥입니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몽블랑(4807.81m)을 비롯해 해발고도가 4000m를 넘는 산이 82개나 돼 ‘유럽의 지붕’이라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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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알프스(Alps) 어원은 라틴어인 ‘알버스(albus)’에서 유래됐는데, ‘흰색’이란 뜻입니다. 만년설로 덮힌 하얀 산맥을 표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그런데 앞으로 이 뜻은 알프스산맥과 어울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눈과 빙하가 점점 녹으면서 하얀 옷을 벗고 있기 때문이죠.



역대급으로 녹는 중…몽블랑 만년설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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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알프스산맥에 있는 마터호른산의 올여름 모습. 눈이 많이 녹아서 알프스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사진 스위스기상청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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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올여름 이상기후로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알프스산맥 일부 지역도 기온이 섭씨 30도에 육박하더니, 지난달 25일 알프스산맥 상공의 빙점 고도가 5184m로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보통 여름철 빙점 고도는 3000~3500m입니다. 빙점 고도가 상승한다는 건, 0도 이하 기온을 유지할 수 있는 지점이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즉 최고봉 몽블랑 만년설도 버틸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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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융프라우산의 지난해 여름(오른쪽)과 올여름 모습. 사진 스위스기상청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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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알프스산맥의 대표 빙하인 모테라치 빙하는 올해 하루 5㎝씩 경계선이 후퇴하면서 측정한 60년 동안 가장 큰 폭으로 크기가 줄었습니다. 만년설·얼음층 두께는 200m 정도 얇아지고 산봉우리에서 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려 오는 빙하설(舌)은 3㎞ 정도 짧아져 기존 관광지도와는 맞지 않는다고 하네요.

한 빙하학자는 "올여름에 이렇게 극적으로 빙하가 녹을 줄을 상상도 못했다"며 놀라워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달 초 반세기 넘게 묻혔던 유골과 비행기 잔해 등이 발견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많은 뜻밖의 흔적이 나올 것 같습니다. 알프스산맥의 온난화는 지구 평균보다 2배 빠른 속도로 진행돼 2100년에는 빙하 80%가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알프스 등산은 러시안 룰렛”



“산산조각이 난 알프스산맥에 가는 건 ‘러시안 룰렛(목숨을 건 게임)’과 같다.”

한 영국 산악가이드가 BBC와 인터뷰에서 외친 말입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눈과 얼음 산사태가 언제 일어날지 몰라 크게 위험해졌다는 겁니다. 지난달 초에는 이탈리아의 알프스산맥에 있는 돌로미티 산맥의 최고봉 마르몰라다(3443m)에서 세락(거대한 얼음 덩어리)이 떨어져 등산객 11명이 사망했습니다. 당시 이 지역 기온이 섭씨 10도를 웃돌아 세락 붕괴 원인으로 온난화가 제기됐죠. 현지 구조대에 따르면 여름에도 영하권을 맴도는 게 보통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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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몽블랑·마터호른(4478m)·융프라우(4158m) 등 주요 산 등반이 지난달부터 통제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 금지하는 방법이 없어서 산악가이드들이 투어를 취소하고 당국은 피난처를 폐쇄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온이 가장 높은 8월에 이따금 제한됐지만, 올해는 6월부터 기온이 오르면서 그 시기가 당겨졌다네요. 융프라우는 산악가이드가 활동한 100여년 중 처음으로 등반을 중단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등반하는 사람들이 보이자 몽블랑을 관할하는 프랑스 생제르베래뱅의 장 마르크 펠렉스 시장은 이달 초 등산객에게 ‘보증금 1만5000유로(약 2000만원)’를 징수하겠다고 했습니다. 현실성이 없다며 비판받고 있지만, 펠렉스 시장은 “올여름 몽블랑 등반은 자살 행위”라면서 “많은 사람에게 이런 위험을 알리기 위해 고안했다”고 강조했습니다.



1억2000만명 찾는 관광산업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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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오스트리아 알프스산맥에 있는 힌터툭스 스키장 모습. 현재 알프스산맥에서 유일하게 운영되고 있다. 사진 힌터툭스 리조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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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만 제한된 것이 아닙니다. 만년설 덕에 여름에도 호황이었던 알프스산맥 스키장도 문을 닫았습니다. 여름에도 운영하던 대형 스키장 두 곳 중 한 곳인 스위스 알프스산맥의 마터호른 스키장이 지난달 말 잠정 중단했습니다. 스키장 측은 “눈 두께가 얇아져 슬로프 유지가 어려워져 안전을 위해 결정했다”고 했습니다. 다른 한 곳인 오스트리아 알프스산맥에 있는 힌터툭스 스키장도 운영은 하지만, 빙하와 눈이 녹아 고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가디언은 “알프스 눈과 빙하가 계속 녹는다면 연간 1억 2000만명이 찾는 알프스산맥 관광산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알프스산맥의 관광산업 연간 매출은 500억 유로(약 67조)에 달합니다. 그중 가장 인기있는 레저는 여름에도 탈 수 있는 스키인데요, 스키리조트만 1000여개 이상이 있다니 상상이 가시죠. 알프스산맥에서 겨울올림픽이 10회나 열렸습니다.



빙하 녹아 국경 분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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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알프스산맥 중간에 국경선이 있는데요. 테오둘 빙하에서 흐르는 물줄기를 기준으로 국경을 구분했습니다. 그런데 테오둘 빙하가 최근 40년 사이 25%가 줄어들면서 물줄기가 바뀌었고, 국경선이 100m 정도 이동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 영토에 있던 체르비노 산장의 3분의 2가량이 스위스 영토로 들어갔는데요.

공교롭게도 이곳 주변에 케이블카 건설을 하는 등 주요 관광개발지로 꼽히면서 양국 간에 국경 분쟁으로 번졌습니다. 산장 관리인인 루시오 트루코는 “음식도 와인도 이탈리아에서 왔으며 세금도 이탈리아에 낸다”며 이탈리아 영토의 산장임을 강조했습니다. 양국은 지난해 11월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스위스 정부의 승인이 이뤄지지 않아서 2023년까지는 공개되지 않을 전망입니다.

알프스산맥이 유럽에 정말 중요한 이유는 식수와 농업용수, 그리고 전기까지 제공하는 ‘젖줄’이기 때문인데요. 라인강·론강·인강·포강 등 주요 강은 알프스산맥 빙하에서 발원해 유럽의 저지대 나라들이 사용하는 물의 최대 90%를 제공합니다. 특히 풍부한 물을 얻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엔 수백개의 수력발전소가 있고, 전체 전력의 60%가 수력 발전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빙하가 전부 녹게 되면 강 흐름이 떨어져 마실 물이 줄고, 전력 생산도 줄겠죠.



산에 거대한 담요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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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3일 스위스 알프스산맥 푸르카패스 인근 론 빙하에 특수 담요가 덮여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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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변하는 알프스산맥을 보호하기 위해 인간들의 사투가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중순 스위스 당국은 해발 2200m 높이에 있는 론 빙하 유실을 막기 위해 특수 담요를 설치했습니다. 하얀색 담요라 만년설로 보이지만 해빙을 막는 단열 재질의 반사천입니다. 스위스 알프스산맥에 있는 티틀리스(3238m) 산의 리조트 직원들은 지난해 여름 스키장 눈이 녹는 것을 막기 위해 축구장 14개 크기(약 10만㎡)에 달하는 양털 담요를 만들어 덮었습니다.

지난 1993년 독일 알프스산맥에서 흰색 방수포가 처음 등장했고, 이탈리아·스위스에서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알프스산맥의 눈과 빙하는 더 빨리 녹고 있습니다. 그런데 빙하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아메디 즈리드 박사는 "수백 년이 걸리겠지만,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 알프스산맥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이겠죠. 유난히 더운 올여름, 에어컨을 잠시 끄고 부채질을 해봅니다.

박소영 기자 park.soyoung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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