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뉴욕다이어리]접혔다 폈다, Z플립을 아시나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뉴욕다이어리_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아시아경제

지난 10일(현지시간)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뉴욕 체험관에서 참석자들이 '갤럭시 언팩 2022' 생중계 현장을 보고 있다.이날 행사에는 글로벌 미디어와 파트너 등 500명이 참석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아시아경제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올 초 미국에 온 이후 낯선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는 일이 잦아졌다. 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잠시 들어간 매장에서는 “멋지다. 새 상품이냐”고 나를 멈춰 세운다. 식당 또는 카페에서는 “궁금한 게 있다”는 옆자리 손님의 말에 짧은 Q&A 시간이 몇 차례나 벌어졌다. 한 웨이터는 주문을 받는 것조차 잊고 한참 감상을 늘어놓았다. 때로는 집으로 들어가는 뉴욕 지하철 안에서도 “혹시 깨질까 무섭지 않느냐” “그건 가격이 얼마나 하냐”는 질문을 접한다.

처음에는 당황했다. 그리고 의아했다. 한국에선 이미 3세대까지 나온 ‘갤럭시 Z플립’을 너무나 신기해 하는 미국인들의 반응 때문이었다. 대여섯 번 이런 경험을 반복한 몇 달 전부터는 나름 대응 시나리오도 생겼다. 질문 순서도 가늠할 수 있게 된 지라, 마치 ‘명예 영업 사원’이 된 냥 궁금해 할 만 한 것들을 먼저 보여주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하드 케이스를 벗긴 Z플립3의 두께는 어느 정도인지, 힌지가 부드럽게 잘 굽혔다 펴지는지, 디스플레이에 주름은 어떤지, 화면 분할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지 말이다.

낯선 동양인에게 질문 공세를 펼치면서까지 관심을 보인 만큼 이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하다. 링컨 센터 입구에서 만난 한 직원은 “광고를 보고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직접 보니 더 사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허드슨야드몰의 커피숍 옆 테이블에 앉았던 학생은 “그 정도면 나도 갖고 싶다”고 눈을 반짝거렸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을 마주할 때면 “폴더블이 결국 메인스트림으로 갈 것”이라는 삼성전자의 야심만만한 개척 행보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감탄마저 든다.
아시아경제

삼성전자 갤럭시 언팩 뉴욕 체험관에서 참석자들이 '갤럭시 언팩 2022' 에서 공개된 신제품을 체험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크다. Z플립을 비롯한 갤럭시 Z시리즈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프리미엄으로 강력하게 밀고 있는 부문이다. 삼성전자가 첫 폴더블폰을 공개하고 연이은 후속작으로 ‘폴더블 대중화’를 가속화한 지도 이미 몇년 째. 더구나 이 곳은 삼성전자가 업계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미국 내에서도 각종 최신 트렌드가 몰리는 뉴욕 맨해튼이 아닌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까지 삼성전자는 수년 간 이 곳 뉴욕에서 신제품을 공개하는 '갤럭시 언팩'을 개최해왔다. 그럼에도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이 왜 미국에서는 여전히 ‘낯선 것’, ‘처음 보는 신기한 것’일까.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있음을 전제로, 안타깝게도 내게 질문한 이들 중 그 누구도 Z플립3의 이름을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지난주 오랜만에 뉴욕에서 진행된 ‘갤럭시 언팩 2022’ 행사 직후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도 비슷한 맥락의 질문이 나왔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은 “미국에서는 아직도 아이폰이 대세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폰이 왜 미국에서 잘 안먹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신중하게 두 가지 답변을 내놨다.

먼저 미국 시장이 합리적이고 보수적인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신기술, 신제품을 받아들이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노 사장은 일례로 갤럭시 노트 시리즈 역시 4세대 제품부터 미국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트3까지는 한국, 중국, 동남아, 일부 유럽시장으로 시작했다. 3세대 제품까지 충분히 시장에서 받아들인 후, 니치 제품이 아닌 4번째 제품부터 (미국이) 노트 시리즈의 최대 시장이 됐다”면서 “(이번에 출시된)Z플립4와 Z폴드4가 미국 시장에 제대로 어필하고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또 다른 이유는 작년 출시된 3세대 폴더블폰이 미국 시장에 제대로 공급되지 못한 여파다. 글로벌 자재 부족으로 처음부터 미국 시장과 거래선에 충분한 수량을 지원하지 못했고, 이는 고스란히 시장 판매로 이어졌다. 세계 최대 시장을 잡아야 할 삼성전자로선 뼈아픈 일이다. 노 사장이 이달 4세대 제품인 Z플립4·Z폴드4 출시를 앞두고 글로벌 시장을 위한 초기 공급량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수차례 강조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여기에 언팩 기간 만난 한 임원은 앞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국 내에서 체험 마케팅이 활발하지 못했던 점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아직까지 폴더블폰 가격대가 결코 저렴하지 않은 만큼, 미국 내 소비자들이 폴더블폰을 접할 기회가 충분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시장의 일부 의구심 속에 세계 최초로 폴더블을 선보인 것은 지난 2019년. 맨 땅에 헤딩하듯 새로운 폼팩터 시장 개척에 나선 삼성전자의 도전은 이제 4년을 넘기며 확실한 ‘성과’를 보일 시점이 됐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무대는 한국이 아닌, 글로벌이 돼야만 할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노 사장 스스로 "기술력을 100%로 끌어올렸다" "완벽성에 포커싱 했다"고 자신감을 표한 갤럭시 Z플립4·Z폴드4가 미국 시장에서의 폼팩터 도전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