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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생두값' 내렸는데…커피 프랜차이즈 가격 인하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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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부터 커피 원두 수입 할당관세 0% 적용

더팩트

정부가 생두 수입 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할당관세를 0%로 낮추면서 커피업계에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커피 가격을 인하할 것을 요청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로스팅(생두에 열을 가하여 볶는 것)한 원두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있어 생두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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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정부가 물가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생두 수입 시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할당관세를 0%로 낮추면서 커피업계에 소비자 판매 커피 가격을 인하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관련 업계는 로스팅(생두에 열을 가하여 볶는 것)한 원두 가격은 내려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생두 가격 인하는 체감하기 어려우며 커피 가격에 원두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가격을 인하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생두 국내 수입 가격은 1㎏당 7221원으로 5월(7284원)과 6월(7249원)보다 소폭 내려갔다. 농식품부는 "수입 원가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시행된 조치의 효과가 8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7월 20일부터 수입 때 관세를 낮춰주는 할당관세가 적용된 만큼 8월에는 생두 수입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농식품부는 지난 6월 28일 커피 생두 수입 때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는 조치를 실시했으며, 커피 원두 수입 전량에 대한 할당 관세 0%도 지난달 20일부터 적용했다. 정부는 할당관세 조치를 발표할 당시 38억7000만 원의 지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커피 업계에 생두 수입 가격이 내려갔으니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커피 가격을 인하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실제 공급받는 로스팅한 원두 가격에서는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우며 원재료가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에 커피 가격을 인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정부에서는 관세를 인하한다고 하면 (커피) 시장 가격에 반영이 되는지 관리 감독을 해야 하는데 전혀 관리 감독 없이 관세 인하를 해줬다고만 한다"며 "생색내기용에 불과하고 원두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는 있어도 내려간 곳은 한 군데도 없다"고 토로했다.

고 이사장은 "카페에서 공급받는 원두 가격 1kg당 2만 원 초반대이고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원두 가격이 30% 정도 상승한 상황"이라며 "관세가 인하해도 인상된 가격 안에서는 1~2%의 미미한 금액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두 수입업자에게만 적용된 혜택이기 때문에 로스팅한 원두를 공급해주는 업체들도 본인들이 혜택을 받지 않고 생두 가격이 인하해서 들어오지 않는다고 했다"며 "물류비나 원재료인 생두 가격 자체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상쇄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고 관세 인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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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고물가 여파로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에 들어갔다. 이디야커피·폴바셋·네스프레소 등은 홈 카페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5월 자사의 온라인몰에서 판매하는 드립백·캡슐커피 가격을 8%가량 올렸으며,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카페 폴바셋도 지난달 마트 및 온라인 등에서 판매하는 RTD커피·드립백·원두 가격을 18%가량 인상했다. 네스프레소도 기본급 버츄어 캡슐 제품을 올해 초 650원에서 729원으로 12% 인상하는 등 캡슐 커피 일부 가격을 올렸다.

커피빈코리아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상했으며, 주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지난 1월부터 스타벅스코리아를 시작으로 투썸플레이스, 할리스, 엔제리너스, 탐앤탐스 등이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지난 5월 <더팩트>에서 아메리카노 가격이 4000원 이상인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 9곳을 분석한 결과 평균 가격은 4560원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은 커피빈코리아(355ml, 스몰) 5000원, 폴바셋(360ml, 스탠다드) 4700원이며, 스타벅스코리아(355ml, 톨)를 비롯해 투썸플레이스(355ml, 레귤러)와 할리스(354ml, 레귤러), 엔제리너스(355ml, 스몰), 카페베네(360ml, 레귤러), 파스쿠찌(385ml, 레귤러) 등은 모두 4500원이다. 탐앤탐스(355ml, 톨)는 4400원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우리나라가 주 원두 수입국인 미국·콜롬비아·베트남·유럽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이미 관세 혜택을 보고 있으며, 정부조치 이전부터 인건비와 물류비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반영해 커피 판매가격을 산정한 것이므로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할당관세 인하로 커피 생두 관세가 기존 2%에서 0%로 변경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빈국 특혜 및 FTA 등으로 정부조치 이전부터 관세가 0%인 국가들이 다수라서 실질적인 효과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원두 가격은 물론 우유, 설탕, 빨대, 플라스틱 컵 등 다양한 원부자재와 임대료, 인건비, 물류비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커피 판매가격 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커피 시장의 가격 인상이 억제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원두 이외에 적용되는 다양한 운영 비용 상승으로 관세 인하가 커피값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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