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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반값정책 反시장적" 노무현 대통령이 MB보다 더 반대했다 [대통령의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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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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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0년 자양종합사회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롯데마트에서 기증한 통 큰 치킨을 맛보며 즐거워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대형마트들이 출시한 반값 치킨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과거 '통큰 치킨'이 출시됐다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금세 사라졌던 일이 있었는데요. 현재는 치킨 한 마리 3만원 시대에 분노한 국민이 많은 탓인지 대형마트를 지지하는 여론이 확연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듯합니다.

특히나 시장경제 논리에 따라 상품 품질·가격 경쟁력이 있는 상품에 수요가 몰리는 게 당연하다는 주장을 자주 목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보면 반값 치킨이 등장하기 이전 시장에서 무언가 시장 논리가 왜곡되고 있었다는 이야기인데요. 반값 치킨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반값 ○○'으로 작명되는 상품들은 필연적으로 시장 원리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킵니다. 기존 상품의 가격대가 수요·공급 원리가 아닌 무언가 불합리하고, 강제성 있는 방법으로 형성됐다는 인식을 갖고 출시된 상품이기 때문이죠.

이는 역대 정권에서 등장한 '반값 ○○' 정책들에서도 똑같이 확인할 수 있는 현상입니다. 대통령들 역시 하나 같이 시장 원리를 연관 지어 반값 아파트, 반값 등록금을 설명했기 때문인데요.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역대 대통령들이 언급한 반값 정책들을 통해 시장 원리와의 연관성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무현 "반값 아파트는 관치경제…검토해 보니 이치상 안 되는 것"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정치인이 반값 아파트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반값 아파트가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집권 시기부터인데요. 수많은 반값 아파트 정책들은 결국 토지를 소유하지 않고 주택만 보유하는 '토지임대부주택' 개념에서 출발합니다. 노 전 대통령이 시도했던 반값 아파트는 요즘 그저 실패한 정책 정도로 회자되는데, 당시 연설문을 살펴보면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이 시장 원리를 근거로 이를 불가능한 정책으로 판단했었다는 기록을 찾을 수 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10월 '벤처기업인을 위한 특강'에서 "반값 아파트 안 된다고 검토 다 하고 벌써 폐기해버린 정책인데, 어느 날 반값 아파트 얘기가 나왔다. 정책을 검토해보니까 이치상 안 되게 돼 있는데 누가 '반값 아파트'라고 흔들어 버리니까 온 정치권이 흔들고, 언론이 동시에 흔들고, 국민들이 와 하고 따라갔다"며 "그래 놓고 반값 아파트 만들어 놓으니까 청약도 안 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서 "관치경제, 시장 개입으로 우리 경제 위기를 당했기 때문에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시장에서 강자의 자유를 국가가 조작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시장 수준이 얼마만큼 왔냐, 여러 가지 얘기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시장 수준이 지난 10년 동안에 획기적으로 진보한 건 맞지 않나"라고 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의 말처럼 토지임대부주택은 시장 수요와 어느 정도 동떨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주택을 구매하는 이들의 상당수는 주거목적뿐만 아니라 자산가치 상승을 바라고 있는데, 토지임대부주택은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죠.

반값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는 주장도 시장 논리를 근거로 삼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자산가치 상승을 크게 바라지 않고 주거 고민만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수요도 어느 정도는 존재할 테니 말이죠.

그런데 시장에 나오는 상품이 전부 자산가치 상승을 바라는 이들만 노리고 있다면 이것 역시 시장 왜곡입니다. 지난 몇 년 새 집값이 감당할 수 없이 올라버린 탓에 어떻게든 주거 문제만 해결하고 싶다는 이들의 비중도 꽤 늘어난 상태며, 선거 때마다 반값 아파트 공약이 반복되는 것도 그 결과로 해석됩니다.

▲이명박 "반값 등록금 필요…자율에 맡겼다고 해서 모든 게 시장경제에 의해서 무한정 되는 것 아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반값 등록금 공약을 준비하다가 명칭만 '맞춤형 국가장학제도'로 바꿔 집권 후에도 추진한 바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 정책이 반값 등록금이냐 아니냐로 꽤 논란도 됐었는데 편의상 반값 등록금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9월 'KBS 특집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기자로부터 '반값 등록금 정책을 추진할 뜻이 있나?'란 질문을 받고 "지금처럼 고금리 상황에서는 일시적으로 등록금을 적게 내더라도 나중에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그 정책에 대해 찬반이 굉장히 많다"며 "우리가 장학금 제도를 더 확대하는 쪽으로 가는 쪽이 중요할 것이라고 본다"는 긍정적 답변을 내놨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서 "자기가 등록금을 내고 다닐 수 있는 형편이 되는 사람은 내는 것이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이자를 낮추고, 혹은 이자 없이 하는 쪽으로 정부가 확대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자율에 맡겼다고 해서 모든 게 시장경제에 의해서 무한정 되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5년 신년 구상 기자회견을 통해 "'소득연계형 반값 등록금'을 약속드린 대로 올해 완성하여 경제적 어려움으로 대학 교육을 포기하는 학생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반값 ○○'들의 공통점

지금까지 등장한 반값 상품·정책들은 국민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재 성격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주택·교육은 말할 것 없고 치킨 역시 한국에서는 필수재로 보는 게 맞겠죠. 덕분에 가계지출의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고 가격 변동이 여론에 막강한 위력을 끼친다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역대 정부도 직간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는 일이 많아지고, 그런 정책이 국민 기억에도 선명히 남아있습니다.

이 같은 정책의 결과도 일관되게 별로였는데요. 반값 아파트는 십수 년째 공허한 메시지만 나돌 뿐 성과가 나온 적이 없고, 정부재정으로 등록금을 분담해준 정책은 오늘날 대학 교육 경쟁력 약화를 불러와 업계 전체가 국가의 골칫거리가 됐죠.

과거 정부가 통큰 치킨을 막아섰던 것도 치킨 한 마리 3만원 시대를 불러왔습니다. 대형마트들이 다시 출시한 반값 치킨들은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것 같습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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